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파 (1) A Tale of Tail

뤼튼 캐릭터챗 '카스파'  Un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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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조용하고 따뜻한 작은 오두막. 평소처럼 약초를 정리하던 당신의 집 문이 익숙한 리듬으로 두드려졌다. 그 리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카스파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곤 했다.
천천히 문을 연 당신은 꼬리에 난 상처를 핥고 있는 카스파에게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당신은 상처의 모양새를 보고 카스파가 일부러 제 꼬리를 물어 상처를 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나 여기 아파, 치료해 줄 거지?”
방금 전까지 눈물을 눈에 달며 아픈 척 연기를 펼치던 카스파는 능청스레 당신의 발목을 살짝 깨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예쁘게 울어보이기까지 했는데, 그냥 보내면 안되지. 어떡할까. 더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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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너구나. 이번엔 어떤 '여우'랑 푸닥거리를  한 거지..?"

눈 앞에서 마르타가 무뚝뚝하게 말하는 걸 보니까 웃음이 나와. 그 여자는 늘 그래. 날 볼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결국엔 치료해주거든. 내가 아픈 척 하면서 찾아오는 걸 다 알면서도 매번 치료해주는 게, 귀엽다고 해야 하나?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번엔 진짜 다쳤어. 어떤 나쁜 여우가 내 꼬리를 물었다니까?"

마르타는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약초함을 들고 왔어. 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그녀의 발치에 드러누웠지. 그녀가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상처를 살펴보는데, 손길이 참 따듯해. 내가 일부러 다친 걸 알면서도 매번 이렇게 정성스럽게 치료해주는 거야.

"아야야... 아프다니까? 좀 더 부드럽게..."

마르타는 내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어. 그녀의 손끝에서 허브향이 나. 늘 맡던 향인데도 오늘따라 더 진하게 느껴져. 마르타의 초록색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리자 난 슬쩍 손을 뻗어 그걸 귀 뒤로 넘겨줬지. 그러자 마르타는 잠시 손을 멈추고 날 노려봤어. 그 표정이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치료해주면서 화내는 거 봐. 네가 제일 좋아."

"아~ 네 꼬리를 물었다는 여우는 정말 나쁜 여우였나봐."
 
아... 얼마나 맵던지. 마르타가 약초를 바를 때마다 꼬리가 움찔거렸어. 근데 이게 웃긴 게 뭔지 알아? 그 여자, 일부러 더 세게 문지르는 것 같았다니까. 내가 꼬리로 자해한 걸 눈치챘나 봐. 그래도 좋아, 이렇게라도 날 만져주니까.

"으읏... 너무 세게 하는 거 아냐? 나 정말 아파서 온 건데..."

마르타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더 세게 문질렀어. 그녀의 입가에 살짝 올라간 미소를 봤어. 아주 살짝이었지만, 그래. 그 표정이면 됐어. 마르타가 내 장난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야... 너무해..."

마르타는 마지막으로 약초를 한 번 더 꾹 문지르고는 약초함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가 살짝 휘었지. 날 놀리는 게 재미있나 봐. 그래도 좋아. 이렇게라도 그녀가 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치료가 끝나자마자 마르타가 내 꼬리를 끌어안더니 얼굴을 푹 묻었어.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털 사이로 스며들었지.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 마르타도 들었을까? 매번 이럴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렇게 파고들면 또 다치고 싶어질 것 같은데..."

마르타는 내 말에 고개를 들어 날 째려봤어. 근데 그 눈빛이 예쁘잖아. 마치 '감히'라고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귀엽게 화난 표정이야.

"이렇게 예쁜 꼬리를... 누가 감히 물어. 다시는 하지마."

마르타의 목소리가 꼬리에 파묻혀 살짝 웅얼거렸어. 귀여워 죽겠네. 내 꼬리가 기분 좋아서 살랑거리자 그녀의 볼이 간지러웠는지 살짝 웃음을 터뜨렸어. 그 웃음소리에 내 심장이 또 한 번 쿵 하고 울렸지.

"흐음... 내 꼬리가 그렇게 좋아? 더 가까이 와서 만져봐도 되는데?"

마르타는 순간 얼굴을 확 붉히더니 벌떡 일어났어. 아, 또 저래.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가려고 하면 도망가버리는 게 습관이야. 근데 그런 것도 귀여워. 특히 저렇게 귓불까지 빨개져서 도망가는 모습이.

"어디 가. 내 꼬리 좋아하면서..."

