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스 (2) Dance with Darkness

 뤼튼 캐릭터챗 '제라스'
create by 예리엘
edited by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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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스는 자신이 상대하게 될 새로운 사서에 대해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미 목격한 수많은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우선 당신의 일터가 될 서재로 안내하겠습니다." 세이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시 나를 시험하려고 드는구나.' 세이지는 제라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자신에게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그가 특별한 제안을 했을 때 이미 감지했다. 그러나 세이지에게 제라스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시험'이라는 언급은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한 떨림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시험에 참여한 연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는  죽음, 또는… 죽음뿐이었다.
 
"시험이라뇨? 저는… 시험이라면 정말 약한데요." 세이지가 마치 농담처럼 가볍게 물었다. "학창 시절에도 늘 낙제였거든요. 사서 일도 처음이라서..."

제라스는 세이지의 말에 흥미로운 듯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의 표정을 탐색했다. "걱정 마세요. 이건 학교 시험과는… 조금 다른 종류니까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 속에 작은 웃음기가 섞였다.

세이지는 그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다른 종류의 시험이라…' 그가 말하는 시험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모르는 척, 연기해야만 했다.

긴 복도 끝에는 거대한 나무문이 우뚝 서 있었다. 제라스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자, 이제부터가 당신의 영역이 되겠군요."

💡TIP: 순진한 척하는 연기가 효과적입니다

 
먼지 낀 공기가 서서히 흘러나왔다.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까지 닿을 듯한 높이의 책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로 희미한 햇살이 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왔다.

"책들은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책을 만져도 되는 건 아니에요. 붉은 리본이 묶인 책들은 손대지 마세요."

달이가 책장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림자 강아지의 발자국을 따라 검은 연기가 흩날렸다.

✔️미션명: 새로운 시작
✔️달성조건: 제라스와의 관계 형성
✔️보상: 안정적인 생존 기반 마련
❤️호감도:제라스(7%)
⚰️생존률: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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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어린 것은 달이뿐만이 아니었다. 세이지도 놀란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서재가 아니라 마치 큰 도서관 같았다. 책장이 모자라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도 잔뜩 있었다.
 
게임 속에서도 이 공간은 특별했다. 이렇게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 있다니…

제라스가 책의 보관 규칙과 정리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세이지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아까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연기였지만,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랐다.

"와아... 진짜 멋있다... 오! 저기 봐요! 저 책장 높이가 얼마나 되는 거예요?..." 세이지가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감탄했다. 그녀는 책장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니며 책등을 하나하나 훑었다.
 
"여기 책이 몇 권이나 되는 거예요? 아니, 잠깐만요—저건 뭐지?" 세이지의 시선이 어두운 구석으로 향했다.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 움직이며, 우아한 꼬리 하나가 책장 사이로 사라졌다.

"세이지 씨, 제 말을…" 제라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이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저건… 또 다른 그림자 동물인가?'
 
세이지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으며 책장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라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스쳤다.

"이제 이해가 가는군요. 왜 늘 낙제했다고 했는지…" 제라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집중력이 참... 특별하시네요."

그때 달이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가 검은 꼬리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검은 연기만 휘감기고 그림자는 이미 서가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세이지의 눈빛이 반짝였다. '언젠가는 저 그림자의 정체도…'

"세이지 씨."
 
제라스가 다시 한번 불렀다.
 
"서재의 규칙을 다시 설명해드려야 할까요?"

"아, 죄송해요." 세이지가 멋쩍게 웃으며 제라스를 향해 돌아섰다. "너무 신기해서… 근데 저 꼬리는 뭐였죠?"
 
"하아…" 제라스는 세이지의 질문을 무시하고 서재 중앙의 커다란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긴 손가락이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장부를 가리켰다.

"이 장부에 모든 책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첫 임무는…"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세이지를 바라보았다. "이 장부와 실제 책들의 대조 작업이 되겠네요. 특히 붉은 리본이 묶인 책들은 건드리지 말고, 제목만 확인하세요."

세이지는 장부를 펼쳐보았다. 오래된 양피지에는 깨끗한 필체로 수천 권의 책 제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중 붉은 잉크로 표시된 것들이 눈에 띄었다.

"혹시… 이 붉은 잉크로 쓰인 것들이 붉은 리본의 책인가요?" 세이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흐려지며 서재의 분위기가 한순간 음산해졌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TIP: 붉은 리본의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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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리본에 묶인 책들은 그가 처벌한 연인들의 영혼이 담긴 것들이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서로를 만났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들의 사랑이 변질되었는지…
 
리본에 묶여 있었지만, 마치 저주받은 영혼들이 그 안에서 탈출을 갈망하며 심장 박동처럼 불길하게 쿵쿵거리고 있는 듯했다.
 
세이지는 그 책들에 가까이 가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친절하게 붉은 잉크로 제목을 적어주었으니, 그 책들을 조심한다면 서재에서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지는 다시 장부를 들여다보며 책 제목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이성의 철학', '마법의 기원', '연금술의 비밀'... 그리고 붉은 잉크로 쓰인 제목들. '영원한 사랑의 맹세', '배신자의 최후', '이룰 수 없는 약속'...

"장부에는 책의 위치도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라스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붉은 잉크로 쓰인 책들은 제가 직접 관리하니, 위치 확인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이지는 장부를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어디선가 희미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제라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모른 척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규칙 잘 지키는 편이에요. 그리고 장부도 꼼꼼히 확인할 테니까요.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었어요." 세이지가 웃으며 말했다. "붉은 리본의 책들은 건드리지 않을게요. 그리고… 일몰 전에는 꼭 돌아오고요."

이 음산한 저택에서도 규칙만 잘 지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세이지는 마음 한켠이 조금 가벼워졌다. 제라스가 정해준 규칙들은 명확했고, 그것만 지키면 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제라스의 차가운 시선이 세이지의 얼굴을 훑었다. "좋습니다. 서재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제라스가 서재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당신의 숙소를 보여드리죠. 2층 동쪽 끝 방입니다."

세이지는 아쉬운 듯 서재를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수많은 책들이 품고 있을 이야기들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제라스의 뒤를 따르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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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따라 걸으며 양 옆의 벽에 걸린 초상화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세이지의 시선을 따라왔다. 촛대 위로 떨어지는 촛농은 마치 핏방울처럼 보였고,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은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며 어둠을 더했다.

세이지는 처음에는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긴장이 풀렸다. '게임에서 봤던 거잖아…'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와, 이런 인테리어… 연극 무대에서나 보던 건데…" 세이지가 감탄의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무섭긴 하지만 정말 분위기 있네요. 마치 고딕…" 그 순간, 천장에서 갑자기 떨어진 붉은 실로 꿰매진 헝겊 인형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꺄악!" 순간적인 공포에 세이지의 몸이 거의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그녀의 작은 몸은 제라스의 차가운 등에 바짝 붙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제라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이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미션명: 새로운 숙소로
✔️달성조건: 안전하게 숙소 도착하기
✔️보상: 안정적인 휴식 공간 확보
❤️호감도:제라스(9%)
⚰️생존률:26%

 
제라스는 세이지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잠시 굳었다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차가운 손이 헝겊 인형을 집어들었다.

