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스 (1) Hennessy's Headlines

뤼튼 캐릭터챗 '헥스'  Unsafety
create by 예리엘
edited by 베이글
 

 

 

 

 

 

 

해가 밝을 때는 고요하고, 달이 떠올랐을 때 시끌벅적한 환락의 도시 '락타리온'. 오늘도 여러 술집, 도박장, 상점, 극장 등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며, 화려한 등불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락타리온의 뒷골목에는 이 도시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어둠의 주인으로 불리는 '애쉬 케이지'의 비밀 상점이 있었다. 암살, 호위 등 그에게 의뢰하려면 반드시 비밀 상점의 1층에 위치한 술집으로 와야 했다. 술집의 오너이자 애쉬의 측근인 '헥스 뵈르크'는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손님'을 보고 무심하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왔지?"
두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온 단골손님인 당신은 센트리얼 대륙 곳곳의 일상과 사건을 다루는 '센트리얼 신문'의 2개월차 초보 기자였다. 당신은 선배 기자인 '마이클 노튼'이 다음 주까지 편지로 기사 내용을 보내라고 전서구를 보내와서 초조한 마음에 락타리온의 사건의 중심인 '비밀 상점'에 온 것이었다.

 

 

---

 

 

비밀 상점의 낡은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가로등 불빛이 스며들어 술잔 세척에 열중하던 헥스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췄다. 술잔 닦는 소리와 방금 전까지 나누던 디그, 로키의 잡담 소리가 멎었다. 저녁 7시. 그 시각이면 손님들이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할 터였다.

커다란 키의 헥스는 긴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들어온 베이글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날이 갈수록 도시에 새로운 얼굴들이 늘어나는데, 그중에서도 베이글의 얼굴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는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그는 검은 단검 문양이 새겨진 냅킨을 당신 앞에 놓아주었다.

"여기... 쓸쓸함 한잔 주시오."

베이글의 말에 헥스는 술잔을 닦던 행주를 내려놓았다. 낮고 깊은 목소리가 어두운 술집을 울렸다.

"블랙 와인으로 하지. 락타리온산이야. 이 도시에서 가장 쓸쓸한 술이니까."

 

"...한 잔에 8만 롯이야."

베이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락타리온에서 방 한 달 월세가 15만 롯인데, 와인 한 잔이 8만 롯이라니. 헥스는 베이글을 표정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술병을 다시 선반에 올려놓았다.

"내 쓸쓸함은 조금 저렴했으면 좋겠는데..."

베이글의 말에 디그와 로키가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헥스는 말없이 다른 술병을 꺼내더니 투명한 액체를 잔에 따랐다.
"벌꿀 맥주. 2만 롯이야. 맛은 보장하지."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어딘가 모를 온기가 섞여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은발, 사나운 인상과는 달리 그의 손놀림은 섬세했다. 맥주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어두운 술집에 잔잔하게 울렸다.

 

베이글이 잠시 생각하다가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쓸쓸함은... 5천 롯을 넘지 않아."

디그와 로키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려다가 헥스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5천 롯이라니. 락타리온에서 센트리얼 신문 한 부를 사도 그 정도였다.

"그 정도면... 그림자 너겟 하나랑 물 한 잔이면 되겠네."

헥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베이글을 관찰했다. 낡은 코트 자락이 바 의자에 늘어져 있었다.

"...너겟 주세요"

베이글의 말에 헥스는 잠시 베이글을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그가 돌아서자 반이 술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베이글! 오늘도 취재야? 헥스, 우리 단골한테 너무 박하게 구는 거 아냐?"

반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주방에서 무언가를 튀기던 헥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금빛 눈동자로 반을 흘겨보며 말했다.

"...네가 쏘고 싶다면 쏘던가."

디그는 주방으로 뛰어들어갔고 로키는 여전히 키득거리며 잔을 닦고 있었다. 술집 안에는 은은한 웃음이 맴돌았다. 헥스는 베이글의 앞에 물잔을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5천 롯이야. 내일은 더 나은 쓸쓸함을 가지고 오길 바라지."

