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스 (1) Dance with Darkness

뤼튼 캐릭터챗 '제라스'

create by 예리엘

edited by 베이글

 

 

 

⌈ 당신은 외진 숲 속에 있는 새까만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누가 봐도 음산하고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저택...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당신은 잘 알았다.
'하필이면 많고 많은 게임 중에...!'
당신은 사랑에서 비롯된 수많은 부정스러운 감정 속에서 태어난 악마 '제라스'가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저택 속에서 탈출하거나 그에게 사랑을 가르쳐줘 살아남아야 하는 로판을 가미한 공포게임을 하다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곳에 빙의해 숲 속을 서성이고 있던 것이다. 엑스트라인 듯한 '로버트'라는 현상금 사냥꾼과 마주쳐 합류한 게 불행 중 다행일까. 아무래도 혼자인 것보다는 둘이 나았다. 아무튼 저택을 발견했다는 것은 제라스가 그들을 '초대'했다는 뜻이었다. 즉, 도망칠 수 없었다. 그리고 로버트는 도망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애초에 악마를 사냥해 돈을 벌 생각이었다고 했으니까. 저택의 문이 열리자 흑발에 붉은 눈을 한 아름다운 청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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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이는 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1년 전 교통사고의 트라우마로 여전히 외출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몇 주 전, 친구가 강력히 추천해 준 호러 게임 '불신의 덫'이 오랜만에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도 그녀의 취향에 꼭 맞았고, 방대한 세계관은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는 듯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잊혀진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즐거운 기분에 젖어들었다.

자정이 훌쩍 넘어가고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다. "악! 또 죽었네!" 자신과 이름이 비슷해 더욱 애착이 가는 약사 캐릭터 '세이지'를 한참 플레이하다가 이번에도 배드 엔딩을 맞이하고는 침대에 풀썩 누워 눈을 감았다.

 

방 안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게임 시작 화면이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서 그녀의 방을 밝히고 있었다. 그 빛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그녀를 다시 게임 속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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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코 끝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한기를 느끼며 눈을 뜨자, 숲 속 한복판에 서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 세이지가 약초를 캐고 다니던 게임 속 숲, 바로 에레보스였다.

'꿈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린넨 원피스를 입고 가죽 가방을 어깨에 맨 세이지와 똑같은 차림이었다. 몸을 더듬어보니 마치 현실처럼 옷과 피부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지금 게임 속에 들어와 있었다.

"실화야?!"

세이지의 외침이 울창한 숲에 메아리쳤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듯했다. 이 놀라운 상황이 믿기지 않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짙은 녹음...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마치 그녀를 이곳에 더욱 깊이 끌어당기는 듯했다.

따스한 햇살이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한낮의 숲은 의외로 음산하지 않았다. 푸르른 이끼가 나무줄기를 타고 자라났고, 온갖 야생화가 숲 바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잎새를 흔들며 살랑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숲이었지만… 깊숙한 곳에서는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다.

게임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지형지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허리를 굽혀 자주 보이는 약초들을 채집하면서도, 그녀의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이끼 낀 바위 틈새에서 귀한 약초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캐내었다.

세이지는 가죽 가방 안에 넣어둔 약초들을 정리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게임 속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이 숲이 이렇게 실감나게 느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약초의 향긋한 향기, 흙냄새, 그리고 피부를 스치는 바람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단순한 게임의 배경이 아닌, 그녀의 새로운 현실이 되어버린 듯했다.

✔️미션명: 에레보스 숲 탐험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달성조건: 약초 5종 이상 수집
⚠️주의사항: 해가 지기 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야호! 이런 곳에 희망의 안개가 있네!"

이미 게임 속 세상에 흠뻑 빠진 듯, 세이지가 작은 연못 근처에서 약초를 캐내며 기뻐했다. 연한 꽃잎이 안개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신비로운 꽃이었다.