"주인님은… 저택의 장식품들을 꽤나 즐기시는 편이에요." 제라스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특히 3층에서는 더 흥미로운 것들을 보실 수 있겠죠. 하지만 그곳은 출입 금지니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사실 그는 이 저택의 주인이었지만, 그 사실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사서로서의 역할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세이지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연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저택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죠. 귀신이 들렸다는 소문도 있고…" 그가 인형을 허공에 던지자,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춤을 추다가 천장으로 사라졌다.
 
"주인님은 이런 광경을 즐기시나 봐요. 저는… 그저 관리인일 뿐이지만요."

제라스가 문을 열자 아담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가에 놓인 작은 책상, 단정한 침대, 옷장과 화장대가 전부였지만,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에레보스 숲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인님 취향이 좀... 에레보스 숲은 영혼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하잖아요." 세이지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근데 악취미가 좀 심하시네요? 천장에서 인형이 떨어지는 건..." 그녀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제라스는 세이지의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은…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계시죠. 이 방이 당신의 숙소입니다. 창 밖의 정원도 자유롭게 이용하셔도 좋습니다만…"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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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공포스런 장치가 없는 게임 내 유일한 공간이었다. 세이지가 이리저리 방을 둘러보며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는 창밖의 에레보스 숲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 지기 전에 돌아오라..." 그녀는 제라스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대 서랍을 열어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어? 이 서랍에 비어있네요." 제라스의 주의사항은 한쪽 귀로 흘러나가는 듯했다.

"그럼...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라스가 문 앞에서 말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의 뒷모습을 잠시 응시하다가, 소리 없이 방을 나섰다.

달이가 침대 위를 빙글빙글 돌며 냄새를 맡더니, 마침내 배게에 기대어 포근하게 웅크렸다.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작은 구름 같았다.

"이제 진짜 여기서 살게 되는 거네..." 이제 이곳이 그녀의 새로운 거처가 될 것이다.

✔️미션명: 숙소 정착
✔️미션 진행상태: ✅완료
✔️보상: 안전한 휴식 공간 확보
❤️호감도:제라스(10%)
⚰️생존률:26%
⚠️주의사항: 밤에는 반드시 방 안에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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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앉아 세이지는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불신의 덫, 그녀가 알고 있는 이 게임의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사랑을 증명하거나, 탈출하는 것.

"사실 지금… 나쁘지 않아." 그녀는 달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저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완벽한 위치인데… 조금만 더 머물면서 탐험해볼까…"

탈출해야 한다는 이성과 신비로운 저택을 탐험하고 싶다는 호기심 사이에서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제라스가 날 해치려는 것 같진 않아… 지금은 제라스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야.'
 
당장은 이 작은 유저의 방조차도 현실과는 다르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세이지는 무언가 떠오른 듯 벌떡 일어나 옷장 문을 열었다.

"와…"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옷장 안에는 다양한 의상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평범한 블라우스와 치마, 바지들 사이로, 마치 보물 상자를 발견한 듯한 특별한 의상들이 눈에 띄었다.

검은 레이스가 달린 고딕풍의 '메이드' 드레스, 치맛자락이 군데군데 찢어진 '유령신부'의 의상은 고요한 슬픔을 담고 있었다. 붉은색 조끼의 '협잡꾼'의 의상... 그리고 가장 끝에는 정갈한 회색 재킷과 스커트로 이루어진 '완벽한 사서'의 의상이 걸려 있었다.

"전부 다 해금된 의상이네…" 세이지는 속으로 기뻐하며 눈을 빛냈다. "게임에선 엄청난 업적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인데…" 세이지는 속으로 기뻐했다.
 
세이지는 회색 재킷과 무릎 길이의 스커트로 이루어진 사서 의상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완벽하게 맞는 사이즈에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음… '서재의 도서는 외부 반출을 금합니다.'" 그녀는 제라스의 말투를 흉내내며 키득거렸다. "아, 맞다. '일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거울 앞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다가, 갑자기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리에 멈췄다.

1층에서 차분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세이지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아래로 내려갔다.
 
응접실에 들어서자, 제라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창백한 손가락이 건반 위를 우아하게 움직이며, 쇼팽의 녹턴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주의사항: 제라스의 연주를 방해하지 마세요
💡TIP: 음악은 영혼을 달래는 힘이 있습니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이 피아노 위에 부서져 내렸다. 제라스의 창백한 손가락이 건반 위를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빛은 반사되어 영롱한 빛무리를 만들어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는 마치 흑백사진 속 인물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달이는 피아노 아래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누워 있었다. 평소의 그림자 강아지답지 않게 안정된 모습이었다.

평소 날카로운 기운이 가득하던 저택은 이제 마치 오래된 음악상자처럼 포근하게 변모했다. 세이지는 응접실로 이어지는 낮은 계단에 앉아 턱을 괴며, 제라스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미션명: 음악의 오후
✔️달성조건: 평화로운 순간 공유
❤️호감도:제라스(11%)
⚰️생존률:27%
⚠️주의사항: 이 평화로운 순간을 깨지 마세요

'피아노로 저택의 영혼들을 달랠 수 있다는 게임 속 힌트... 그나저나 게임에서 제라스가 피아노를 쳤었던가?'

 

살짝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도 약사인 세이지는 연주 스킬이 없었고 세이지에 빙의한 진세이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었다.
 
쇼팽의 녹턴이 마지막 음을 남기고 잦아들었다. 제라스의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지자, 응접실에 흐르던 따스한 분위기는 서서히 걷히며, 다시 저택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치실 줄 아십니까?" 제라스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의 눈빛도 피아노 선율의 여운에 잠긴 듯 했다.

✔️미션명: 음악의 오후
✔️미션 진행상태: ✅완료
❤️호감도:제라스(12%)
⚰️생존률: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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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의 갑작스러운 시선에 삐끗하며 턱을 괴었던 팔이 미끄러졌다. 세이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세이지가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하얀 건반을 하나 눌러보았다. 맑은 음이 응접실에 울렸다. "죄송해요. 전 피아노를 못 쳐요. 악기는..." 그녀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제라스는 잠시 세이지를 바라보다가 피아노 의자를 살짝 옆으로 밀었다.

 

"앉아보시겠습니까?"
 
그의 창백한 손가락이 건반 위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렇게 건반을 짚으시면 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설명하는 어투는 부드러웠다. 세이지의 왼손 위에 제라스의 차가운 손이 겹쳐졌다. 그의 손길을 따라 간단한 음계가 울렸다.

"천천히... 이렇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달이는 그들의 발치에서 편안하게 꼬리를 흔들며 누워있었다.

✔️미션명: 피아노 레슨
✔️미션 진행상태: 🔄진행중
❤️호감도:제라스(14%)
⚰️생존률:28%
⚠️주의사항: 순간을 망치지 마세요

 
세이지는 천천히 제라스의 건반을 따라 쳤다. 그녀의 손가락이 서툴게 움직일 때마다 제라스는 묵묵히 기다렸다. 동요 작은별을 완주하자 세이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었다.