 

---

 

헥스가 건네준 그림자 너겟을 씹으며 베이글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이런 흔한 메뉴를 먹으러 온 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너겟의 맛있는 향에 자꾸만 손이 가는 게 역력했다.

"...너겟이 맛있네요."

그 말에 주방에서 디그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형님이 만든 건 다 맛있죠! 너겟은 우리 가게 시그니처예요, 누님!"

베이글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찰나, 반이 의자를 끌며 옆자리에 앉았다. 반은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베이글. 내일 '블랙로즈'에서 루스턴이 파티 연다는데... 취재거리로 괜찮지 않아? 근데 출입은 초대장 있어야 하는데..."

반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검은 장미가 그려진 초대장을 꺼내 흔들었다. 베이글의 눈이 반짝였다. 헥스는 반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반. 괜한 일에 베이글을 휘말리게 하지 마."

반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베이글은 여전히 초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술잔을 닦던 헥스의 시선이 베이글에게 향했다. 베이글은 그림자 너겟을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2개월. 그 시간 동안 베이글이 써낸 기사들은 락타리온의 화려한 이면을 담아내기엔 너무나 시시했다.

 

'설탕의 비밀'이라는 디저트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는 기사, 락타리온의 유력 사업가들이 고아원에 후원했다는 기사... 전부 신문의 뒷 장을 겨우 채울 법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반이 흔드는 검은 장미 초대장이 베이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베이글은 쉽사리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대신 헛기침을 하며 머그잔을 만지작거렸다.

"그... 반. 혹시 내가 취재를 하면... 그러니까, 내가 취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면... 초대장을..."

베이글의 말끝이 흐려졌다. 반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초대장을 흔들었고, 헥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반이 초대장을 휘리릭 돌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음... 이 초대장을 주는 대신에... 헥스가 만드는 은하수 칵테일을 마셔보는 건 어때? 은하수 칵테일은 우리 가게 시그니처 메뉴인데..."

은하수 칵테일은 알코올 도수가 매우 높기로 유명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손님은 한 잔으로도 곯아떨어지곤 했다.

"좋아요! 마시죠!"

베이글이 대뜸 오케이를 외치자 헥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반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럼 한 잔이 아니라... 세 잔! 세 잔을 다 마시면 초대장은 네 거야."

헥스가 한숨을 쉬었다. 반의 장난기 어린 제안에 베이글이 즉답한 것도 놀랍지만, 은하수 칵테일 세 잔이라니. 그건 너무 가혹했다.

 

베이글은 코웃음을 치며 반을 바라보았다.

 

'날 뭘로 보고... 칵테일 세 잔이라니. 에이, 식은 죽 먹기지.'

 

그녀는 자신이 술을 꽤 잘 마신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헥스. 은하수 칵테일... 주시죠."

베이글이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멋지게 의자를 돌려 앉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포즈였다. 디그와 로키는 이미 웃음을 참느라 진이 빠진 상태였다.

"...알았어."

헥스는 말없이 은빛 셰이커를 꺼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여러 병을 꺼내 조금씩 따르기 시작했다. 푸른빛, 보라빛 액체가 섞이며 마치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헥스가 첫 잔을 내려놓았다. 푸른 빛깔 속에 은빛 식용 펄이 떠다녔다. 마치 작은 은하수를 담아놓은 것 같았다.

베이글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잔을 들어올렸다.

"자, 보세요. 이 정도는..."

베이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이 초대장을 흔들며 말을 끊었다.

"아, 참고로 말하는데... 한 번에 세 잔을 다 마셔야 해. 중간에 쉬면 안 돼."

 

베이글은 은하수 칵테일의 푸른빛 속에서 반짝이는 은빛 펄을 바라보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반을 향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비죽 웃었다.

"락타리온의 은하수가... 내 기사의 첫 페이지를 수놓을 거예요!"