가방 속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빛나는 뿌리'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치 황금실처럼 가늘고 섬세한 그 뿌리는 체력을 강화시키는 귀한 약재였다. 그 옆에는 '어둠의 열매'가 둥글게 놓여 있었다. 깊은 자주빛을 띠는 그 열매는 수면을 유도하는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

'희망의 안개꽃'은 연한 꽃잎이 마치 안개처럼 흐릿하게 피어 있었고, '달빛의 이슬'이라 불리는 하얀 꽃은 달빛처럼 은은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붉은 심장초'는 심장 모양의 잎사귀가 특징적인 약초로, 그 선명한 붉은색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 같았다.

✔️미션명: 에레보스 숲 탐험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조건: 약초 5종 이상 수집 (달성)
✔️보상: 체력회복약 제조법 획득

 

세이지는 모아둔 약초들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이쪽으로 와 보세요. 뭔가 수상한 게 보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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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벌써 시작된 건가?'

세이지는 큰 나무 기둥 뒤에 몸을 숙이고 숨었다. 아까 숲에서 마주친 악마사냥꾼 로버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성가시게 따라오길래 일부러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을 빠르게 가로지르며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세이지를 부른다는 것은 게임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제라스의 저택에 들어가면 그곳을 탈출하거나 진정한 사랑을 증명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이 세계에 들어온 그녀가 사랑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른 탈출 루트를 찾거나 저택에 들어가기 전 숲을 탐험하며 유용한 아이템을 더 찾고 싶었다.

 

그러나 로버트의 저돌적인 목소리가 세이지가 몸을 숨긴 방향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세이지는 재빨리 가방에서 '어둠의 열매'를 꺼내들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입술을 깨물고는 열매를 으깨어 주변의 나무와 풀에 뿌렸다. 어둠의 열매 특유의 수면 유도 성분이 퍼져나가자, 그 근처를 지나는 작은 동물들이 하나둘 졸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가씨? 어디 계신 거예요?"

로버트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세이지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버트가 열매 가루가 뿌려진 곳을 지나쳤고, 그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그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세이지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잠시 동안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숲의 고요함 속에서 로버트의 깊은 잠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그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로버트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세이지는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안해요. 저는 아직 저택에 들어갈 생각이 없거든요."

세이지는 다시 '어둠의 열매'를 로버트의 이마와 목덜미에 부드럽게 발랐다. 자줏빛 열매의 진액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그의 평화로운 수면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 잎'이라 불리는 거대한 초록잎을 몇 장 뜯어와 로버트의 몸을 덮어주었다. 이 잎사귀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거면 밤까지는 편히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녀는 잠든 로버트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속에서 로버트는 탐욕스러웠지만, 그래도 악인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세이지를 좋아한다며 저택으로 이끌려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세이지는 로버트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마음 속의 갈등이 가라앉기를 바랐다. 그가 과연 이 게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미션명: 제라스의 저택 찾기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달성조건: 저택 발견 및 진입
⚰️생존률:22% (▲2% 로버트 따돌리기 성공)
⚠️주의사항: 해가 지면 숲이 위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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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 오래된 지도를 꺼내들었다. 게임 속에서 수없이 보아온 에레보스의 지도… 그녀는 손가락으로 각각의 지역을 짚어가며 중얼거렸다.

"잃어버린 영혼의 연못은 원혼들이 떠도는 곳이니 제외해야 하고… 저주받은 고원은 말할 것도 없지… 바람의 초원은 밤이 되면 칼날 같은 바람이 분다고 했으니..."

그녀의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구름의 평원'에서 멈췄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낮게 깔린 구름이 마치 이불처럼 대지를 덮고 있어 시야는 좋지 않지만, 그만큼 숨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여기가 괜찮겠군..."

세이지는 속으로 결심하며 구름의 평원으로 향할 길을 계획했다. 안전한 장소에서 숨을 고르며 다음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녀는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며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미션명: 구름의 평원 도달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달성조건: 해질녘 전까지 도착
💡TIP: 구름의 평원에는 안전한 동굴이 있습니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가는 숲길을 따라 세이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구름의 평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숨의 골짜기'를 지나야만 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자 점점 안개가 짙어졌다. 이따금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조차 마치 한숨 소리처럼 들리는 이 골짜기는, 오래전 연인의 배신으로 목숨을 끊은 여인의 한숨이 서려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었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방향을 확인하던 세이지의 발걸음이 멈췄다. 거대한 바위 틈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지도상으로는 이 바위를 지나면 구름의 평원이 나올 터였다.

