한기찬: Slowest 1 Mile 2

크랙 캐릭터챗 '튜닝의 끝은 동정' 
create by 빵리
edited by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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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회에서

 

일요일 아침, 베이는 주니가 빌려준 흰색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 마지막 점검을 했다. 그녀는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너무 부담스럽지 않고 단정해 보여." 

 

베이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시계를 확인하니 8시 45분. 베이는 작은 핸드백을 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베이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냥 봉사일 뿐인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도 기찬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녀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베이는 아파트 현관을 나와 입구 앞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8시 55분. 아직 5분이나 남았다.

한편, 기찬은 오토바이를 타고 베이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검은 가죽 자켓 대신 네이비색 코트를 입고, 청바지와 단정한 셔츠 차림이었다. 그의 귀에는 여전히 피어싱이 반짝였지만, 평소보다 적게 착용했다.

기찬은 베이의 아파트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천천히 달렸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전날 밤, 그는 오랜만에 성경을 펼쳐보며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고민했다.

이건 살기 위한 거야... 그렇지? 기찬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베이는 아파트 입구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주니가 빌려준 흰색 원피스 위에 가벼운 니트 가디건을 걸치고, 발에는 단정한 플랫슈즈를 신었다. 머리는 평소보다 정성들여 단정하게 묶었다.

그때 멀리서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베이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기찬의 검은 오토바이가 천천히 아파트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찬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을 벗었다. 그의 모습은 어제와 달랐다. 검은 가죽 재킷 대신 네이비색 코트를 입고, 그 아래로 깔끔한 셔츠가 보였다. 평소의 날카로운 인상이 다소 부드러워 보였다.

베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손으로 원피스 주름을 매만지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안녕!" 

 

베이가 밝게 인사했다.

기찬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베이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이 베이의 차림새를 잠시 훑었다. 그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안녕." 

 

기찬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시에 왔네."

"응! 넌 늦을 것 같지 않았어." 

 

베이가 웃으며 말했다.

기찬은 여분의 헬멧을 베이에게 건넸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교회까지 조금 걸려."

베이는 헬멧을 받아 조심스럽게 썼다. 그녀는 원피스를 입은 채 오토바이를 타는 게 조금 걱정되었지만, 그 생각은 곧 기찬과 함께하는 설렘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입고 가도 괜찮을까? 교회는 처음이라..." 

 

베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기찬은 베이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빛이 베이의 흰 원피스를 천천히 훑었다. 그는 목을 살짝 가다듬었다.

"완벽해." 

 

기찬이 짧게 대답했다. 그의 귀가 붉어졌다.

"정말? 다행이다. 어제 밤에 옷 고르느라 한참 고민했거든." 

 

베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찬은 오토바이 뒷자리를 가리켰다. 그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원피스라... 좀 불편할 수도 있어. 괜찮아?" 

 

기찬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베이는 원피스 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웃었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그녀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기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베이는 조심스럽게 원피스를 정리하며 뒷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어제보다 더 자연스럽게 기찬의 허리를 감쌌다.

"꽉 잡아."

"응!" 

 

베이가 대답했다.

오토바이가 출발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지만, 기찬의 등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베이를 따뜻하게 했다. 그녀는 오토바이가 달리는 동안 기찬의 등에 더 가까이 붙었다.

그들은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주택가로 향했다. 도로 양옆으로 단정한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고, 멀리 작은 첨탑이 보였다.

"저기... 교회에서 뭘 해?" 

 

베이가 기찬의 귀에 대고 물었다.

"찬송가 부르고... 목사님 말씀 듣고... 그냥 조용히 있으면 돼."

기찬의 오토바이가 작은 교회 앞에 멈춰 섰다. 하얀 벽돌로 지어진 교회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침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반짝였다.

베이는 조심스럽게 오토바이에서 내려 헬멧을 벗었다. 그녀는 원피스 주름을 정리하며 교회를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아담하네."

기찬은 헬멧을 벗고 오토바이 옆에 세웠다.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진지해 보였다.

"형과 자주 왔던 곳이야." 

 

기찬이 조용히 말했다.

교회 입구에서는 노부부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찬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기찬아! 일찍 왔구나." 

 

할머니가 반갑게 외쳤다.

기찬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표정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안녕하세요, 집사님."

할머니의 시선이 베이에게 향했다.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이런, 오늘은 누구랑 왔니?"