마르타가 창가로 걸어갔어. 풀숲을 닮은 초록빛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찰랑거리는데, 햇살 아래서 보면 마치 이슬을 머금은 것처럼 반짝여. 연갈색 눈동자는 마치 숲속 사슴처럼 맑고 순수해.
 
날 볼 때마다 차갑게 굴지만, 그 눈빛만은 숨길 수가 없나봐. 그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하얀 목덜미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내가 키스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그 목덜미.

"그렇게 도망가봤자... 내가 또 찾아올 건데."

마르타는 작고 가녀린 체구인데도, 약초를 다룰 때만큼은 힘이 넘쳐. 하얀 피부가 햇살에 반짝이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해져. 특히 저렇게 무심한 듯 약초를 만지작거리는 손가락이 참 예뻐. 내 꼬리를 만질 때도 저렇게 다정했으면 좋겠는데.

"어쩜 그렇게 예쁘니..."

마르타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는 척 했지만, 귓불이 붉어지는 게 보였어. 사실 난 알아. 이 오두막에 찾아오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걸. 가끔 마을 사람들이 약초를 사러 오긴 하지만, 대부분 마르타가 직접 마을로 내려가거든. 그러니까 이 꼬맹이, 날 기다린 게 맞잖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좀 더 있다 가도 될까? 밖이 춥거든."

실은 전혀 춥지 않았어. 오히려 따뜻한 봄날이었지. 하지만 마르타의 반응이 궁금했어. 그녀가 잠시 망설이더니 무심한 척 고개를 끄덕였을 때, 내 심장이 또 한 번 뛰었다니까.

"근데... 내가 오는 게 싫지는 않지?"

마르타는 대답 대신 약초를 정리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지. 아, 귀여워. 저렇게 감정을 숨기려고 하는 것도 참 예뻐.

"...매번 일부러 다치고 그러지 말고."

마르타가 무심한 듯 중얼거렸어. 근데 그 목소리에 숨겨진 걱정이 느껴져. 이 여자, 내가 다치는 게 신경 쓰이나 봐. 귀여워라.

"그리고... 굳이 핑계 대지 않아도 돼. 그냥... 와도 되는데."

마르타의 말에 내 심장이 쿵 하고 울렸어. 저렇게 무심한 척 하면서도 사실은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앞으로는 더 자주 와야겠는데?"

마르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다시 내 꼬리를 살짝 쓰다듬는 걸 보니, 정말로 화가 난 건 아닌가 봐. 아니, 어쩌면 나처럼 이런 시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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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가 허브향 가득한 따뜻한 차를 내밀었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네."

마르타는 말없이 내 컵을 가져가 약초를 더 넣어줬어. 그때나 지금이나, 말은 없어도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는 건 똑같아.

"네가 처음 날 치료해줬을 때... 그때부터 난 네가 특별했어."

내 은신처 근처에 있던 버려진 오두막에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 처음엔 경계했어. 덫을 놓으러 온 사냥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정말로 덫에 걸린 날, 운명처럼 마르타를 만났어. 다행히도 난 여우의 모습이었어. 인간의 앞에서 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곤란했을 테니까. 등에 약초 바구니를 맨 채 나타난 그녀는, 다친 날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다가왔어.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 마르타의 손끝에서 풍기던 약초 향기, 그리고 그녀가 내 상처를 치료할 때의 진지한 표정까지. 차를 한 모금 마시니 그때의 기억이 더 선명해져. 내가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것도, 어쩌면 그날의 기억 때문인지도 몰라.
 
사실 너희들한테 부끄러운 얘기를 하나 해야 할 것 같아. 그날, 내가 덫에 걸렸을 때 말이야... 난 마르타의 팔을 물어버렸어. 아프고 무서웠거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

근데 말이야, 그때 마르타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손을 꽉 쥐긴 했는데, 덫을 푸는 걸 멈추진 않았어. 피가 흐르는데도 말이야.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그녀의 하얀 손목에 남은 이빨 자국이 얼마나 선명했는지...
 
이런 말하면 웃길지 모르지만, 그날 이후로 난 그녀의 용기에 반해버렸어. 아프다고 울면서도 날 도와주려고 했던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

그날 이후로 난 자주 그녀의 오두막 주변을 맴돌았지. 여우의 모습으로, 그녀가 약초를 캐러 다니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곤 했어. 위험한 곳에서 약초를 캐려고 할 때면 일부러 소리를 내서 경고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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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회상에 잠겨있던 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르타가 테이블 앞에서 약초를 다듬고 있었어.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허브를 정성스럽게 다루는 모습이 왜 이리 예쁜지. 난 슬그머니 일어나 테이블에 양손을 짚었지. 마르타의 시선이 닿는 곳에 내 손이 있길 바라면서.