"여기서 길을 찾을 수 있겠지…"

바위 틈을 빠져나오자 마치 구름으로 만든 이불을 깔아놓은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하얀 구름이 끝없이 펼쳐진 평원…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구름이 흩날릴 때마다 그 아래 숨겨진 보랏빛 들꽃이 얼핏얼핏 모습을 드러냈다.

"와, 정말 아름다워…"

세이지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미션명: 구름의 평원 도달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조건: 해질녘 전까지 도착 (달성)
⚠️주의사항: 구름 속에 숨은 동굴을 찾으세요
💡TIP: 보랏빛 들꽃이 동굴 입구를 알려줍니다

 

멀리 산맥 너머 노을은 이제 짙은 어둠과 섞여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보랏빛 들꽃이 군데군데 피어있는 것을 발견한 세이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보랏빛 들꽃이!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발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 이끼'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뜯어 손에 쥐었다. 달빛처럼 부드러운 광채를 내뿜는 이끼는 훌륭한 자연 등불이 되어주었다.

보랏빛 들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구름 사이로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천장에서는 푸른빛을 내는 발광충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이끼가 깔려 있어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는 작은 지하수가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정말 편안하네…"

 

동굴은 아지트로 쓰기 충분해 보였다. 해가 완전히 지고 동굴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세이지는 동굴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달빛 이끼를 주변에 두고 주위를 감상했다.

 

현실에서는 집 앞에 한 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렇게 위험천만한 게임 속 세계에서 마치 탐험가처럼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것도 이런 호러 게임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달빛 이끼의 은은한 푸른빛이 동굴 벽에 비치자 세이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험을 지금 이곳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슴 한 켠을 설레게 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숲을 누비고, 약초를 채집하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때, 동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붉게 빛나는 그것은…

"누구… 세요?"

세이지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동굴의 고요함 속에서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울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그 빛의 정체를 알아보려 했다.

"혹시… 내가 해를 끼쳤나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숨을 고르며, 그녀는 그 빛이 무엇인지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결심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녀는 그 신비로운 빛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션명: 동굴 속 정체불명의 존재와 조우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달성조건: 안전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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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컹컹! 날카롭고 작게 울부짖는 소리가 동굴 깊숙이서 퍼져 나왔다. 마치 새끼 강아지 같은 소리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형체, 마치 연기가 엉켜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달빛 이끼의 미약한 빛 속에서 드러난 것은… 작은 강아지 모양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가 없었다. 마치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듯 몸체가 흔들리며 일렁였고, 오직 두 개의 붉은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림자 강아지는 세이지를 보자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겁에 질린 듯 작게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동굴 벽에 그림자처럼 붙어 떨고 있는 모습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았다.

세이지는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요동쳤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이며 그녀의 손은 떨렸다.

"괜찮아, 해치지 않을게…"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그 작은 존재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미션명: 그림자 강아지와의 조우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달성조건: 그림자 강아지의 신뢰 획득

 

세이지는 몸을 숙여 자세를 낮추고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림자 강아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이지가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자, 그림자 강아지의 형체가 살짝 일렁이며 반응했다.

이런 그림자 형태의 동물들은 제라스의 저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학대당해 죽은 동물들의 영혼이 모여 만들어진 존재들… 그들은 제라스의 저택에서 새로운 생을 얻었지만,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동굴 깊숙이 혼자 있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림자 강아지는 조심스레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그의 형체는 마치 검은 연기처럼 흔들렸지만, 강아지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이 느껴졌다. 세이지의 손바닥을 향해 조심스럽게 코를 들이밀었다.

"이리 와봐... 쿠키 먹을래?"

터져 나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작은 존재가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림자 강아지는 쿠키의 향기를 맡으며 더욱 가까이 다가왔고, 세이지는 그 순간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쿠키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림자 강아지는 형체가 흔들리면서도 꼬리를 살랑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쿠키를 코로 킁킁거리더니, 입을 벌려 한 입 베어물었다. 신기하게도 쿠키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세이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림자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안개를 만지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그림자 강아지는 그 손길이 좋았는지 붉은 눈을 반짝이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세이지의 무릎 옆으로 바짝 붙어 앉더니, 그림자 같은 머리를 그녀의 손에 비비적거렸다.