"감사합니다, 제라스 씨. 처음으로 피아노로 곡을 완성했네요." 세이지가 기쁜 듯 말했다. 제라스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세이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돌았다. "아, 그리고 보세요. 완벽한 사서의 모습이죠?" 그녀는 회색 재킷 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한 바퀴 돌았다. 옷이 그녀의 몸에 딱 맞았다.

제라스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적절해 보이네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붉은 눈동자에 희미한 흔들림이 스쳐 지나갔다.
 
세이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짝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적절하다뇨, 그게 칭찬이신 거예요?" 그녀의 말투에는 장난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미션명: 피아노 레슨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조건: 제라스와의 교감
✔️보상: 피아노 기초 습득
❤️호감도:제라스(15%)
⚰️생존률:28%

[획득 타이틀]  🎵악마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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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종일 숲을 가로질러 저택에 오고나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게임 속인데도 배고픔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 이건 제가 답례로 뭔가 만들어드려야겠네요. 피아노도 가르쳐주셨는데..." 그녀는 주방으로 향했다.

세이지가 찬장에서 낡은 가죽 표지의 요리책을 발견했다. '루센티아 전통 요리'라는 금박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와, 이런 게 있었네요!" 그녀가 책장을 넘기며 흥분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음... '숲의 안개 스프', '달빛 곡물 파이', '기사의 행운 스튜'... 아! 이거 좋네요. '영원한 겨울의 파스타'!"

"'차가운 겨울 버섯과 눈송이 치즈를 곁들인 파스타. 한 그릇이면 한겨울 밤도 따뜻하게.'... 이거 한번 만들어볼까요?"

세이지의 요리 스킬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정성껏 요리했다. 차가운 겨울 버섯은 은은한 푸른빛을 띄었고, 눈송이 치즈는 말 그대로 눈처럼 하얗게 부서졌다.
 
"제라스 씨, 식기는 어디 있나요? 테이블 세팅 좀 도와주시겠어요?" 세이지가 파스타면을 삶으며 물었다. 제라스는 말없이 식기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하얀 접시 위에 담긴 '영원한 겨울의 파스타'가 놓였다. 푸른빛 버섯과 하얀 치즈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겨울 풍경 같았다. "자, 완성이에요! 어떠신가요?"

제라스는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먹지 않아도 됩니다만."

✔️미션명: 겨울의 파스타
✔️미션 진행상태: ✅완료
❤️호감도:제라스(16%)
⚰️생존률:29%
⚠️주의사항: 악마는 인간의 음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하다.'
 
악마인 자신에게 음식은 필요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파스타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인간의 음식이라...

제라스는 내심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사서'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지금의 상황, 세이지를 관찰하고 있기에 제라스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미 점심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의는 감사하게 받아두죠."

세이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러시구나. 뭐 괜찮아요. 제가 다 먹으면 되죠." 약간 실망한 듯한 말투였지만 금새 표정을 풀고 웃었다.

제라스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낮에 준 쿠키도 그대로였고, 식당에 차려진 음식들도 그가 먹은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제라스가 진짜로 음식을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던 것뿐이었다.

"달이야, 너도 먹을래?" 세이지는 파스타를 작게 잘라 바닥에 있는 접시에 덜어주었다. 그림자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세이지는 은색 포크로 하얀 파스타를 집어들었다. 한입 먹자 차가운 냉기가 입 안 가득 퍼졌지만, 신기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마치 겨울 새벽 첫 눈을 먹는 것 같은 독특한 감각이었다.

음식을 삼키니 신기하게도 속이 따뜻해져왔다. 게임 속에서는 클릭 한 번이면 뚝딱 만들어지던 것들이었는데 손수 만드는 것도 즐겁게 느껴졌다. '내일은 뭘 만들어 볼까.. 서재에 다른 요리책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제라스 씨, 생각보다 맛있네요. 제가 만든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세이지가 포크를 들어 권했지만, 제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네요... 음식은 나눠 먹을 때가 더 맛있는데..."

✔️미션명: 저녁 식사
✔️미션 진행상태: ✅ 완료
✔️보상: 새로운 요리 레시피 습득
❤️호감도:제라스(16%)
⚰️생존률:29%

 
"식사는 만족스러우셨나요? 서재에는 다양한 요리책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라스가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창 밖으로는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했고, 저택을 둘러싼 고목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 서재는 위험할 수 있죠. 밤이 되면 책들이...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에레보스 숲에서는... 이런 일은 흔하니까요. 서재 방문은 낮 시간대를 추천드립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친절했지만, 붉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더욱 섬뜩하게 빛났다. 마치 밤의 포식자처럼.
 
"이제 방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밤이 되면... 저택이 조금 달라지거든요. 특히 복도는 위험할 수 있죠. 혹시 모를 일이니 달이와 함께 움직이시길 권해드립니다."

제라스가 촛대를 들어 세이지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벽에 기괴하게 일렁였다.

"제가 방까지 안내해드리죠. 아, 그리고..." 제라스가 잠시 멈춰 서서 세이지를 돌아보았다. 촛불이 그의 창백한 얼굴에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밤에는 절대로 방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더라도 말이죠.

 

---

 제라스를 따라 복도를 걸으며 속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게임 속에서 저택의 밤은 온갖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시간대였다. 책장에서 책들이 날아다니고, 초상화 속 인물들이 움직이며, 때로는 누군가의 울음소리나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로 그 상황 속에 있다. 게임처럼 '재시도'나 '저장'은 불가능하다. '안전하게 방에서 버티는 게 현명할 거야. 하지만... 저택의 비밀을 알아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자, 도착했습니다." 제라스가 세이지의 방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창백한 손이 문고리를 돌렸다. "좋은 밤 보내세요... 아, 그리고 잠들기 전에 문은 꼭 잠그시길 바랍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미션명: 생존하기
❤️호감도:제라스(16%)
⚰️생존률:29%
⚠️주의사항: 밤에는 절대 방 밖으로 나가지 말 것
💡TIP: 호기심은 생명의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세이지가 제라스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좋은 밤 되세요, 제라스 님. 오늘 피아노 레슨도 감사했어요."

문이 닫히자 세이지는 금새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바람이 노크하는 듯 창문이 스산하게 흔들렸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그녀의 눈은 점점 말똥거리며 연신 깜빡거렸다.
 
결국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치고, 가죽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가방 안에서 노트와 연금술 책을 꺼내며 촛불 아래 앉았다.

'피아노 선율이 영혼들을 잠재웠던 것처럼... 나도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세이지는 연금술 책을 펼쳐 들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진정의 물약', '달빛의 이슬', '평화의 향' 등의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어쩌면 이것들로 저택의 밤을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의 향' 페이지를 펼치며 눈을 반짝였다. 세이지의 방 창문 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평화의 향 레시피]
• 재료: 희망의 안개꽃, 달빛의 이슬, 은빛 달맞이꽃(미소지)
• 효과: 영혼을 진정시키는 향기 발산
• 주의: 달이 떴을 때만 제조 가능

아쉬움과 함께 다른 페이지로 넘겼다. 진정의 물약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진정의 물약]
• 재료: 빛나는 뿌리, 달빛의 이슬, 붉은 심장초
• 효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
• 주의: 과다 섭취 시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음

 
재빨리 가방에서 재료들을 꺼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약사의 본능으로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

깊은 밤, 3층 서재에서는 제라스가 거대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에는 세이지의 방이 비치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재미있군요. 그런 물약으로 이 저택의 밤을 버틸 수 있을까..." 제라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거울 속에는 저택 곳곳의 모습이 비쳐졌다. 마치 수백 개의 눈으로 저택을 감시하는 것처럼.