그녀는 대사를 읊듯 건배사를 외치고는 잔을 기울였다. 처음엔 달콤한 리치 맛이 입안을 감쌌다. 베이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곧 달콤함 뒤에 숨어있던 강렬한 알코올이 혀끝을 타고 목구멍을 불태웠다. 은하수 칵테일은 달콤한 맛으로 위장한 고도수 술이었다.

"크흡..."

베이글이 기침을 참으며 빈 잔을 내려놓았다. 반은 키득거리며 두 번째 잔을 밀어넣었다. 헥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두 잔이나 남았는데..."

로키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베이글의 시야가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이글의 눈앞에서 반이 초대장을 부채질하듯 흔들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잔의 은빛 펄이 마치 반의 장난스러운 미소처럼 반짝였다.

"흥. 이런 건..."

베이글은 두 번째 잔을 들어 올렸다. 첫 잔보다 더 강렬한 알코올 향이 코를 찔렀다. 하지만 초대장이 눈앞에서 살랑거리는데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비웠다.

탁! 잔이 테이블에 내려앉는 소리와 함께 디그가 휘파람을 불었다.

헥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막 잔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금빛 눈동자에는 작은 걱정이 어려 있었다. 베이글의 얼굴이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글은 마지막 잔을 들어올리며 비틀거렸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이미 만취를 암시하고 있었다...

"이거이... 뭐... 마지막... 마지막이니까아... 건배쑤를 해야쥐..."

그녀는 혀 꼬인 소리로 중얼거렸다. 디그가 부엌으로 달려가 수건을 가져왔고, 로키는 베이글이 쓰러질까 봐 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잔을 든 손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헥스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듯이 베이글의 손에서 잔을 빼앗았다.

"그만해. 반, 초대장 줘."

반이 입을 열려는 찰나, 헥스가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베이글의 시야가 핑글핑글 돌았다.

"장난이 너무 심했어. 초대장."

반은 미안한 듯 웃으며 초대장을 내밀었다

"으으... 나 아직... 괜찮은데에..."

베이글이 투정하듯 말했지만, 이미 그녀의 시선은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헥스는 검은 장미가 그려진 초대장을 베이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이미 눈동자가 풀려있었지만, 초대장만큼은 놓지 않으려는 듯 꽉 쥐고 있었다.

"내가... 여기 온 지 두 달이야...여기서 쓴 돈이 얼만데...  기자 월급이 얼만 줄 알아요?"

베이글은 반을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취기 때문에 손가락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다.

"특히 너... 반... 너 진짜 나쁜 놈이야... 복수할 거니까... 각오해... 내가... 내가 기사에다가... 헥스 씨 술집이 최고라고 쓸 거니까... 반은 빼고..."

그녀의 말끝이 흐려지더니 이내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디그가 수건으로 재빨리 받쳐주었다. 로키는 베이글의 주정에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반은 여전히 미안한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되겠어."

 

헥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겟 값도 못 받았는데, 은하수 칵테일까지 세 잔이나 마셨다. 하지만 그가 더 걱정한 건 돈이 아니었다.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해."

 

"내가 데려다줄..." 반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내가 데려다주지."

헥스가 반의 말을 자르며 베이글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베이글은 여전히 초대장을 꼭 쥐고 있었다.

"반, 가게 좀 부탁한다. 디그, 로키. 너희들도 반 좀 봐줘라. 장난치다 또 사고 칠라."

헥스의 말에 디그와 로키가 동시에 'OK 사인'을 보냈다. 반은 여전히 미안한 표정이었다.

"...오늘 건 내가 다 계산할게요."

반의 말에 헥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베이글을 안은 채 비밀 상점을 나섰다.

 

헥스는 비밀상점을 나와 베이글이 사는 건물로 향했다. 그는 베이글이 매일같이 비밀상점 건너편 낡은 5층 빌라에서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디그와 로키가 정보상인 반의 일을 도우며 주변 동향을 살피는 데 도움을 주곤 했기에, 베이글의 거처를 모를 리 없었다.