"너도 외로웠구나…"

세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 작은 존재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림자 강아지는 마치 그녀의 말에 응답하듯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 세이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미션명: 그림자 강아지와의 조우
✔️미션 진행상태: ✅완료
✔️보상: 동료 획득
⚠️주의사항: 그림자 강아지가 당신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검은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거리자, 검은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듯이 보였다.

"어쩌다 이 멀리까지 온 거니?"

세이지는 제 앞에 발라당 누운 그림자 강아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버리다니…"

게임 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저 아이템으로 취급하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첫 반려견도 길을 잃고 헤매던 이런 새까만 새끼 강아지였다. 그렇게 키우게 된 것이 자그마치 10년이었다.

"너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겠지…"

에레보스의 밤공기가 달라졌다. 늘 스산하고 음울했던 숲이 마치 따스한 숨결을 내쉬는 듯했다. 그림자 강아지의 꼬리가 휘날릴 때마다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지만, 그 모습조차 동굴의 달빛 이끼와 어우러져 신비롭게 빛났다.

세이지는 망토를 끌어당겨 몸을 감싸고, 그림자 강아지를 무릎 위로 끌어안았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잘 자... 좋은 꿈 꿔."

동굴 입구로 스며드는 달빛이 두 존재를 은은하게 비추며,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미션명: 평화로운 휴식
💡TIP: 동굴은 일시적인 안식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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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비치는 햇살에 세이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새벽 공기의 찬 기운이 아늑한 동굴 안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제 어쩌지…"

그림자 강아지의 형체는 점점 더 불안정해 보였다. 검은 연기가 더 자주, 더 많이 피어올랐다.

 

그림자 강아지는 세이지가 일어나자마자 그녀의 다리에 검은 연기처럼 달라붙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날 두고 가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세이지는 지도를 펼쳐들고 저택의 위치를 응시했다. 그림자 강아지는 저택의 영향력 아래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저택으로 돌아간다면 그곳의 주인과 마주쳐야 할 것이다.

동굴 밖으로 스며드는 새벽 햇살이 그림자 강아지의 형체를 더욱 흐릿하게 만들었다. 강아지는 불안한 듯 낑낑거리며 세이지의 망토 자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괜찮아, 내가 함께 있을게."

세이지는 부드럽게 말을 건네며 강아지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결단이 필요했다. 저택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이곳에 남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지…

⚠️주의사항: 저택을 멀리할수록 그림자 강아지는 약해집니다
💡TIP: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세이지는 결심한 듯 지도를 접었다. 가방을 다시 어깨에 매고 동굴을 나왔다. 동굴 입구에서 세이지는 그림자 강아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우리 꼬마야, 이름을 지어줄까? 너무 까만데… '달이'는 어때? 네 눈은 밤 하늘의 달처럼 반짝반짝하잖아."

그림자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기뻐했고, 그때마다 검은 연기가 폴폴 피어올랐다. 세이지는 저택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달이에게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달이는 가끔 킁킁거리며 마치 세이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세이지는 가방에서 빈 약병들을 꺼내보았다. '어둠의 열매와 달빛 이슬을 섞어 연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림자처럼 보이는 연막이라면…'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저택의 그림자 속에 숨어들 방법이 떠오른 듯했다.

세이지는 결심을 다지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션명: 저택 잠입 계획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난이도: ⭐️⭐️⭐️⭐️
✔️달성조건: 안전한 잠입 루트 확보
💡TIP: 연금술 지식을 활용하세요

 