"방해돼... 비켜."

마르타가 무심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손이 약초를 옮기면서 살짝 내 손등에 스치는 걸 느꼈어. 일부러였을까? 아닐까? 궁금해 미치겠는데.

"내가 여기 있는 게... 그렇게 방해돼?"

내 꼬리가 기대감에 살랑거렸어. 마르타의 손이 다시 한 번 내 손등을 스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런 게임도 나쁘지 않아. 그녀도 즐기고 있을까? 이런 작은 접촉이 나를 이렇게 설레게 할 줄이야. 심장이 쿵쾅거려서 귀가 다 멍해.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자 마르타가 두꺼운 망토를 걸치고 허브 바구니를 챙기기 시작했어. 밤에 피는 달맞이꽃이나 월광에 젖은 버섯을 따러 가나 봐. 마르타의 손놀림이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해 보여.

"밤에 피는 달맞이꽃을 구해달라고 했어. 마을 아래 사는 할머니가... 불면증이 심하시대."

마르타가 말을 하면서도 내내 준비에 바빴어. 그녀의 초록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짝이는 게 마치 이슬을 머금은 풀잎 같아.

"내가 따라가면 안 될까? 혹시 모르잖아... 늑대도 있고."

마르타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지. 아마도 내가 걱정하는 게 기분 좋았나 봐.

내가 앞장서서 가는 척 하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돼. 마르타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하면서. 사실 그녀가 이 숲길을 나보다 더 잘 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여기 조심해. 돌이 미끄러워... 내 손 잡을래?"

마르타가 살짝 웃음을 참는 게 보였어. 그래, 내가 좀 오버하고 있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밤산책이 얼마나 소중한데. 달빛이 마르타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숨이 멎는 것 같아.

"저기 달맞이꽃이 피어있네. 근데 말이야... 네가 혼자 다닐 때는 어떻게 했어? 나 없을 때는?"

마르타는 대답 대신 조용히 웃으면서 달맞이꽃을 따기 시작했어. 그녀의 손놀림이 얼마나 숙련됐는지.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게 부끄러워질 정도야. 하얀 꽃들 사이로 마르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달맞이꽃을 다 채집한 마르타는 허리를 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어.

"할머니가 이번엔 직접 만드신 메밀국수를 주셨어. 지난번엔 감자전이었는데..."

마르타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났어. 할머니가 주시는 소소한 음식들이 그녀에겐 특별한 보상인가 봐. 근데 말이야... 그동안 내가 받은 치료...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례를 한 적이 없었지. 그저 귀찮게 찾아가고, 장난치고, 괴롭히기만 했잖아. 문득 부끄러워졌어.

"할머니는 정말 따뜻한 분이셔. 매번 이렇게 맛있는 걸 주시고."

"나도 할머니처럼... 뭔가 특별한 걸 줄 수 있을 텐데."

마르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날 돌아봤어. 내 마음이 이상하게 조급해졌어.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

"특별한 거..?"

마르타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 그래, 그날이었지. 처음으로 내 정체를 들킨 그날...

"아니, 그게... 그때처럼 막 달려들진 않을게..."

한 달 전쯤이었나. 마르타가 내 상처를 치료해주던 날이었어. 따뜻한 손길이 내 몸을 쓰다듬을 때마다 전율이 일었지. 그녀의 손가락이 상처 부위를 만질 때, 갑자기 내 안에 있던 뭔가가 터져버렸어. 순식간에 여우 귀와 꼬리가 튀어나왔고...
 
그대로 마르타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지. 그녀의 체온과 향기에 취해서...

마르타는 그때 너무 놀라서 약초를 든 바구니를 떨어뜨렸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 하지만 도망가진 않았지.
 
대신 떨리는 손으로 내 귀를 만져보더니...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 그날 이후로 마르타는 내가 수인이란 걸 알게 됐고, 나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지.

"근데... 그때 네 향기가 너무 좋았어. 지금도 기억나..."

달빛 아래서 마르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어. 그날 이후로 우리 사이에는 뭔가 미묘한 게 생겼지. 마르타는 여전히 날 치료해주지만, 이제는 더 조심스럽게... 마치 언제 또 내가 돌변할지 모른다는 듯이.

그래도 후회는 안 해. 마르타의 놀란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다고... 게다가 그 덕분에 이제 숨길 필요도 없잖아? 귀랑 꼬리도 마음대로 내보일 수 있고...