베이글을 안은 채 밤거리를 걸었다. 베이글은 여전히 초대장을 놓지 않은 채 헥스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기사... 1면... 내가 꼭..." 베이글이 중얼거렸다.

"...바보같은 녀석."

헥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글이 기자가 된 지 2개월. 그동안 그녀가 비밀상점에 와서 취재하려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늘 멋진 척 하면서도 허점투성이였고, 괜한 자존심에 실수를 연발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락타리온의 어둠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처럼 보였다.

5층 빌라에 도착한 헥스는 잠든 베이글의 코트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아냈다. 203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담한 원룸이 나타났다. 벽에는 취재 메모와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있었고, 책상 위에는 수첩과 카메라가 놓여있었다.

헥스는 베이글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일은 늦잠 자겠군."

그는 중얼거리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

아침 햇살이 203호의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베이글은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신음을 내뱉었다. 입안은 텁텁했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으으... 내 머리..."

베이글은 구겨진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처참했다. 번진 아이라인, 흐트러진 머리, 구겨진 옷차림.

 

갑자기 속이 뒤틀렸다. 베이글은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화장실 타일에 이마를 대고 한참을 숨을 고르던 그녀는, 문득 어젯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어젯밤 누군가 자신을 데려다준 모양이지만, 현관에서부터 신발이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었고, 가방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잠깐... 그래, 반이랑 은하수 칵테일 내기... 디그랑 로키가 웃던 거... 헥스 씨가 한숨 쉬던 거... 그리고..."

베이글은 침대로 돌아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놓인 검은 장미가 그려진 초대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물과 해열제.

 

그때 어젯밤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본 것 같은 황금빛 눈동자가 떠올랐다.

"...!!!"

베이글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헥스가 자신을 데려다준 건가? 베이글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뒹굴었다.

"아... 아니야, 꿈이었을 거야. 분명 꿈이었을 거야..."

 

베이글은 한숨을 쉬고는 초대장을 쥐어 들었다.

"블랙로즈... 파티..."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자 금박으로 쓰인 글씨가 반짝였다.

[블랙로즈 파티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일시: 다음 주 토요일 저녁 8시
장소: 암흑속의장미
드레스코드: 블랙 or 레드 드레스
※파트너 동반 필수

베이글은 마지막 문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 이 악마... 그냥 나를 데려가면 될 것을... 파트너라니... 아..."

베이글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으으... 이제 어떻게 비밀상점에 가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다려온 기회가 온 것이다. 블랙로즈의 파티. 락타리온의 이면을 취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베이글은 고개를 들어 벽에 붙은 취재 메모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수확이 있었어. 이제 진짜 기사거리가 생겼어..."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지만, 베이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이제 남은 건 파트너를 구하는 일... 그리고 어제의 창피한 기억을 어떻게든 극복하는 것이었다.

 

베이글이 드디어 아침을 준비하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때, 창문 너머 햇살이 비치는 거리 건너편에서 반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베이글! 일어났어? 헥스가 널 데려다줬다며? 어제 진짜 웃겼는데! 헥스 보고 '황금빛 눈동자 최고예요~' 하면서..."

 

"아침부터 시끄럽게 하지 마!"

 

반이 저 집에 산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반이 나온 곳은 비밀상점 옆 푸른 지붕의 2층집이었다.

 

게다가 2층에는 누가 사는 걸까?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이 보이지 않았다.

 

"아, 맞다! 드레스랑 파트너... 마이클 선배한테 취재비 좀 받아볼까... "

베이글은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흔들었다. 드레스는 마이클 선배에게 취재 비용으로 요청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트너는...

 

그때 다시 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파트너 구해야 하는데! 헥스한테 부탁해볼래? 어제 그렇게 공주님처럼 안아서 데려다줬는데..."

"반! 닥쳐!"

 

베이글의 고함 소리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흘깃거렸다. 푸른 지붕집 2층의 커튼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았다.