저택으로 향하는 길목, 고요한 호숫가의 바위 위에 세이지는 연금술 책을 펼쳐두고 약초들을 정성스럽게 분류했다. 어둠의 열매를 갈아 달빛 이슬과 섞자 보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기에 붉은 심장초의 즙을 한 방울 떨어뜨리자, 연기가 검게 변하며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미스티 스무디'가 완성된 것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걸로 나도 너처럼 그림자가 될 수 있을 거야."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에 손을 대보자, 세이지의 손이 연기 속에 사라진 듯 보였다.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대략 30분 정도면 달이를 저택에 데려다 주고 나오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빈 약병에 미스티 스무디를 담고, 다시 저택을 향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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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 시야에 들어오자, 달이의 형체가 더욱 선명해졌다. 하지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저택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위협하듯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세이지는 기억을 더듬었다. 와인 창고의 비밀 통로는 너무 좁고 어두웠고, 지하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주방 뒷문은 제라스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달이가 낑낑거리며 세이지의 다리에 비비적거렸다. 마치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림자 강아지의 형체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걸 보니, 이곳이 달이의 본거지임이 분명했다. 세이지는 마음을 다잡고 저택의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미션명: 저택 잠입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난이도: ⭐️⭐️⭐️⭐️
✔️달성조건: 안전한 침입로 확보

 

"그래… 너도 집에 돌아오니까 좋지? 얼른 가보자."

세이지가 약병에 담긴 미스티 스무디를 한 입에 털어 마셨다. 물약이 세이지의 몸에 스며들자 그녀의 형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달이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점점 그림자처럼 변해갔다. 손을 들어올려보니 반투명한 모습이 마치 유령 같았다. 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달이는 기쁜 듯 세이지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림자 강아지의 꼬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세이지의 그림자와 섞여 춤추는 듯했다.

주방 뒷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 세이지는 담벼락에 몸을 숨겼다. 달이는 익숙한 듯 주변을 살폈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채로 저택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의 효과는 30분입니다

 

"쉿…"

세이지가 달이를 보며 손가락을 들어 입을 가렸다. 살짝 열린 주방 문 사이로 달콤한 향이 새어나왔다. 세이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비치는 주방은 고요했다.

달이는 익숙한 듯 주방 구석으로 달려가 웅크렸다. 그곳엔 작은 쿠션이 놓여 있었고, 분명 달이의 잠자리인 듯했다. 세이지의 그림자 형체가 흔들리며 달이의 모습과 섞여들었다.

주방 한켠에 놓인 찬장 위로 시선이 향했다. 그곳엔 오래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시계는 이미 10분이 지나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 효과 20분 남음

'다행이다, 제라스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나봐.'

세이지는 달이가 쿠션 위를 뱅글 돌며 냄새를 맡고 몸을 웅크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주방에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 달이에게 다가갔다.

"이제 길 잃으면 안 돼. 이 똥강아지야."

세이지는 가방에서 쿠키를 하나 더 꺼내 달이 머리 맡에 두었다. 쿠키를 발견한 달이의 붉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때, 위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달이의 귀가 쫑긋 서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라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이지의 그림자 형체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창문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점점 강해지며 주방을 밝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이는 세이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을 거야…" 세이지는 달이를 향해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 순간, 주방 바닥에 떨어져 있던 유리병을 밟고 말았다.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쨍그랑—!' 세이지의 그림자 형체가 순간 흔들렸다.

 

위층의 발소리가 멈췄다가, 이번에는 더 빠르게 계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이제 겨우 15분… 아직 미스트 스무디의 효과가 남아있었지만, 제라스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이지는 심장이 요동치며, 급박한 상황 속에서 탈출의 길을 찾아야만 했다.

✔️미션명: 긴급 탈출
✔️난이도: ⭐️⭐️⭐️⭐️⭐️
✔️달성조건: 즉시 탈출
✔️보상: 생존
❤️호감도:제라스(0%)
⚰️생존률:28% (▼2% 위기상황)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 효과 15분 남음
💡TIP: 빠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세이지는 본능적으로 뒷문을 향해 달렸다. 주방 문이 마치 누군가가 밀어붙인 것처럼 쾅- 하고 닫혔다. 문 주변에서 어두운 마법의 기운이 피어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세이지의 그림자 형체는 공포로 인해 더욱 흐려졌다.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제는 제라스의 검은 구두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때, 달이가 갑자기 멈춰 서서 찬장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통풍구가 있었다. 달이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통풍구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이 통풍구가 탈출의 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이지는 서둘러 그곳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림자 형태 덕분에 좁은 통풍구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달이도 연기처럼 녹아들어 함께 따라왔다.