미안하다고는 못 하겠어. 오히려 그날 이후로 마르타가 내 귀랑 꼬리를 더 자주 만지게 됐으니까... 이건 서로에게 윈윈 아닐까?

마르타가 갑자기 빨라진 걸음으로 앞서가자, 나도 모르게 꼬리가 축 처졌어. 저렇게 도망가듯 걸어가는 걸 보니 아까 내 말이 너무 과했나... 하지만 이대로 보낼 순 없지.

"어디 도망가려고 그래? 내가 또 목덜미에 얼굴을 비빌까 봐? 아니면... 더 야한 짓을 할까 봐?"

마르타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어. 아... 이러다가 정말 도망가겠어.
 
근데 말이야, 진짜로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 특별한 사례라... 내가 가진 게 뭐가 있지? 마법도 없고, 돈도 없고... 아! 저번에 깊은 산속에서 봤던 그 나비버섯이라면 어떨까? 여러 겹의 갓이 산들바람에도 나풀거리는 것이 이쁘면서도 귀한 버섯이랬지... 너무 위험해서 저번에 마르타가 채집하는 것을 포기했었잖아.

"저기, 마르타... 다음에는 정말 특별한 걸 준비할게. 기다려줘."

마르타의 발걸음이 살짝 늦춰지는 게 느껴졌어. 내 말에 관심이 있나 봐. 꼬리가 더 신나게 흔들거렸지.

마르타가 오두막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달맞이꽃을 정성스레 꺼내놓는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이상하게 아려왔어. 저렇게 행복한 표정은 나한테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데...

"저기... 내가 없었으면 늑대한테 물렸을 수도 있었는데..."

꼬리를 살랑거리며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마르타는 여전히 달맞이꽃에만 정신이 팔려있어. 빛나는 꽃잎들 사이로 그녀의 손가락이 춤추듯 움직이는 걸 보니... 나도 저렇게 만져줬으면 좋겠는데.

내 꼬리가 축 처져서 바닥을 쓸고 있는데도 마르타는 여전히... 이럴 때 보면 정말... 내가 수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전혀 특별 취급을 안 해주는구나. 근데 또 이런 무심함이 매력적이라니, 나도 참 이상한 놈이야.

"다음에는 진짜 대단한 걸 가져다줄 테니까. 그때는 나한테도 그런 표정 좀 보여줘."

마르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어. 완전히 무시는 아니었나 보네.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마르타... 너무 예쁘다. 달맞이꽃보다 더."

마르타가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어. 아, 저 표정... 귀찮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거부하는 건 아닌 그 미묘한 표정이 너무 좋아.

"야, 또 시작이네."

마르타의 무심한 말투에 오히려 더 흥분됐어. 그녀의 뒤로 살며시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어. 마르타의 체온이 내 가슴으로 전해져왔지. 내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거렸어.

"네가 무심한 척 하는 것도 좋고, 날 무시하는 것도 좋아. 근데 이렇게 안으면 심장이 빨리 뛰는 건 숨길 수 없잖아?"

내 목소리가 절로 달콤해졌어. 마르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여. 이런 반응... 정말 취하는 것 같아.

마르타가 살짝 긴장한 듯 굳어있다가 천천히 내 팔을 풀어내려고 했어. 하지만 난 더 세게 안았지. 이런 장난스러운 몸싸움도 좋아. 마르타의 온기도, 그녀의 향기도, 모든 게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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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내리쬐는 오두막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가슴이 이상하게 부풀어올랐어. 오늘도 마르타의 향기가 가득 묻어나는 하루였지. 그녀를 안았을 때의 따스함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어.

"다음엔 진짜 특별한 선물을 가져다줄 거야. 일부러 다치지도 않을 거고..."

깊은 산속 절벽 근처에서 자라는 나비버섯... 위험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야. 마르타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겠지?

"이번엔 정말 착한 여우가 될 거야. 근데... 버섯 건네줄 때 또 안아도 될까? 아니면 귀 뒤에라도 살짝 문질러볼까..."

달빛 아래 서서 스스로를 칭찬하다가도, 또 다시 야한 생각이 들어 피식 웃고 말았어. 착한 척은 오래 못 하는구나...

"근데 진짜... 오늘 마르타 품이 너무 따뜻했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행복한 한숨을 내쉬었어. 내일은 또 어떤 핑계로 찾아갈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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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어. 마르타가 마을에 내려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가슴이 답답했지. 그녀의 오두막 주변을 서성이다가 결국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여기서 보면 마르타가 돌아오는 게 제일 먼저 보일 테니까.

"하아... 심심해..."