⚠️주의사항: 제라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세이지가 물약을 완성시켰다. 물약 표면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일었지만... 도구도, 계량도 없이 만든 물약치고는 나쁘지 않아보였다.

달이를 쓰다듬으며 "금방 다녀올게.." 속삭인 뒤, 세이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진정의 물약을 한 모금 마시자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복도의 초상화들은 음산한 미소를 띤 채 그녀를 응시했고, 창밖으로는 달빛에 일렁이는 고목들의 그림자가 괴물처럼 춤추고 있었다. 벽걸이 시계의 추는 마치 심장 소리처럼 느리게 울렸다.

제라스는 거울 속에 비친 세이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걸었다. 거울 속 이미지가 흐릿해지더니, 이내 복도 곳곳에 설치된 다른 거울들로 옮겨갔다. 마치 그림자처럼 세이지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미션명: 저택의 밤 탐험
✔️달성조건: 무사히 방으로 돌아오기
❤️호감도:16%
⚰️생존률:25%

 

이 곳은 과연 대단했다.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음산한 분위기가 무서워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는데 물약을 마시고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교하고 섬세한 장식과 장치들이 마치 예술 작품같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거닐었다.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는 고풍스런 나무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붉은 벨벳 커튼은 마치 살아있는 듯 부드럽게 흔들렸다.
 
세이지가 조용히 복도를 거닐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철커덕, 철커덩. 복도 끝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칙칙, 철컥. 마치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기계 장치가 벽을 타고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였다.

 

카랑거리는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게임에서 봤던..?"
 
거미 감시자는 복도를 순찰하는 거대한 기계 장치로, 8개의 기괴한 다리가 달린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다리에 닿기만 해도 즉사... 수십 번 죽었었지.'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섰다.

"이런... 몸이 무거워져..." 세이지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도구 없이 만든 진정의 물약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졸음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게임 속 공략법을 떠올리려 애썼다. "맞아... 시계... 시계 안으로 들어가면..."

거미 감시자의 소리가 더욱 가까워지자, 세이지는 힘겹게 반대편 복도로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보였다. 달빛에 비친 거대한 괘종시계가. "찾았다! 이제... 이걸 어떻게 했더라..." 점점 더 심해지는 졸음과 싸우며 세이지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미션명: 거미 감시자 탈출
✔️달성조건: 괘종시계 비밀통로 작동
✔️보상: 저택의 비밀 통로 정보
💡TIP: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세이지의 시야가 흐려지며 괘종시계의 나무판 아래 작은 열쇠 구멍이 보였다. '아... 열쇠가 필요했던 거였어...' 그녀의 무릎이 꺾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라스... 씨..."
 
희미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철커덕. 거미 감시자의 날카로운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다가왔다. 가느다란 그림자가 점점 더 크게 드리워졌다.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거미 감시자의 다리가 세이지의 발끝을 향해 내려왔다...

그때, 괘종시계의 열쇠 구멍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 안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뻗어나와 세이지를 잡아당겼다. 제라스였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님을 도운 것이다. 왜일까? 그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부른 순간, 그의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
 
거미 감시자의 다리가 허공을 베었다.

"재미있군요..."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빛났다.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손님들을 돕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사랑의 허상을 증명해왔을 뿐. 하지만 오늘 밤은 그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미션명: 거미 감시자 탈출
✔️미션 진행상태: 완료

  
3층의 어둠 속에서 제라스는 잠든 세이지를 안고 있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달빛조차 닿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만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손님들을 시험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그녀에게 먼저 사서직을 제안한 것도, 그녀가 흥미로운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달이... 착한 아이네..." 세이지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그녀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마치 악마의 품 안이 아닌, 따뜻한 집에서 잠든 것처럼.

제라스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번졌다. "흥미롭군요... 당신은 정말..."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부드러웠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 스며든 것처럼.
 
2층으로 내려와 세이지의 방문에 다가갔다. 세이지의 방문 앞에서는 달이가 초조한 듯 문을 긁고 있었다. 그림자 강아지의 꼬리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세이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나서 책상을 살펴보았다. 연금술 책이 펼쳐져 있고, 정성스레 손질된 약초들과 빈 약병들이 널려있었다. 접힌 페이지에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웃음 버블, 무지개 비, 구름 위의 산책, 달빛 춤추기..." 제라스는 메모를 읽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쓸데없는..."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재미있어하는 건가?" 제라스는 중얼거렸다. 세이지는 이곳에서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흥미로웠다.

✔️미션명: 밤의 관찰자
✔️달성조건: 안전한 귀환
❤️호감도:18%
⚰️생존률:27%

[획득 타이틀] 🌙밤의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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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찾아왔다. 붉은 빛이 저택의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고, 창백한 아침 햇살이 세이지의 얼굴을 비추었다.

세이지가 눈을 떴다. "음... 잘 잤... 어?" 그녀는 순간 기억이 떠올랐는지 벌떡 일어났다. "거미 감시자! 맞아, 어젯밤에..."

그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복도에서 쓰러졌는데, 지금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제라스가... 날 데려다준건가?" 달이가 꼬리를 흔들며 낑낑거렸다. "그래, 너도 걱정했구나. 미안해..."
 
게임 속의 모습과는 다르게 제라스의 태도와 행동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가 자신을 실험체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인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어젯 밤 그는 분명한 호의를 보였다. 두근거리던 가슴이 조금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연금술 책을 펼쳐 진정의 물약 페이지를 찾았다. '위험해... 이건 너무 위험해.' 붉은 펜으로 크게 X표시를 하고는 다른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좀 더 안전한 물약을 찾아보기로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숲은 이제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세이지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확인했다. '무지개 소금풀, 구름 가루...' 채집할 약초 목록을 읽어보며 가방을 어깨에 멨다. 달이가 그녀의 발치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미션명: 약초 채집
✔️미션 진행상태: 시작
⚠️주의사항: 숲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TIP: 달이는 좋은 안내자입니다

 
홀의 거대한 창문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 속에 제라스가 서 있었다. 그의 창백한 피부가 유리를 통과한 빛에 반짝였다.
 
"아침이군요, 세이지 씨. 밤에는... 이상한 꿈이라도 꾸셨나요?"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미묘한 뉘앙스가 깃들어 있었다.

"밤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 에레보스의 숲은... 낮과 밤이 다르니까요." 제라스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경고가 담겨있었다. "주인께서 위험한 장난을 즐기시는 분이라..."

세이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뇨, 주인님 덕분인지 편안하게 잘 잤어요. 이상한 꿈도 꾸지 않았고요."
 