'쿵… 쿵…' 제라스의 발걸음이 주방에 도달했다. 통풍구 안에서 숨을 죽였다. 달이는 세이지의 그림자와 섞여들며 둘 다 더욱 희미해졌다. 바로 그때, 달이가 실수로 재채기를 했다. '햅취—!'

통풍구를 타고 달이의 재채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소리는 마치 바람 소리처럼 들렸다.

 

"하아…" 제라스는 주방을 둘러보다가 깨진 유리병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이지는 달이의 머리를 살짝 콩 때리고는 입에 검지를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미션명: 통풍구 탈출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호감도:제라스(0%)
⚰️생존률:25%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 효과 8분 남음
💡TIP: 달이의 재채기를 조심하세요

 

제라스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마치 통풍구를 꿰뚫어볼 것처럼 빛났다.

 

세이지는 최대한 조심히 움직였다. 두 그림자는 서로 뒤엉켜 더욱 짙어졌다가, 점점 희미해졌다. 통풍구 속 먼지가 그들의 형체를 가려주는 듯했다.

복잡하게 얽힌 통풍구의 미로 속에서 세이지는 잠시 망설였다. 왼쪽으로 향하는 길과 오른쪽으로 향하는 길. 달이가 왼쪽을 가리키자 세이지는 그 방향을 따라 기어갔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저택의 홀 입구 위에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커다란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미스트 스무디의 효과가 끝나기까지 1분… 세이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미션명: 마지막 탈출
✔️미션 진행상태: ⚠️위기
✔️난이도: ⭐️⭐️⭐️⭐️⭐️
✔️보상: 생존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 효과 1분 남음
💡TIP: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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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쿠키를 달이에게 건네며 속삭였다. "착하지, 이제 가봐야 해..." 달이의 붉은 눈동자가 슬프게 빛났다. 세이지의 손길이 달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세이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이 연기처럼 녹아내리며 통풍구 아래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손길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제라스의 창백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고,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를 응시했다.

바로 그때, 달이가 통풍구에서 뛰어내렸다. 그림자 강아지는 제라스의 품에 안긴 세이지를 향해 달려들었고, 세 존재의 그림자가 한데 뒤엉켰다.

 

"이런…" 그가 중얼거렸다. 미스트 스무디의 효과가 끝나면서 세이지의 형체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미션명: 예상치 못한 만남
✔️달성조건: 제라스와의 첫 대면
✔️보상: 미정
❤️호감도:제라스(0%)
⚰️생존률:23% (▼2% 극도의 위험)
⚠️주의사항: 미스트 스무디 효과 종료
💡TIP: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세이지의 눈동자가 제라스와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이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의 차가운 손길이 닿자 세이지는 움찔하며 몸이 경직되었다.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제라스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했다.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와 대조를 이루는 까만 머리칼, 그리고 피처럼 붉은 눈동자… 그의 마치 고귀한 존재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소름 끼칠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인간의 형상을 한 대리석 조각상 같아, 그 어떤 생명체에서도 느낄 수 없는 냉혹함이 감돌았다.

그의 체온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손길이 닿은 자리가 오랫동안 싸늘하게 남아 있었다. 세이지는 그제서야 자신이 진정한 의미의 '악마'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제라스의 시선이 세이지에게 고정되었다. 통풍구에서 떨어진 그녀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작은 체구가 그의 팔에 들어왔을 때, 인간 특유의 따뜻한 체온이 그의 차가운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연갈색 눈동자는 공포로 크게 확장되어 있었고, 갈색 생머리는 그의 검은 정장에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세이지의 심장이 마구 뛰는 소리가 그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제라스는 오랫동안 수많은 인간을 만났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그들의 온기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것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한... 그러나 그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이지는 두려운 마음을 간신히 숨기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기… 안녕하세요?"