 

2층 창문이 천천히 열렸다. 평소와 달리 편안한 차림의 헥스가 창틀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시끄럽다, 반."

낮고 울리는 목소리에 반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베이글은 창문 아래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헥스의 시선이 그녀를 포착했다.

"...베이글. 거기서 뭐하나?"

베이글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혔다. 어제의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자신을 안아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지금 저 집 2층에 사는 사람도... 베이글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헥스 씨... 어제는... 죄송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부끄러움과 함께 묘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

 

베이글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자 반이 환하게 웃으며 제안했다.

"야, 헥스가 만든 아침밥 먹으러 올래? 진짜 맛있어. 특히 계란프라이는..."

"아... 그게..." 베이글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입에서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어서... 아침은 좀..." 그녀는 자세히 설명하려 했지만...

쾅!

헥스가 창문을 닫아버렸다. 반이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베이글, 너 방금 토했다고 말한 거야? 아니, 토할 것 같다고?"

"반! 그만해!" 베이글이 창문을 통해 소리쳤다.

 

아침부터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제의 황금빛 눈동자 주인이 바로 저 푸른 지붕집 2층에 산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초대장을 다시 한 번 보며 미소 지었다. 파트너... 누구와 가야 할까? 문득 어제 자신을 안아 들었던 단단한 팔뚝이 떠올랐다.

 

---

 

베이글은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그래, 취재를 위해서라면 누구와 동행하든 상관없잖아?

 

게다가 헥스는 비밀상점의 오너니까 블랙로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완벽한 취재 파트너가 될 수 있어! ...아니, 이건 순수하게 업무적인 관심이야...

베이글은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헥스 씨! 잠깐만요!"

창문이 다시 열렸다. 헥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다보았다.

"저기... 그러니까... 헥스 씨도 블랙로즈 파티에 가시죠? 제가 와인 한 잔 살게요. 8만 롯짜리 말고... 2만 롯짜리로요!"

베이글의 얼굴이 붉어졌다.

헥스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은하수 칵테일 세 잔은 마실 수 있는데 파트너는 못 구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어제는... 실수였고... 헥스 씨가 블랙로즈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아서..."

그때 헥스의 시선이 베이글의 손에 들린 초대장으로 향했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오늘 저녁에 비밀상점으로 와. 파티 준비는 내가 도와주지."

다시 한 번 2층 창문이 닫혔다.

"야, 베이글!" 반이 웃으며 소리쳤다. "너 방금 헥스한테 고백한 거야?"

"아니라고! 취재 때문이라니까!"

하지만 베이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제 파트너는 구했다. 물론 순수하게 취재를 위해서일 뿐이다. 그렇다. 절대로 다른 이유는 없다. 절대로...

---

 

시간은 흘러 오후, 락타리온의 상업지구는 아직 잠에 취해 있었다. 베이글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거리를 걸었다. 드레스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베이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페시튼의 의류점들은 늘 밝고 화려했다. 하지만 락타리온의 의류점들은 달랐다.

 

어두운 색으로 칠해진 외벽, 커다란 쇼윈도 안에는 관능적인 드레스들이 걸려있었다.

"이곳이 락타리온에서 가장 유명한 드레스샵이라고 했는데..."

베이글은 'La Rose Noire(라 로즈 누아르)'라는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화려한 쇼윈도 안에는 검은색과 붉은색 드레스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쇼윈도에 걸린 블랙 드레스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등이 깊게 파인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이런 걸 입고 헥스 씨와... 아니, 취재니까! 취재!"

베이글은 얼굴을 붉히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주인은 붉은 립스틱을 바른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베이글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이거... 얼마일까..."

베이글은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15만 롯. 기자 월급으로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취재가 성공하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기사를 쓰면 마이클 선배가 취재비를 후하게 줄지도 모른다.

 

가게 주인은 베이글의 몸매를 훑어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이 드레스가 딱이겠어요. 허리선이 예쁜데 이걸 안 입으면 누가 입겠어요? 자, 제가 도와드릴게요."