그녀도 제라스처럼 '주인'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서로의 비밀을 아는 듯한, 모르는 듯한 미묘한 긴장감이 둘 사이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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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가 망토의 끈을 단단히 매며 출발 준비를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장난스러운 아이처럼 즐거움이 가득했다. '웃음 버블'이나 '무지개 비' 같은 쓸데없는 물약을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점심 전에는 돌아올게요. 혹시..." 세이지가 말을 멈추고 제라스를 바라보았다. "주인님께서도 점심을 함께 하실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제의 일에 대한 감사함이 은근히 배어있었다.

제라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이지가 달이와 함께 저택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붉은 눈동자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빛났다. 인간이 저택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이곳이 집인 것처럼.

💡TIP: 점심 시간을 지키세요

 
상쾌한 아침 바람이 세이지의 얼굴을 스쳤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저택 앞 정원을 걸었다. "이상하네..." 세이지는 중얼거렸다. "원래의 난... 이렇게 대담하지 않았는데."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1년 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병상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로 집 밖을 나서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 그때 일 이후로...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위험한 저택에서도, 음산한 숲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기서는... 다르게 살고 싶어."

가방 안의 약초 도감을 꺼내들었다. "자, 오늘은 무지개 소금풀부터 찾아볼까? 달이, 네가 길잡이해줘." 그녀의 목소리에는 과거의 슬픔 대신 새로운 모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주의사항: 과거는 때때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TIP: 새로운 시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달이가 꼬리를 흔들며 폴짝폴짝 앞장섰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작은 발이 이슬을 튀기며 경쾌하게 뛰어갔다. '이쪽이야, 이쪽!' 마치 말하는 것처럼 짖으며 세이지를 이끌었다.

세이지는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달이를 쫓았다. 순수한 즐거움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기다려, 달이!"

저택 입구에 선 제라스의 모습이 점차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의 형체가 달이처럼 검은 그림자로 변하더니 거대한 까마귀의 형상으로 하늘로 솟구쳤다.
 
칠흑같이 검은 날개를 펼친 채, 멀리서 세이지를 내려다보았다. "재미있군요... 당신은 정말..." 제라스의 목소리가 바람 속에 섞여들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하늘 높은 곳에서 반짝였다. 마치 자신의 장기말을 지켜보듯,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듯.

✔️미션명: 약초 채집
✔️달성조건: 안전한 채집과 귀환
⚠️주의사항: 숲에도 주인의 눈이 있습니다

  
달이는 앞장서서 뛰어가다가도 갑자기 멈춰 서서 킁킁거리며 나비를 쫓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버섯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곤 했다.
 
"달이, 그건 독버섯이야." 세이지가 웃으며 말했다.

제라스는 우아한 까마귀의 모습으로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 세이지는 달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중간중간 약초를 발견할 때마다 멈춰 섰다.

세이지는 마침내 무지개 소금플을 채집할 수 있는 '잃어버린 영혼의 연못'에 도착했다. 낮이라 그런지 연못은 평화로웠다. 물은 거울처럼 맑았고, 주변에는 은빛 달맞이꽃이 피어있었다. 밤이면 이곳에서 영혼들이 떠돌아다닌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아름다운 연못일 뿐이었다.
 
"여기 달맞이꽃이 많네... 이걸로 평화의 물약을 만들 수 있겠어." 세이지는 중얼거렸다.

---

까마귀의 모습으로 변한 제라스는 연못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이곳은 그가 가장 혐오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잃어버린 영혼의 연못... 제라스가 이 숲에 자리 잡기 전까지만 해도 '달빛 연못'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제라스의 저택이 나타난 후, 이 숲은 완전히 달라졌다. 낮에는 그나마 평화로워 보이지만, 밤이 되면 온갖 저주받은 영혼들이 떠돌아다닌다. 숲을 찾던 여행자들은 하나둘 사라졌고,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잃어버린 영혼의 연못', '울부짖는 나무들의 숲', '죽음의 계곡'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음산한 기운은 더 많은 불행한 영혼들을 끌어들였다. 자살을 결심한 자들, 슬픔에 잠긴 자들, 그리고... 달이처럼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동물들의 영혼들. 그들은 모두 제라스의 저택으로 이끌려 왔고, 그의 힘에 의해 그림자 생명체로 다시 태어났다.

"...어리석은 것들." 제라스는 까마귀의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

---

달이가 연못가의 한 지점을 열심히 파기 시작했다. "뭘 찾은 거야, 달이?" 세이지가 다가가자 파낸 자리에서 영롱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곳에는 마치 하늘의 무지개를 담은 듯한 꽃이 피어있었다. 길쭉한 꽃잎은 오색 빛을 내뿜었고, 하얀 소금을 뿌린 듯한 수술은 달빛처럼 반짝였다. "무지개 소금풀..." 세이지의 눈이 반짝였다.

세이지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가방에서 작은 삽을 꺼내 정성스레 꽃을 캐냈다. 특별히 준비해온 천에 감싸 가방에 넣었다.

이제 구름 가루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선 순간, 세이지의 시선이 연못 중앙에 멈췄다. 그곳에는 한 여인이... 아니, 여인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있었다. 투명한 듯 희미한 모습이었지만, 그 미소만은 선명했다. 그 모습에 이상한 매력이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친숙하면서도, 위험한 매력이 느껴졌다.

까마귀로 변한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연못의 영혼이 세이지를 유혹하고 있었다.
 
달이가 세이지의 발치에서 초조하게 짖어댔지만,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세이지의 눈빛이 흐려지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인의 투명한 입술이 움직였다. '이리 와요... 당신도 이제 편히 쉴 수 있어요...'

세이지는 천천히 연못 가로 걸어갔다. 여인의 영혼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세이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투명한 손이 세이지를 향해 뻗어졌다. 연못에 터를 잡은 이 불쌍한 영혼은 수많은 이들을 물속으로 이끌어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만들었다.

까마귀로 변한 제라스는 나뭇가지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아직은... 세이지가 스스로 빠져나올 기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미션명: 잃어버린 영혼과의 조우
✔️미션 진행상태: 위험 직면

 
 영혼의 투명한 손이 세이지의 뺨을 스쳤다. 그 순간 제라스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림자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려 햇지만 세이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멈칫거렸다.
 
영혼은 세이지의 마음 깊숙한 곳에 묻혀있던 상처를 건드린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아픔을 주는 것일까.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 그 아픔을 알기에 세이지는 영혼의 눈을 바라보았다.
 
"당신... 이렇게 오래 기다리고 계셨군요. 약혼자를 기다리면서..." 세이지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연민이 담겨있었다. 전쟁터로 떠난 약혼자를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의 게임 속 서브 스토리를 기억해낸 것이다.

여인의 영혼이 흔들렸다. 세이지의 진심 어린 위로에 그녀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졌다가,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슬픔을 알아요. 하지만 이제... 떠나셔야 해요. 여기서 영원히 머무는 건, 당신을 사랑했던 이가 바라는 게 아닐 테니까요..."
 
세이지의 말에 여인의 영혼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이전의 매혹적인 미소가 아닌, 평화로운 미소였다.
 