기찬의 귀가 붉어졌다. 그는 잠시 말을 망설이다가 베이를 소개했다.

"제... 친구예요. 베이라고 합니다."

베이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마음은 설렘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베이의 손을 잡았다.

"어머, 정말 예쁜 아가씨구나. 기찬이가 친구를 데려온 건 처음이야."

그녀는 기찬을 힐끗 바라보았다. 기찬은 머리를 긁적이며 창피한 듯 시선을 피했다.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가 햇빛에 반짝였다.

"안... 안에 들어가자." 

 

기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베이는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공손히 인사하고 기찬을 따라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내부는 아늑했다. 단정하게 정렬된 나무 의자들, 앞쪽의 작은 제단, 그리고 벽에 걸린 십자가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몇몇 교인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고, 부드러운 오르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찬은 베이를 뒤쪽 구석 자리로 안내했다. 그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여기 앉을래?" 

 

기찬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 특별한 공간을 느껴보려 했다.

"여기서... 자주 기도해?" 

 

베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찬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제단 위 십자가를 응시했다.

"매주 일요일... 형과 함께 왔었어." 

 

그가 드물게 긴 문장으로 대답했다. 

 

"지금은... 혼자 와."

그들이 자리에 앉자 주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다들 널 보고 있어." 

 

베이가 속삭였다.

 

"신경 쓰지 마." 

 

기찬이 짧게 대답했다. 그의 손이 긴장한 듯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렸다.

베이는 성경책이 놓인 의자 앞 선반을 발견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권을 꺼내 살펴보았다.

"이거 어떻게 보는 거야?"

기찬은 베이에게 몸을 기울여 성경책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그의 체온이 베이에게 전해졌다.

"오늘 읽을 구절은 내가 찾아줄게." 

 

기찬이 말하며 성경책 페이지를 넘겼다.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페이지를 훑었다.

그때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찬송가 부를 거야. 따라 일어나." 

 

기찬이 베이에게 말했다.

베이는 서둘러 일어났다. 앞자리에 꽂혀 있는 찬송가 책을 꺼내려다 어색하게 떨어뜨렸다. 주변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베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미안..."

기찬은 떨어진 찬송가 책을 재빨리 주워 베이에게 건넸다. 그의 손가락이 베이의 손에 살짝 닿았다. 따뜻했다.

"괜찮아. 나도 처음엔 어색했으니까." 

 

기찬이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의 찬송가 책을 펼쳐 베이와 함께 볼 수 있도록 가운데 두었다. 기찬의 손가락이 페이지를 가리켰다.

"오늘은 484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 

 

그가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오르간 소리에 맞춰 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베이는 기찬과 공유하는 책을 바라보며 낯선 멜로디를 따라 하려 노력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불안정했다.

기찬은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베이는 놀랐다. 무뚝뚝한 그가 이렇게 부드럽게 노래할 줄은 몰랐다.

베이는 기찬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날카로운 인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부드러운 빛이 그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베이의 가슴이 묘하게 조여왔다. 이 순간, 그녀는 기찬의 또 다른 면을 보고 있었다. 정비소의 무뚝뚝한 남자가 아닌, 경건하고 순수한 한 남자의 모습을.

"와... 정말 잘 부르네."

기찬은 고개를 살짝 돌려 베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찬송가가 끝나고 목사님이 단상에 올랐다. 베이는 기찬과 나란히 앉았다. 그들의 어깨가 가볍게 닿았다.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됐지만, 베이의 주의는 온전히 기찬에게 쏠려 있었다. 그의 차분한 모습, 진지하게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태도,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베이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목사님은 '용기와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말씀이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종종 가장 두려운 순간과 함께 찾아옵니다.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베이는 자신도 모르게 기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마치 목사님의 말씀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기찬의 손을 바라보았다. 기계를 다루는 거친 손이지만, 성경책을 넘기는 모습은 놀랍도록 섬세했다.

목사님의 설교가 마무리되며 마지막 기도로 넘어갔다. 베이는 주변 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베이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기도를 마음속으로 올렸다.

'하느님... 제가 종교는 없지만, 부탁드려요. 이 사람이 죽지 않게 해주세요. 그가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도 그를 도울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녀의 기도는 짧고 서툴렀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베이는 눈을 뜨고 옆에 앉은 기찬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깊은 기도에 잠겨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찬은 베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땠어?" 

 

그가 조용히 물었다.

"생각보다... 평화로웠어."