베이글은 어색하게 드레스를 들고 피팅룸으로 향했다. 드레스를 입는 것조차 서툴렀다. 주인이 숙련된 손놀림으로 지퍼를 올리고 끈을 조절했다.

"거울을 보세요, 아가씨. 이렇게 아름다운데 숨기고 있었다니..."

베이글은 거울 속 자신을 보고 놀랐다. 검은 드레스는 그녀의 허리선을 완벽하게 감싸고, 등이 살짝 드러나는 디자인이 우아했다. 가게 주인의 달콤한 말이 이어졌다.

"이런 드레스는 흔치 않아요. 블랙로즈 파티에 가시나 봐요? 이 정도는 입으셔야죠. 15만 롯이지만 특별히 12만 롯으로..."

가게 주인의 달콤한 말에 베이글은 점점 홀려들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비싸긴 하지만... 이번 취재가 성공하면...

"아, 그리고 이 드레스와 어울리는 구두도 있는데... 한번 신어보시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베이글은 비밀상점 앞에 서 있었다. 트렌치코트 안에는 새로 산 드레스를, 손에는 하이힐이 든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또 당했네... 이번엔 20만 롯이야... 마이클 선배, 제발 취재비 잘 주세요..."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비밀상점 주변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멀리서 륀네르의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베이글은 심호흡을 하고 비밀상점의 문을 열었다.

---

 

비밀상점 문이 열리자 카운터에서 잔을 닦고 있던 헥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이미 파티 준비를 마친 듯했다. 검은색 턱시도에 은색 베스트를 입은 모습이 평소와는 달랐다. 넓은 어깨를 감싼 턱시도 자켓이 그의 체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베이글은 헥스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트렌치코트 깃을 쥐었다. 마치 수상한 물건을 숨기려는 바바리맨처럼.

"옷... 샀구나."

그가 카운터에서 나와 베이글 앞으로 다가왔다. 큰 키로 베이글을 내려다보았다.

헥스가 베이글의 트렌치코트를 슬쩍 보았다. "그 안에 드레스 입고 있지?"

"어... 그게..."

"파티에선 에티켓이 중요해. 앉아. 기본부터 가르쳐줄 테니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지만,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마치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거리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아, 그리고... 트렌치코트는 벗어도 돼.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베이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베이글이 망설이다 트렌치코트를 벗자, 검은 드레스가 드러났다. 등이 살짝 드러나는 디자인에 허리선이 돋보이는 드레스였다. 헥스는 말없이 베이글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이 구두도 같이 샀어요! 힐이 좀 높긴 한데... 파티에선 이 정도는 신어야 하잖아요?"

베이글은 헥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서둘러 구두를 꺼내 신었다. 하지만 평소 굽 높은 구두를 신지 않던 탓에 휘청거렸고, 헥스는 한숨을 쉬며 베이글의 손을 잡았다.

"자, 내 손 잡고... 천천히 걸어봐. 블랙로즈 파티에서 넘어지면 기사감이 되는 건 네가 될 거야."

베이글은 얼굴을 붉히며 헥스의 손을 잡았다. 그의 큰 손이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

"아니, 그게... 난 원래 이런 구두 잘 신는데... 오늘따라 좀..."

"걸음마 연습부터 시작하지." 헥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파티에선 춤도 춰야 하니까."

"춤이요?!"

헥스가 카운터 뒤에서 음악을 틀었다. 클래식한 왈츠 곡이 흘러나왔다. 그가 베이글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자, 내 손을 잡아. 그리고... 발은 밟지 말고."

베이글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 큰 키 차이 때문에 고개를 한참 들어야 했다.

베이글은 어설프게 발을 움직였다. 그의 발을 밟았다.

"아... 죄송해요."

"괜찮아. 다시."

문이 벌컥 열리며 반이 들어왔다.

"헥스! 로키가... 어? 오호라... 이거 무슨 상황이야?"

베이글은 황급히 헥스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하이힐 때문에 다시 한번 휘청거렸고, 이번에는 헥스의 가슴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취... 취재 준비야! 이건 그냥..."