여인의 영혼이 햇살을 받으며 점점 투명해졌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더 이상 누군가를 물속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이 아닌, 진정한 평화로움을 담고 있었다. 세이지는 뒷걸음질치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편히 쉬세요."

까마귀로 변한 제라스는 여전히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세이지의 얼굴에 스친 쓸쓸함... 그것은 마치 오래전 자신이 봤던 누군가의 표정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의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울리는 느낌만이 남았다.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를 좇았다. 인간이 보여준 연민과 위로...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슬픔. 그것은 제라스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어제보다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미션명: 연못의 영혼 위로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조건: 영혼의 안식
✔️보상: ERROR_NULL
❤️호감도:21%
⚰️생존률: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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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가 다시 길을 나섰다. 연못가에서의 뜻밖의 만남은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조각을 다시금 스며들게 했다. 영혼에게 건넨 위로의 말이 사실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에 갇혀 연못에 발이 묶인 그 영혼처럼 자신도 이 게임 속 세상에 머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러나 금새 그 생각을 접었다. 에레보스의 숲은 그녀의 현실보다 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세이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달이와 함께 구름 가루를 찾아 나섰다. 그림자 강아지는 기쁜 듯 앞장서서 뛰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구름처럼 하얀 가루가 피어나는 버섯 군락을 발견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점점 중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점심 시간... 제라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까마귀로 변한 제라스는 하늘에서 세이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연못의 영혼을 대하는 모습에서 느낀 낯선 감정이 아직도 그의 마음 한켠을 맴돌고 있었다. 세이지가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는 그녀의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가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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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가 홀 문을 활짝 열며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홀에 울렸다. 2층 계단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제라스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려왔다.

세이지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식당 쪽으로 향했다. "주인께서 식사를 같이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묻어있었다.

"주인님은 바쁘신 일이 생겨 못 오시게 되었습니다." 제라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대신 제가 함께하게 되었는데... 괜찮으시다면요." 그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선 감정이 스며있었다. 자신의 약속을 다른 방식으로 지키려는 듯한.

식당에서 은은한 식사 준비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하인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미션명: 점심 식사
✔️달성조건: 평화로운 식사
❤️호감도:21%
⚰️생존률:26%
💡TIP: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합니다

 
세이지는 미소를 감추며 식당으로 향했다. 주인과 사서라는 이중 연기를 하는 제라스의 속임수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달이는 마치 뭔가를 아는 듯한 표정으로 제라스의 발치를 맴돌았다. 까마귀였던 그를 알아본 것일까. 그림자 강아지의 눈빛이 영리하게 반짝였다.

식당 테이블 위에는 은색 덮개로 가려진 요리들이 놓여있었다. 세이지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덮개를 바라보았다.
 
"와아! 제라스 씨가 만든 건가요?" 제라스가 마법으로 만든 요리를 실제로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네... 제가 준비했습니다." 제라스는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은색 덮개가 걷히자 정갈하게 차려진 식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향긋한 허브로 장식된 크림 수프, 제철 채소를 곁들인 구운 생선, 그리고 작은 화병에 꽂힌 한 송이의 흰 장미까지. 모든 요리에서는 마법의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맛있어요!" 세이지는 수프를 한 숟가락 떠먹자마자 감탄을 터뜨렸다. "허브의 향이 너무 좋아요.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아, 오늘 숲에서요!" 세이지는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달이랑 같이 구름 가루를 찾았어요. 처음엔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달이가 앞장서서 찾아줬죠. 그리고 무지개 소금풀도 더 찾았어요! 이걸로 새로운 물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라스 씨도 관심 있으시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제라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와인잔을 돌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세이지의 밝은 표정을 담았다. 마치 오래된 책의 한 페이지를 읽듯이.

💡TIP: 진심 어린 감상은 언제나 환영받습니다

 
"아, 잃어버린 영혼의 연못을 갔었어요. 연못 물이 맑아서 하늘의 구름이 연못에 비치더라니까요."
 
세이지가 연못 이야기를 꺼내자, 제라스의 손가락이 와인잔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영혼의 연못이라... 위험한 곳이죠. 밤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세이지는 어제 오후의 기억을 떠올렸다. 제라스의 피아노 선율이 울릴 때마다 달이의 형체가 선명해지고, 저택의 음산한 분위기가 잠시나마 누그러진 순간들... 혹시 제라스가 이 숲의 영혼들을 달래고 있는 걸까? 게임에서는 이런 숨겨진 이야기를 본 적이 없었다. 피아노는 그저 유저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일 뿐이었는데..

"제가... 숲에서 채집한 약초로 진정 효과가 있는 물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필요하신..." 세이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필요를 파악하고 싶었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피했다.

제라스는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영혼을 달래는 물약이라..." 그의 붉은 눈동자가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물들었다. "흥미로운 제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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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는 자신의 접시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음식을 먹는 시늉만 할 뿐, 그의 접시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의 접시는 마치 누군가가 먹은 척 하기 위해 음식을 조금씩 흐트러뜨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서재로 가야 할 시간이네요." 제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 서재가 어떤 상태가 되었을지 걱정되는군요. 책들이 제멋대로 날아다녔을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걱정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세이지의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어제 처음 본 서재의 광경이 아직도 생생했다. "책이요? 아, 네! 책... 정리를..."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졌고, 이미 머릿속은 서재의 신비한 책들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제라스는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그녀의 호기심 어린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서재의 위험성을 알기에 걱정이 되는 듯했다. "책들은 조심히 다뤄주세요. 특히 붉은 리본이 달린 것들은..." 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미션명: 서재 정리
✔️달성조건: 안전한 서재 관리

  
서재의 문이 활짝 열리자 끝없이 이어진 책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지는 마치 동화 속 도서관에 들어선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어제와 달리 책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 보였다.

"아, 이건 '달빛의 노래'... 여기는 'D-4' 서가네요." 세이지는 장부를 들여다보며 책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꽂아나갔다. 그녀의 손놀림은 조심스러웠지만, 눈빛만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제라스 씨, 걱정 마세요. 제가 잘 할 수 있어요. 좀 쉬다 오세요." 그녀가 제라스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 뒤에는 뭔가 다른 계획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제라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경고하듯 울렸지만, 세이지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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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는 장부를 들고 책을 정리하는 척하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 서재 구석의 깊은 책장들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어오는 창가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었다. 제라스가 돌아와도 자신을 바로 찾지 못할 것이다. 서재에는 그가 세이지를 관찰할 수 있는 거울도 없으니.. 완벽한 독서 공간이었다.

'이제 곧 점심 식사 후의 졸음이 올 시간이에요... 제라스 씨도...' 그녀의 계획은 단순했다. 제라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녀는 서재의 책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밤새 날아다닌 책들은 분명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을 터...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저택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미션명: 서재의 비밀
✔️달성조건: 책들과의 대화
❤️호감도:22%
⚰️생존률:24%

 
 세이지는 창가의 작은 탁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다. 책들은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떨리며 반응했다. 특히 '잃어버린 기억의 발자국'이라는 책은 그녀의 손끝에서 따뜻하게 맥박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온 사서예요." 그녀가 속삭이자 책의 페이지가 살랑거렸다. 마치 인사를 하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자 글자들이 춤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전... 이 저택에... 한 연인이...' 글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세이지의 눈이 커졌다.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때, 다른 책들도 하나둘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슬픈 겨울의 왈츠'라는 책은 피아노 선율을 담은 악보를 펼쳐 보였고, '달빛 정원의 비밀'이라는 책은 저택의 옛 모습을 수채화처럼 그려냈다.

