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스 Kiss Me, Valentine ; Short

뤼튼 캐릭터챗 '헥스'  Unsafety
create by 예리엘
edited by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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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스는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젠이 마주보이는 창가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2층이라 창문을 열면 서로가 잘 보였다.

젠은 포장된 초콜릿 상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베이크로쉐라고 적힌 고급스러운 상자였다. 헥스는 무심코 그녀를 지켜보았다.

"아, 헥스!"

젠이 창문을 열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그러니까... 해피 발렌타인데이!"

헥스는 잔을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발렌타인데이라고 다들 초콜릿 기사 쓰느라 바빴는데... 전 취재 대신 초콜릿을 샀지 뭐에요."

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센트리얼 신문사가 알면 좋아하겠네."

헥스가 빈정거렸다.

"에이, 이것도 취재의 일환이라구요! 비밀상점 사람들이... 늘 도와주시니까..."

젠이 말하다 말고 얼굴을 붉혔다.

"아, 그러니까..."

아래층에서 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헥스! 젠! 창문으로 데이트하는 거야?"

"반! 네가 할 일이나 해!"

젠이 아래층을 향해 소리쳤다.

젠은 헥스를 향해 손짓했다.

"잠깐만요... 여기 좀 와주세요. 비밀상점엔 나중에 가려고 했는데..."

헥스는 한숨을 쉬며 창문을 닫고 젠의 집 쪽으로 향했다. 그가 계단을 올라오는 동안 젠은 초콜릿 상자들을 정리했다.

"어서 와요! 여기... 비밀상점 사람들 것도 있는데, 전달 좀 해주실래요?"

젠이 초콜릿 상자들을 내밀었다.

헥스는 상자들을 보다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페이크로쉐... 꽤 비싼 걸 샀네."

"에이... 그정도는..."

젠이 얼굴을 붉혔다.

헥스는 젠의 방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는 취재 노트가 널브러져 있었고, 벽에는 락타리온 지도가 붙어있었다. 여전히 기자다운 면모였다.

"그나저나..."

젠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헥스,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요. 루스턴이 발렌타인데이에 뭘 좋아할까요? 취재...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헥스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 채 젠의 말을 무시했다. 그의 큰 손에 페이크로쉐 상자가 구겨져버렸다.

"아... 상자가..."

젠이 당황한 듯 말했다.

"실수야."

헥스가 짧게 대답했다.

"음... 뭐 어때요. 어차피 먹을 건데."

젠이 구겨진 상자를 가리켰다.

"차라리 지금 같이 먹어볼까요? 이거 꽤 비싼 거예요. 맛있다고 하던데..."

헥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상자를 내려놓았다.

"...차 마실래?"

"네? 아... 네!"

헥스는 젠의 부엌으로 향했다.

그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젠은 구겨진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았다. 루스턴 얘기를 꺼낸 게 실수였나?

"헥스도 초콜릿 좋아해요?"

"달달한 건 별로..."

헥스는 젠의 부엌을 둘러보았다.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밀려있었고, 찬장은 반쯤 열린 채였다. 그는 한숨을 쉬며 찬장을 뒤져 겨우 얼그레이 찻잎을 찾아냈다.

"어지러운 건 여전하네."

헥스가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말했다.

"달콤한 초콜릿엔 얼그레이가 어울릴 것 같은데."

"아, 그래요? 전 커피랑 먹으려고 했는데..."

젠이 초콜릿 상자를 열며 말했다.

"여기 세 종류예요. 전부 다크초콜릿인데.. 함량은 50%, 65%, 80%... 페이크로쉐의 시그니처라나?"

헥스는 주전자에서 김이 오르자 찻잔에 차를 우려냈다. 그의 손놀림이 우아했다.

"초콜릿은 너무 달아서 별로야."

"에이~ 달달한 게 좋은데..."

그가 테이블 위의 초콜릿 상자를 살펴보며 말했다.

"보통 여자들은 이렇게 쓴 걸 안 좋아하던데."

"아니에요, 전 다크초콜릿도 좋아해요! 그리고..."

젠이 초콜릿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거든요."

헥스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달콤한 초콜릿과 얼그레이의 향이 어우러졌다.

젠이 적갈색 포장지에서 초콜릿을 꺼내 건넸다. 둥근 모양의 초콜릿이 은은하게 빛났다.

"이건 65% 함량이에요. 적당히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워서 가장 먼저 먹기 좋을 것 같아요."

젠이 초콜릿을 설명하며 헥스를 바라보았다.

"다크초콜릿이라고 해서 다 쓴 건 아니거든요. 이건 특히 부드러운..."

헥스는 젠이 건넨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그의 큰 손 위에서 초콜릿이 더욱 작아 보였다.

"초콜릿 전문가였나?"

헥스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아니, 그냥... 맛있는 거 좋아하니까요."

헥스는 초콜릿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에 넣었다.

젠은 그의 반응이 궁금한 듯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천천히 녹았다. 헥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맛을 음미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그쵸? 그쵸?"

젠이 자신도 하나를 입에 넣으며 신이 난 듯 말했다.