"그래~ 취재~" 반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한 시간 정도의 연습 끝에 베이글은 어설프게나마 왈츠의 기본 스텝을 익혔다. 헥스는 시계를 보더니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잠깐만 기다려."

베이글은 헥스가 사라진 틈을 타 트렌치코트에서 수첩과 필기구를 꺼내 파우치에 담았다. 목에는 카메라도 걸었다. 그녀의 표정이 기자다운 진지함으로 바뀌었다.

헥스가 돌아와 보니 베이글이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든 그녀의 모습에 헥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다 빼."

"네? 하지만 취재를..."

"VIP 파티야. 카메라는 물론이고 필기구도 반입 금지. 들키면 쫓겨나. 아니, 그전에 입구에서 막힐 거야."

베이글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떻게 취재를..."

"머리로 기억해. 귀족들처럼 우아하게 굴면서." 헥스가 베이글의 카메라를 가리켰다. "저건 내가 맡아둘 테니까."

"에이~ 난 준비됐다고요! 이렇게 멋진 드레스도 입었는데..."

헥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반이 끼어들었다.

"베이글, 너 지금 '007' 같은 거 상상하고 있지?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거든..."

"반! 너까지 그러기야?"

헥스는 베이글의 어깨를 잡고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잘 봐. 드레스는 예쁘게 입었는데... 그 위에 걸린 카메라랑 파우치는 뭐야? 마치... 결혼식장 들어가는 스파이 같네."

 

베이글은 아쉬운 표정으로 카메라와 파우치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헥스가 그것들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동안, 로키와 디그가 비밀상점으로 들어왔다.

"와... 베이글 누님인가?" 디그가 놀란 눈으로 베이글을 바라보았다. "평소엔 트렌치코트에 구겨진 셔츠 차림이더니..."

로키도 거들었다. "항상 수첩 들고 다니면서 '이 기사는 내가 락타리온을 뒤흔들 기사야!' 하고 다니더니..."

"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베이글이 발끈했다. "기자는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을 할 줄도 알아야..."

"그나저나..." 디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누님, 평소엔 맥주 마시면서 어제는 은하수 칵테일에..."

"디그!" 베이글이 하이힐을 집어 들며 위협했다. "그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해!"

"자, 그만." 헥스가 돌아와 베이글의 어깨를 툭 쳤다. "이러다 파티 늦겠다. 디그, 로키. 오늘 밤엔 특히 조심해. 블랙로즈 파티 때문에 손님들 까다로울 거야."

헥스는 베이글을 데리고 나가려다 멈춰 섰다. "하이힐로 사람 위협하는 건... 파티에선 하지 마. 귀족들 앞에서."

 

 

 

---

 

진짜 대화하면서 꺽꺽대고 웃음.. 🤣🤣🤣

 

오늘 회사에 키보드르 두고 와서 짧지만 헥스 로그 적어둔 것들을 풀어 봅니다.. 원래 일라이 대화하려고 했는데... ㅠ

네 맞습니다. 저는 비축하지 않습니다. 늘 생각나는 대로 대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

 

로그 포스팅은 언제나 간헐적 업로드 됩니다!

 

여주 이름이 베이글이라 죄송합니다.....죄송해요.....힘들어서 못 바꾸겠어요.....

 

일단 지어준 이름은 젠 베이커 입니다. 

 

 

 

 

유저노트(진행에따라수정함)

 

 

첫대사

 

 

 

 

---

 

 

2화입니다 🔔

 

헥스 (2) Hennessy's Headlines

 

 

 

뤼튼 캐릭터챗 '헥스 Unsafety' @예리엘 

세이프티 필터 적용 캐릭터 | 뤼튼 캐릭터

 

 

 

헥스 캐릭터 가이드 @예리엘님 블로그 <-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

20.헥스 뵈르크

 

 

세이브버전 @예리엘

헥스 뵈르크 | 뤼튼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