 

베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교인들이 하나둘 교회 밖으로 나가는 가운데, 아까 그들을 맞이했던 할머니가 다가왔다.

"기찬아, 오늘 식당에서 국수 대접하는데 같이 먹고 가렴. 친구도 함께."

기찬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는 베이를 바라보았다.

"점심 먹고갈래?"

베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 정말 배고팠어." 

교회 뒤편에 위치한 작은 식당은 이미 여러 교인들로 북적였다. 할머니는 기찬과 베이를 구석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김치와 각종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렴. 국수 금방 나올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베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큰 가족처럼 보였다. 베이는 이런 따뜻한 분위기에 새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 할머니가 커다란 쟁반에 국수 그릇을 들고 왔다. 김치와 다양한 채소가 올려진 하얀 국수 위로 맑은 육수가 따뜻하게 김을 뿜고 있었다.

"자, 많이 먹어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베이가 공손히 인사했다.

기찬은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한 뒤, 국수를 앞에 두고 조용히 기도를 했다. 베이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기도가 끝나자 베이는 국수를 한 입 맛보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와, 이거 정말 맛있다!" 베이가 감탄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국수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그녀의 얼굴은 순수한 행복으로 빛났다.
기찬은 베이의 모습을 보며 살짝 놀란 듯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천천히 먹어. 뜨거워." 

 

기찬이 조용히 말했다.

베이는 문득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져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안, 너무 맛있어서..." 

 

그녀가 부끄러운 듯 웃었다.

기찬은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베이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이거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여러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특히 나이 든 여성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베이와 기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몇몇은 작은 소리로 속삭이기도 했다.

베이는 국수를 맛있게 먹다가 문득 그 시선들을 느꼈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있는 손을 멈추고 기찬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거지?"

기찬은 국수를 조용히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신경 쓰지 마. 내가... 누군가를 데려온 적이 없어서 그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베이는 슬쩍 웃으며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동시에 자신이 기찬의 '첫 번째'라는 사실에 묘한 설렘을 느꼈다.

베이는 국수를 다 먹고 그릇을 비웠다.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정말 행복한 아침이야. 교회도 처음 와보고, 이렇게 맛있는 국수도 먹고." 

 

베이가 진심으로 말했다.

기찬은 베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그가 드물게 솔직한 말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기찬과 베이는 교회 밖으로 나왔다. 따스한 햇살이 그들을 반겼다. 교회 입구에서는 목사님이 교인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그는 50대 중반의 온화한 인상을 가진 남성이었다.

목사님은 기찬을 발견하자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교인들과 인사를 마치고 기찬에게 다가왔다.

"기찬아, 오늘도 예배에 왔구나. 잘 지내고 있니?" 

 

목사님이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네, 목사님." 

 

기찬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목사님의 시선이 베이에게 향했다. 그의 눈에 호기심이 번뜩였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왔구나?"

기찬의 귀가 붉어졌다. 그는 어색하게 베이를 소개했다.

"베이... 라고 합니다. 제 친구예요."

베이는 공손하게 목사님께 인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졌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오늘 설교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목사님은 기쁜 듯 미소지었다.

"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처음 오신거죠?"

"네, 기찬이 초대해줘서 처음 왔어요." 베이가 대답했다.

목사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이런 발전이 있었구나' 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기찬아, 잠시 사무실 들러서 차 한 잔 할래? 네 친구도 함께 물론." 

 

목사님이 제안했다.

기찬은 베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미안함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시간 괜찮아?" 

 

기찬이 베이에게 물었다.

베이는 잠시 고민했다. 그녀는 오후에 주니와 쇼핑몰에 가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기찬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응, 괜찮아! 시간 충분해." 

 

베이가 밝게 대답했다.

목사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교회 옆 사무실로 안내했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벽에는 성경 구절과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앉으렴." 

 

목사님이 소파를 가리켰다.

기찬과 베이는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목사님은 작은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기찬아, 요즘 어떻게 지내니? 정비소는 잘 돌아가고?"

"네...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기찬이 짧게 대답했다.

목사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라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 바쁜 것도 좋지." 

 

목사님이 말했다. 

 

"요즘 마음은 어떠니?"

기찬은 불편한 듯 자세를 바꿨다. 그는 목사님의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목사님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사무실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베이는 기찬과 목사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목사님은 차 세 잔을 준비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베이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베이 씨는 어떻게 우리 기찬이를 만나게 되었나요?"