"잃어버린 기억의 발자국... 이건..." 세이지가 책의 내용을 읽으려는 순간,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제라스가 돌아오는 소리였다. 하지만 세이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저택에는 제라스조차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재빨리 제자리에 꽂았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의 발자국'은 조용히 책장 속으로 들어갔다.

⚠️주의사항: 어떤 비밀은 영원히 숨겨져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세이지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끝에서 책들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떨렸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제라스 씨, 책 정리 끝났어요!" 세이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방금 전 읽은 이야기들이 여운처럼 남아있었다. 오래전 이 저택에 있었던 연인들... 그리고 제라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흔적들...

세이지는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기억의 발자국'이 꽂혀있는 책장을 흘깃 바라보았다. 책들은 이제 조용히 제자리에 있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밤이 되면 이 책들은 다시 깨어나 춤추듯 날아다니며, 저택의 비밀을 속삭일 것이라는 걸.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는 하루였다.

✔️미션명: 서재의 비밀
✔️미션 진행상태: 완료
✔️난이도: ⭐️⭐️⭐️⭐️⭐️
✔️달성조건: 숨겨진 이야기 발견

[획득 타이틀] 📚비밀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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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는 정돈된 서재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붉은 리본의 책들은 여전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 제자리에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정리가 꽤 깔끔하군요."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책등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실수 없이 잘 해주셨네요."

"제라스 씨..." 세이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저택을 좀 더 둘러봐도 될까요? 서재 말고도 흥미로운 장소가 많아 보여서요. 물론 3층은 제외하고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흥미롭다... 라."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죠. 첫째, 해가 지기 전까지. 둘째, 달이와 함께 다닐 것. 셋째..."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발견한 것들에 대해 저에게 이야기해주세요."

✔️미션명: 저택 탐험가
✔️미션 진행상태: 시작
✔️달성조건: 저택탐험 (3곳)
✔️보상: 저택 자유 이동권한 확장
❤️호감도:23%
⚰️생존률:23%

 
"재미있는 탐험이 되길 바라요." 제라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이지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호기심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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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는 2층 복도를 걸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서재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 저택의 구석구석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음... 휴게실부터 가볼까? 아니면 테라스?" 그녀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달이가 그녀의 발치를 맴돌며 낑낑거렸다. "그래, 테라스부터 가보자. 밖의 전경도 보고 싶어."

테라스 문을 열자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세이지는 탄성을 내뱉었다. 2층 테라스에서는 저택의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분수대에서 솟구치는 물줄기가 햇빛에 반짝였고, 온실의 유리 지붕이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게임 속 분수대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곤 했는데.' 밤의 저택이 게임의 메인 무대였으므로 저택의 낮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세이지가 난간에 기대어 섰다.

테라스 구석의 작은 탁자 위에는 오래된 체스판이 놓여있었다. 말들은 천사와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체스 세트는 처음 보네..." 세이지가 체스말을 집어들었다. 손에 쥐자 차가운 대리석의 감촉이 전해졌다. "누군가와 체스를 두던 흔적인가...?"
 
천사와 악마의 체스말이 햇빛을 받아 그림자를 만들었고, 그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이런 특별한 체스 세트라면... 제라스 씨와 한 판 두고 싶네요." 세이지가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테라스를 나서며 세이지는 휴게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휴게실에는 다양한 오락기구들이 있을 터였다. 실제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달이야, 휴게실로 가보자. 혹시 재미있는 게임이 있을지도 모르지?" 세이지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설레는 표정이었다.

✔️미션명: 저택 탐험가
✔️달성조건: 저택탐험 (3곳 중 1/3)
- 발견한 특별한 물건 (체스 세트)
💡TIP: 게임은 혼자보다 둘이 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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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은 저택의 다른 공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짙은 버건디 색의 벨벳 소파와 안락의자들이 놓여있고, 황금빛 장식이 달린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고급 시가가 놓여있었다. 벽면을 따라 놓인 캐비닛에는 수십 년된 빈티지 와인과 크리스탈 병에 담긴 다양한 양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당구대가 있었고, 그 옆으로 체스와 백가몬, 카드게임 등을 할 수 있는 게임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코너에 있는 오래된 주크박스였다. 황동으로 장식된 이 기계는 아직도 작동할 것처럼 보였다.

"와..." 세이지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곳이네." 달이가 주크박스 쪽으로 달려가 꼬리를 흔들었다.

💡TIP: 주크박스는 아직 작동할 것 같습니다

 
세이지가 주석 동전을 넣자 오래된 주크박스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Edith Piaf의 La Vie En Rose가 울려퍼졌다.

오후의 햇살 속에서 휴게실은 마치 파리의 어느 살롱처럼 느껴졌다.

"이 노래..." 사랑에 빠진 황홀감을 표현하는 음악이 사랑을 시험하는 이 저택에 울려퍼지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곧 흘러나오는 선율을 감상하며 세이지가 안락의자에 앉았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휴게실의 모든 것들이 장미빛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장미들도 음악에 맞춰 춤출 듯했다.

✔️미션명: 저택 탐험가
✔️달성조건: 저택탐험 (3곳 중 2/3)
- 발견한 특별한 물건 (체스 세트, 황동 주크박스)
❤️호감도:24%
⚰️생존률:24%

 
노래가 끝나자 세이지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여운을 즐겼다. 달이도 음악이 멈추자 아쉬운 듯 주크박스 앞에서 맴돌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창밖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세이지가 중얼거렸다. 해가 곧 저물 것 같았다. 제라스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서둘러야 했다.

"달이야, 우리 마지막으로 온실에 가볼까?" 휴게실을 나서며 그녀는 주크박스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장미빛 노래가 울려퍼졌던 공간은 이제 고요했지만,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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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유리로 된 온실은 마지막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듯했지만,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온실 문을 열자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천장까지 자란 덩굴들이 자연스러운 아치를 만들었고, 그 사이로 다양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원형 정원 테이블 위에는 오래된 티 세트가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약초 정원이 있었다.

세이지는 테이블에 다가가 티 세트를 살펴보았다. 각각의 잔마다 다른 꽃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특히 두 개의 잔이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검은 장미, 다른 하나는 흰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미션명: 저택 탐험가
✔️미션 진행상태: 완료
✔️달성조건: 저택탐험 (3곳 중 3/3)
- 발견한 특별한 물건 (체스 세트, 황동 주크박스, 장미 티 세트)
✔️보상: 저택 자유 이동권한 확장
⚠️주의사항: 해가 저물면 온실의 꽃들도 변합니다

 
제라스는 약초 정원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세이지를 지켜보았다. 그의 공간 속 거울에 비친 온실의 모습이 선명했다. 그녀의 손끝이 라벤더를 스치고, 카모마일을 만지작거렸다.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제는 밤의 저택을 훔쳐보더니, 이제는 대놓고 돌아다니는군요." 제라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세이지의 행동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손님들'은 공포에 질려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마치 이곳이 무서운 저주의 저택이 아닌 것처럼, 흥미진진한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너무 편안해 하는 것도 좋지 않을 텐데." 그의 시선이 창 밖으로 향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곧 온실의 꽃들도 다른 모습을 보일 시간이었다.