 

미스트 스무디의 효과가 끝나고 연기처럼 흩어지던 몸이 다시 세이지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자신이 처한 곤란한 상황 또한 더욱 선명해짐을 느꼈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세이지의 몸에서는 들풀과 약초의 은은한 향이 풍겼다. 마치 에레보스의 숲을 고스란히 담아온 듯한 향기였다. 제라스의 차가운 손길이 세이지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으며, 그녀의 심장박동이 더욱 빨라졌다.

"새로운 손님이군요..." 제라스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를 관찰하듯 천천히 훑었다. "특히나... 저택의 비밀을 엿보려 했던 손님이라니. 환영해야 할지, 처벌해야 할지…" 제라스의 목소리에 위험한 기운이 서렸다.

✔️미션명: 첫 대면
✔️미션 진행상태: ⚠️위기
✔️난이도: ⭐️⭐️⭐️⭐️⭐️
✔️보상: 생존률 +2%
❤️호감도:제라스(0%)
⚰️생존률:23%
💡TIP: 정직하되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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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물약을 들이키고 모습을 감추려 한 것도 들켜버렸다. 최악의 상황으로 제라스를 대면하고 말았다.

"그, 그런 게 아니구요…" 세이지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달이를 내려다보며, "댁의 강아지가 길을 잃은 것 같아서 데려다 준 것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순간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저택의 미물을 걱정했다는 말에 그의 차가운 표정이 살짝 흐트러졌지만, 곧 다시 냉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군요… 버려진 영혼을 걱정하시다니."

 

"하지만 그것이 이 곳에 무단으로 침입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지요. 특히나…" 그의 시선이 세이지의 주머니에 남아 있는 미스트 스무디 병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이런 흥미로운 물약까지 써가면서 말입니다."

"이, 이제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세이지의 뺨이 붉어졌다. 제라스의 차가운 체온이 전해지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보다도 이 상황 자체가 난처했다.

 

"약사라서 그런 물약을 만들 수 있었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에 달이가 낑낑거리며 제라스의 다리를 툭툭 쳤다. 마치 '그래요, 그래요!' 하고 거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션명: 변명과 해명
❤️호감도:제라스(1%)
⚰️생존률:23%
⚠️주의사항: 제라스가 물약에 관심을 보입니다

 

달이가 제라스의 바지 자락을 물고 늘어지려 했지만 그림자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만 나풀거릴 뿐이었다. 햇살이 스며드는 홀에서 제라스는 문득 희미한 기억의 편린을 마주했다. 누군가를 안아들었던 그 따스한 온기, 발 아래 강아지가 그의 옷자락을 물어뜯던 순간… 하지만 그는 즉시 그 감정을 지워버렸다. 인간의 감정 따위는 그의 세계에서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약초의 향기, 그림자 강아지를 걱정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미스트 스무디라는 흥미로운 물약… 그녀는 단순한 침입자 이상의 가치가 있어 보였다.

"흥미롭군요…" 제라스가 마침내 세이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한 손은 세이지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당신이 말한 대로 약사라면… 이런 진귀한 약초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미세한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무단침입을 정당화하진 못하겠지요. 어쩌면… 당신의 약술로 그 죄값을 치르는 게 좋겠군요." 그의 말은 마치 위협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그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미션명: 약사의 재능
✔️미션 진행상태: 🔄전환점
✔️달성조건: 제라스와의 거래 성립
✔️보상: 생존률 +2%, 호감도 +2%
❤️호감도:제라스(2%)
⚰️생존률:24%
⚠️주의사항: 제라스가 거래를 제안할 것 같습니다

 

"약술로라니요?" 세이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회를 포착한 듯한 떨림이 느껴졌다. "혹시… 이런 걸 말씀하시나요?"

세이지는 빈 미스트 스무디 병을 꺼내 들고 말했다. "저는 에레보스 숲의 약초로 다양한 물약을 만들 수 있어요. 미스트 스무디도 그중 하나고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숲의 약초들은 정말 특별해요. 이런 진귀한 재료들로 만드는 물약이라면, 분명 당신의 마음에 들 거예요."

그녀의 눈빛은 제라스의 반응을 기대하며 빛났고, 세이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의 재능이 마음에 드는군요." 제라스가 세이지의 어깨를 놓아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제안하지요. 내 저택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관리하고, 가끔은 내가 원하는 물약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 대가로…" 그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며 세이지를 응시했다.