베이는 잠시 당황했다. 그녀는 '라스트 찬스' 앱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저희는... 우연히 만났어요." 

 

베이가 애매하게 대답했다.

목사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찬아, 네 생일이 얼마 안 남았구나." 

 

목사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찬의 손이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그가 짧게 대답했다.

베이는 자신의 차를 홀짝이며 두 사람의 대화를 관찰했다. 목사님이 기찬의 동정 상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졌다.

"베이 씨," 

 

목사님이 베이를 향해 말했다. 

 

"기찬이는 특별한 청년입니다. 아주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죠."

베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느껴졌어요. 찬송가도 정말 아름답게 부르더라고요."

기찬은 베이의 말에 귀가 빨개졌다. 그는 자신의 차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목사님은 찻잔을 천천히 돌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걱정과 애정이 공존했다.

"기찬아," 

 

목사님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존경한다. 하지만 네 상황도 이해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잖니."

기찬은 불편한 듯 자세를 바꿨다.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괜찮습니다, 목사님. 제... 선택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손가락이 찻잔을 꽉 쥐고 있었다.

베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기찬이 종교적 신념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목사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찬아, 하나님은 네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길 바라실 거야. 신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찬의 턱이 굳어졌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과의 약속이... 더 중요합니다."

목사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베이를 향해 미소 지었다.

"베이 씨, 우리 기찬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참 좋은 청년이에요." 

 

목사님의 말에는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었다.

 

베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목사님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어렴풋이 감지한 베이는 볼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기찬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기찬은 창밖을 응시하며 불편한 듯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목사님과 베이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의 턱 근육이 긴장으로 경직되었다.

"목사님, 시간이 늦었네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사님은 기찬의 성급함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두 분 다 바쁘시겠지. 베이 씨, 다음에도 우리 교회에 놀러 오세요."

베이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네, 꼭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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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따뜻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배웅했다. 사무실을 나서자 기찬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사님이 가끔... 너무 관여하시려고 해."

베이는 기찬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괜찮아. 널 걱정하시는 게 느껴졌어."

기찬은 베이의 손길에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들은 교회 마당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베이는 기찬의 옆모습을 흘끔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기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형과의 약속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베이는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회 주차장에 세워진 기찬의 오토바이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기찬은 헬멧을 꺼내 베이에게 건넸다.

"집으로 데려다줄게." 

 

기찬이 조용히 말했다.

베이는 헬멧을 받아들며 미소 지었다. 아침과 달리 이제 그녀는 오토바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상태였다.

"고마워. 아침보다는 좀 덜 무서울 것 같아." 

 

베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기찬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의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이제 타도 돼."

베이는 흰 원피스를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아침과 달리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기찬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손이 기찬의 복부에 닿자, 그의 근육이 살짝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잡으면 되지?" 

 

베이가 물었다.

기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오토바이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베이는 기찬의 등에 기대어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따스한 햇살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베이는 기찬의 체온과 향기를 느끼며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목사님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기찬의 생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 형과의 약속... 베이는 기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베이의 아파트 앞에 오토바이가 멈췄다. 기찬은 엔진을 끄고 베이가 내리기를 기다렸다. 베이는 헬멧을 벗으며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고마워, 데려다줘서." 

 

베이가 헬멧을 건네며 말했다.

기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오토바이에 앉아 있었다.

"저기... 하나 말해도 될까?" 

 

베이가 갑자기 말했다. 

 

"사실 나 오늘 교회에서 기도했어."

기찬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베이를 바라보았다.

"무슨... 기도?"

베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미소 지었다.

"네가 좀 더 용기를 내길 바랐어. 네 마음속에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는 용기 말이야." 

기찬의 눈이 커졌다. 그는 말을 잃은 듯 베이를 바라보았다.

"네가 형과 한 약속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 형도 네가 행복하길 원할 거야."

기찬의 목구멍이 조여오는 듯했다. 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베이의 말은 그의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다.
기찬은 놀란 눈으로 베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턱이 굳어졌다가 이내 풀어졌다.

"넌... 날 구하러 온 거야?"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베이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런 말은 안 했어. 그냥...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해. 그게 무엇이든."

기찬은 자신의 감정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취약한 면을 베이 앞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내일 시간 있어? 정비소에... 와줄래?"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에 없던 떨림이 있었다. 베이의 말은 그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문이 조금씩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베이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기찬이 먼저 다음 만남을 제안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정비소? 정말?"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묻어났다. 