"음... 역시 맛있어요! 부드럽고... 달콤쌉쌀하고... 아, 이거 완전 연인들이 먹기 좋을 것 같아요. 발렌타인데이니까..."

젠은 말을 하다가 문득 상황을 깨달았다. 둘이서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아... 그러고 보니..."

젠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흐렸다.

헥스는 젠의 반응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난 그냥 단골손님의 초콜릿 시식을 도와주는 중이야."

"네? 아... 네, 그렇죠! 당연하죠!"

젠은 너무 빠르게 대답했다.

서둘러 짙은 갈색 포장지를 까며 헥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초콜릿이 헥스의 입 앞에서 멈췄다.

"이건 80% 함량이에요. 향이 되게 강렬한데... 한번 맛보실래요?"

헥스는 잠시 놀란 듯 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초콜릿에서 젠의 얼굴로 향했다. 젠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직접 먹여주게?"

"아... 그게..."

젠이 당황한 듯 손을 떨었다. 초콜릿이 헥스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헥스는 피식 웃더니 젠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큰 손이 젠의 가는 손목을 감쌌다.

"떨어뜨리면 아깝잖아."

젠의 손을 잡은 채로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초콜릿의 씁쓸한 맛을 음미했다. 깊이 있는 향과 함께 쓴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건... 괜찮네."

젠도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으... 너무 써요! 이건 좀... 아니에요. 발렌타인데이는 원래 달콤하게 보내야 하는 거라구요. 그래서 보통 화이트초콜릿이나 밀크초콜릿을..."

헥스가 피식 웃었다.

"발렌타인데이라고 꼭 달콤할 필요는 없잖아. 쓴맛도 나쁘지 않은데."

"아니에요! 발렌타인데이는 달콤해야 해요! 그래야 로맨틱하고..."

헥스는 젠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발렌타인데이에 대해 연구 많이 했나보네."

"그건... 그러니까..."

젠이 말을 더듬었다.

"마지막 초콜릿도 먹어볼까요?"

젠이 마지막 초콜릿의 금색 포장지를 까자 달콤한 향이 퍼졌다.

"난 패스하지."

헥스가 고개를 저었다.

"달달한 건 별로..."

"아, 그럼 제가 다 먹을게요!"

젠이 신이 난 듯 초콜릿을 제 앞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하나를 입에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이게 진짜예요. 달콤하고... 부드럽고..."

젠은 순수하게 초콜릿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며 초콜릿을 음미하는 모습이...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헥스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젠이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흘리는 작은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달콤한 걸 좋아하는 건가보네."

젠이 연달아 초콜릿을 입에 넣자 거실에는 달콤한 향이 더욱 진하게 퍼졌다.

헥스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초콜릿 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이제 가봐야겠네."

젠이 급하게 그의 소매를 잡았다.

"잠깐만요!"

젠이 초콜릿을 입 안에 가득 문 채로 웅얼거렸다.

그녀의 볼이 마치 다람쥐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헥스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멈춰 섰다. 그동안 그저 시끄럽고 재미있는 기자로만 보였던 그녀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라 보이는지.

그녀의 까만 곱슬머리가 어깨를 스치고, 볼이 잔뜩 부풀어 오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워 보였다.

"... 선물이라면서."

헥스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젠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나도 한번 제대로 맛보고 싶은데."

몸을 숙여 젠의 입술을 살며시 눌렀다. 달콤한 초콜릿의 향기가 둘 사이에 맴돌았다.

젠의 놀란 몸이 달싹거렸지만, 헥스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넓은 가슴에 기대자 젠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진정해."

헥스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란스럽게 움직이던 젠도 점차 진정되어갔다. 그녀의 작은 손이 헥스의 셔츠를 살짝 움켜쥐었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헥스 특유의 향이 뒤섞였다.

"발렌타인데이에... 달콤한 걸 싫어한다고 해서..."

젠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부러 쓴 초콜릿도 준비했는데..."

"바보같은 소리."

그의 손이 젠의 까만 곱슬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달콤한 건... 이렇게 맛보면 되는 거잖아."

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젠의 것을 찾았다. 더 깊고,  더 달콤하게.

젠은 대답 대신 헥스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몸이 헥스에게 완전히 감싸여,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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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려던 헥스가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다음번엔..."

그가 젠을 돌아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초콜릿 말고 다른 걸로 맛보고 싶은데."

젠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 그건 무슨..."

"와인 말이야."

헥스가 피식 웃었다.

"뭘 상상한 거야, 기자양?"

문이 닫히고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젠은 테이블에 남은 페이크로쉐를 바라보며 얼굴을 감쌌다.

달콤한 초콜릿 맛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어라? 헥스가 나가네~"

창 밖에서 반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젠! 초콜릿 맛있었어? 특히 마지막 맛이..."

"반!!"

젠이 창가로 달려가 소리쳤지만, 반은 이미 투명해진 뒤였다.

젠은 한숨을 쉬며 입술을 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꿈같은 발렌타인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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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도 페로로로쉐를 먹으며...

헥스와 달달한 모먼트를 나누는 젠이네요.
젠은 사실 남친이 있다는 설정이지만..
오늘은 잊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