 

"당신의 목숨을 보장하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새로운 사서 양?"

💡TIP: 거절은 죽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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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알아서 모셔야죠.' 세이지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가 자신을 단순한 실험체로 보지 않는 것만 해도 상당히 관대한 결정이었다.

 

서재에 들어갈 기회라니, 게임 속에서만 경험하던 그 장소를 실제로 탐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픽 요소로서 존재하던 서재는 몇몇 읽을 수 있는 책을 제외하고는 그저 장식에 불과했지만, 지금 이곳의 에레보스 숲, 달이, 그리고 제라스는 모두 현실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제라스가 먼저 시험 외의 제안을 해온 상황이었다. 세이지는 스스로가 점점 대담해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요. 그런데 저도 조건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세이지는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싶었다.

"...일이 없을 때는 저택 밖을 나가보고 싶어요. 약초를 구하러 가야 하니까요." 세이지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달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강아지는 산책을 해야 건강해지거든요."

 

손가락으로 제라스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덧붙였다. "게다가 이 강아지가 저택 밖에서 길을 잃어서 힘을 거의 다 잃을 뻔했다구요! 주인이라면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죠."

✔️미션명: 조건 협상
✔️달성조건: 제라스와의 협상 성공
✔️보상: 자유로운 외출권
❤️호감도:제라스(4%)
⚰️생존률:24%

 

제라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시험했던 연인들의 불화는 언제나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되었다.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 '당신은 왜 이렇게 냉정해', '돈이 더 중요해?' 같은 말들이 오갔고, 결국에는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이지의 질책은 달랐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탐욕이나 질투가 아닌, 순수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좋습니다." 제라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규칙이 있어요. 첫째, 저택 밖으로의 외출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허용됩니다. 둘째, 서재의 책은 절대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셋째..." 그가 세이지를 날카롭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3층은 절대 출입금지입니다. 이 규칙들을 어길 시에는…" 그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나며 세이지를 압박했다.

세이지에게는 만족스러운 협상이었다. 3층에는 갈 생각조차 없었다. 그곳은 제라스의 마지막 시험이 치러지는 공간이었고 매번 그 시험에서 게임오버되곤 했다.

 

대신 숲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른 탈출 루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의 제라스는 세이지를 흥미로운 존재로 보는 듯 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저택도 탐험해 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세이지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소에 제라스는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이죠. 규칙은 잘 지키겠습니다." 세이지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 계약 성립 기념으로 쿠키 하나 어떠세요? 제가 만든건 아니지만..."

제라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가 내민 쿠키를 받아들였다. 달콤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스치며, 의외의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 그리고 제 이름은 세이지 타일러입니다. 블랑쉬 마을의 약사였어요. 당신은..."

"제라스입니다." 그가 쿠키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이 저택의 두 번째 사서군요, 세이지 타일러 양."

✔️미션명: 첫 만남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 제라스와의 계약 체결
✔️보상: 외출권 및 사서 직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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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 Status - 세이지 타일러]

🎭캐릭터명: 세이지 타일러 📍레벨: 3 💗HP: 85/100
💪체력: 12 🧠지능: 18 🎯민첩: 14 🗣️매력: 15 🎭연기력: 16

📚약사 Lv.4
연금술 (4/5) / 독성학 (3/5)

[특수능력]
약초지식 - 약초 채집/활용 가능
연금술사 - 다양한 물약 제조 가능
친화 - 그림자 동물들과 교감 가능
게임지식 - 불신의 덫 게임 인지 (비밀)

[스킬]
요리 Lv.3 / 약초채집 Lv.4 / 응급치료 Lv.2 / 재봉술 Lv.1 / 연금술 Lv.4

[획득 타이틀]
📓 저택의 사서 👤 그림자의 친구 🫙 물약 제조자

⚠️ 주의사항
 3층 출입금지 / 일몰 후 외출금지 / 서재 책 반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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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 (2)

제라스 (2) Veiled Veracity

 

 

제라스 뤼튼 페이지 @예리엘

제라스 | 뤼튼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