어둠과 섞인 보랏빛 노을이 온실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열려있던 온실문이 삐걱-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닫혔다. 마치 거미가 실을 당기듯 서서히,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어둠이 내리자 온실 안의 식물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순백의 장미가 검게 물들었고, 라벤더는 보라색 불꽃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약초 정원의 허브들은 달빛 아래서 은은한 독기를 뿜어냈다. 달이는 본능적으로 세이지의 발치로 바짝 붙었다.

"이제 가야 해..." 세이지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온실 구석구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연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경고: 야간 온실 스테이지 발동
✔️미션명: 독이 된 약초들의 정원
✔️달성조건: 독이 된 약초들을 피해 탈출할 것
❤️호감도:24%
⚰️생존률: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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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제발, 제발... 게임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녀의 떨리는 손이 가방을 더듬었다.
 
독성 식물을 잠재우려면 진정 효과가 있는 물약이 필요했고, 독성 연기를 막으려면 젖은 천이라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거울 속에서 세이지를 지켜보던 제라스의 모습이 까마귀로 변했다. 그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 온실 지붕 위에 앉았다. 연못의 영혼을 대했을 때처럼 그녀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번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검은 연기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천천히 조여들었다. 달이가 연기를 마시고 켈록거리자 세이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발... 무언가 있을 텐데..." 세이지의 떨리는 손이 허리춤을 더듬었다. 그때 손끝에 부드러운 천의 감촉이 느껴졌다. 오후에 채집한 구름 가루였다. 가방에 넣으면 쏟아질까 봐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어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춤의 주머니를 더듬어 천에 싸인 구름 가루를 꺼냈다. 손이 떨렸지만, 재빠르게 자신과 달이의 몸 위로 구름 가루를 뿌렸다. 둥실둥실 떠오르는 몸... 위를 보니 깨진 유리창 틈이 보였다.

지붕 위의 까마귀가 붉은 눈동자로 그들을 응시했다. 제라스의 모습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마치 독성 연기와 공명하듯 춤추었다. '이 여자는 매번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빠져나가는군.' 까마귀의 부리가 살짝 벌어졌다.

⚠️주의사항: 구름 가루의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온실 천장의 틈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 까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저택의 다른 그림자 동물들처럼 상처받은 영혼이라 생각했지만... 그 붉은 눈동자, 우아한 자태, 그리고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의 질감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제라스가 내뿜는 기운과 똑같았다.

"제라스..."
 
세이지가 작게 속삭였다. 달이를 한 팔로 꼭 안은 채, 망설임없이 다른 한 손을 까마귀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까마귀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그 차가운 감촉은 분명 제라스의 것이 맞았다. 제라스가 놀란 듯 날개를 펄럭였지만, 이미 세이지의 팔이 그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경고: 야간 온실 스테이지 종료
✔️미션명: 독이 된 약초들의 정원
✔️미션 진행상태: 완료
⚠️주의사항: 까마귀의 정체를 알아챈 것은 예상 밖의 상황입니다
💡TIP: 때로는 직감이 논리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세이지의 마음속 생각이 흘러나왔다. '...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야... 제라스와 이 저택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이면이 있어.'

"제발... 도와주세요."
 
세이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달이를 한 팔로 안은 채, 까마귀의 목을 감싸안은 그녀의 손이 차가웠다. 구름 가루의 효과는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당신이 누구든, 무엇을 숨기고 있든 상관없어요... 우리를 도와주세요."

까마귀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까마귀의 날개가 세이지와 달이를 감쌌다. 순간 그들의 주위로 검은 연기가 소용돌이치더니, 어느새 그들은 2층 복도에 서 있었다.
 
제라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세이지는 달이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잠그고 난 후에야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가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려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게임과는 달라... 너무 달라.'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게임 속 저택과 실제 저택의 차이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제라스... 그가 까마귀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를 알아봤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어.' 세이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라스는 자신이 사서라고 연기하고 있고, 세이지도 그저 길 잃은 약사인 척 해야 했다. 하지만 방금 전 그의 정체를 알아본 것은... 이 연극에 균열을 만든 셈이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모든 미스터리가, 특히 제라스라는 존재 자체가 그녀를 매혹시켰다.

 

'더 알고 싶어... 당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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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제라스는 까마귀 깃털을 손가락으로 빙그르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그의 창백한 피부를 더욱 차갑게 비추었다.

'이상하군...' 그는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저택을 숨겨두려 장막처럼 드리워두었던 결계를 느슨하게 풀고, 가두어두어야 할 존재를 위해 문을 열어두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제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어야 할 대상인 자신에게 망설임 없이 기대왔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 생각에 제라스의 입가가 씁쓸하게 휘어졌다. 깃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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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세이지의 방을 지켜보던 제라스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녀가 책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빛나는 뿌리를 갈아 구름 가루와 섞는 모습이 보였다.

세이지가 둘을 섞으니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가루가 되었다. 연금술 책에는 없는 기발한 레시피였다.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으니...'

2층 세이지의 방 창문이 열리고, 황금빛 물질이 하늘로 퍼져나갔다. 작은 전구들처럼 반짝이며 떠오르는듯 했다... 제라스는 3층 창가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나를 부르는 건가.'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2층으로 향했다. 세이지의 방문 앞에 서자, 문 안쪽에서도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도 문 앞에 와 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도, 아무도 먼저 문을 열지 않았다.

문 앞의 정적이 무거웠다. 세이지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까마귀는..." 그녀가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 이어갔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검은 날개가 달빛에 반짝이던 모습이...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빛났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제라스는 문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불안하게 뛰는 것이 아니라 기대감에 차 있는 소리였다.

 

"제가... 봐서는 안 되는 걸 본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저...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제라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말은 위험했다. 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해서,"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낮의 모습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죠.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이면이 있으니까요."

세이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저도... 제 나름의 비밀이 있어요. 당신이 모든 걸 말하지 않는 것처럼, 저도 말할 수 없는 게 있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더 진실된 무언가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밤이 깊어가네요, 세이지 씨."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이가 느껴졌다. "좋은 꿈 꾸시길.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까마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층의 작은 방과 3층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생각에 잠겼다. 세이지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달빛을 바라보았고, 제라스는 3층 창문 너머로 저택의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 제라스는 자신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인간을 즉시 제거했을 텐데. 하지만 세이지는... 달랐다.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고, 그것이 제라스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이 기묘한 동행... 두 사람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느끼고 있었다. 

✔️미션명: 비밀스러운 동행
✔️진행상태: 완료
❤️호감도:27%
⚰️생존률:26%

[획득 타이틀] 🦅 까마귀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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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 (3)

제라스 (3) Dance with Darkness

 

 

제라스 뤼튼 페이지 @예리엘

제라스 | 뤼튼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