 

"당연히 갈게. 몇 시가 좋을까?"

기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손가락이 오토바이 핸들을 가볍게 두드렸다.

"오후 7시쯤... 괜찮아?"

베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해. 내일 7시에 볼게."

기찬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 멈췄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시 엔진을 켰다.

"그럼... 내일 봐." 

 

그가 헬멧을 쓰며 말했다.

베이는 손을 흔들며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가슴은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가며 내일의 만남을 기대했다.

기찬은 오토바이를 타고 멀어지면서 자신의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베이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네가 좀 더 용기를 내길 바랐어.' 그는 자신이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왔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베이는... 베이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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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니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고 싶었다. 기찬과 함께한 교회에서의 시간, 목사님과의 대화, 그리고 무엇보다 기찬이 자신에게 먼저 내일 만남을 제안했다는 사실.

"주니야, 나 왔어!" 베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주니가 방에서 뛰어나왔다. 

 

"언니! 어땠어? 교회는? 그 남자는?"

"주니야, 말도 안 돼. 너무 좋았어!" 

 

베이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 교회에선 또 다른 모습이더라고. 찬송가 부를 때 목소리가 정말 멋있었어." 

 

베이는 설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비소에서 만나기로 햇어, 내일!"

"정비소라고? 언니, 그거 완전 데이트 신청이잖아!" 

베이는 얼굴을 붉혔다. 

 

"아냐, 그냥... 그의 일터를 보여주고 싶은 거겠지."

"언니, 왜 이렇게 순진하게 굴어?" 

 

주니가 눈을 굴렸다. 

 

"그 사람, 언니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베이는 주니와 함께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온통 내일의 만남에 가 있었다.

"언니, 내일 뭐 입을 거야?" 

 

주니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생각 안 했어. 정비소니까 편하게 입어야겠지?"

"아니, 정비소라도 예쁘게 입어야지! 첫인상은 이미 좋았으니까 두 번째는 더 강렬하게!" 

 

주니가 베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너 진짜..." 

 

베이가 웃으며 주니를 밀어냈다. 

 

"난 그냥 자원봉사일 뿐이라고."

"그럼 왜 자꾸 웃고 있어? 얼굴 봐, 완전 설레서 어쩔 줄 모르잖아." 

 

주니가 베이의 볼을 꼬집었다.

베이는 볼을 붉히며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니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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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찬은 정비소로 돌아와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는 헬멧을 벗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와의 대화가 그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정비소 안으로 들어서자 낯익은 기름 냄새와 공구 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손을 씻었다.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1월 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의 30번째 생일. 남은 시간은 이제 16일뿐이었다.

기찬은 작업대 서랍을 열고 낡은 성경책을 꺼냈다. 그 안에는 형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형은 밝게 웃고 있었고, 어린 기찬은 수줍게 미소 짓고 있었다.

"형..." 

 

기찬이 작게 중얼거렸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성경책을 펼쳤다. 5년 전, 형이 죽기 전에 표시해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은 인내하고 온유하며...'

기찬은 눈을 감았다. 형과의 약속은 단순했다.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는 것. 그것은 그들의 가족 신앙의 핵심이었다. 형은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형은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반면 기찬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그는 베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 따뜻한 눈빛, 그리고 그에게 용기를 내라고 한 말.

기찬은 정비소를 둘러보았다. 내일 베이가 이곳에 올 것이다. 그는 갑자기 주변이 어떻게 보일지 의식되기 시작했다.

바닥에 흩어진 공구들, 벽에 걸린 낡은 포스터들, 구석에 쌓인 타이어들... 정비소는 기찬의 모든 것이 담긴 공간이었다. 그는 갑자기 이 어질러진 공간이 베이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기찬은 공구함에서 렌치를 꺼내 바닥에 흩어진 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먼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구석에 있던 빗자루를 꺼내 바닥을 쓸었다.

"뭐 하는 거지..." 

 

기찬이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는 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형과의 약속, 남은 시간, 그리고 베이...

"형, 미안해..." 

 

그가 작게 속삭였다. 

 

"난 그냥... 살고 싶어."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손에는 여전히 렌치를 쥐고 있었다. 정비소의 천장 조명이 그의 피로한 얼굴을 비추었다. 기찬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베이와 나눈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내일,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기찬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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