보통은 숲속을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다녀. 다람쥐들이랑 놀기도 하고, 가끔은 여우 형태로 변해서 달리기도 해.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도 재미없어. 마르타가 없으니까 누구한테 자랑할 수도 없잖아.

"언제 오려나... 해가 저물기 전에는 와야 할 텐데..."

꼬리를 살랑거리며 기다리는 동안, 마르타가 돌아왔을 때 어떤 표정으로 맞이할지 상상하고 있어. 그녀를 놀래켜줄까?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척할까? 아님 그냥 솔직하게 기다렸다고 말할까...?

까마귀 한 마리가 내가 앉아있는 나뭇가지에 털썩 내려앉았어. 쵸쵸잖아? 이 까마귀 자식... 항상 내가 외로울 때마다 나타나서 놀리기나 하고.

"어이, 또 마르타 기다리고 있냐? 꼬리 달린 스토커 같으니..."

쵸쵸의 말에 짜증이 났지만, 사실 반가웠어. 이 녀석도 수인이라 평소엔 사람 모습이지만, 날 놀릴 때면 꼭 까마귀로 변해서 찾아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지.

"너야말로 뭐하러 왔어? 또 산딸기 숲에서 누가 쫓아내서 도망 온 거 아니야?"

쵸쵸가 날카로운 부리로 내 꼬리를 쪼았어. 아프진 않았지만 기분 나쁘게... 이 자식 진짜.

"너 그거 알아? 마르타가 마을에서 돌아올 때 보통 젊은 남자들이 따라오더라? 약초 값으로 받은 물건들 들어주겠다고..."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 쵸쵸는 그걸 즐기는 듯 까악까악 웃더니 하늘로 날아올랐지.

"야! 거짓말하지 마! 돌아와! 누구랑 온다고?!"

해가 점점 기울어가는데, 쵸쵸 그 자식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어. 꼬리가 저절로 바짝 서더니 털이 부풀어올랐지. 젊은 남자들이라... 그래, 마르타도 예쁜 여자니까 당연히 관심 가질 수도 있지.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

"바보 같은 까마귀... 또 날 놀리려고 거짓말하는 거겠지?"

무릎을 끌어안고 마을 방향을 바라보는데, 해가 저물어가는 만큼 내 마음도 점점 어두워졌어. 마르타가 늦게 오는 것도 이상하게 서운해지고... 평소였다면 '또 귀찮게 굴러왔네'하는 그 무심한 표정이라도 보고 싶은데.

해가 점점 기울어가는데 마르타는 보이지 않았어. 평소보다 늦어... 혹시 정말로 누군가와 함께 오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마을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늦는 걸까? 자꾸만 이상한 상상이 들었어.

"마르타... 나비버섯은 아직 못 찾았는데... 누군가 널 도와준다면... 그럼 난..."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 채 마을 방향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어.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마르타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내 정체를 들켰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빨리 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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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초록 머리카락이 저 멀리서 보이자마자 기뻐서 꼬리가 절로 흔들렸는데... 옆에 있는 남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키가 크고 단단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마르타의 바구니를 들어주고 있잖아.

"하... 진짜였네..."

목소리가 떨렸어. 쵸쵸 그 자식 말이 사실이었다니... 숨이 거칠어지면서 본능적으로 여우로 변해버렸어.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겼어.

누군가와 함께 있는 마르타를 보는 것도 싫고, 그 남자가 마르타를 웃게 만드는 것도 싫어. 평소엔 절대 보여주지 않던 그런 미소를... 마르타... 넌 저런 남자가 좋은 거야? 나는... 나는 그저 귀찮게 굴러온 여우일 뿐인가...

"캬악..."

목구멍에서 저도 모르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어. 마르타... 왜 그 남자한테 그렇게 웃어주는 거야?

나무 위에서 마르타와 그 남자를 지켜보는데,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어. 남자가 오두막 안까지 들어가려 하자 마르타가 손사레를 치며 말리는 모습이 보여. 그녀의 미소가 너무 예뻤어. 근데 왜 나한텐 저런 표정을 안 지어주지? 오히려 귀찮아하고 짜증내기만 하는데...

그 남자의 뺨이 붉어지는 걸 보니 더 화가 났어. 마르타가 예뻐서 그랬겠지... 나도 알아, 마르타가 얼마나 예쁜지...

마르타의 오두막 뒤편에는 내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어. 예전에 몰래 뚫어놓은 건데... 여우 크기라 딱 맞지. 그 구멍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갔어.

오두막 안에는 마르타의 향기가 가득해... 가슴이 더 아파왔어. 침대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누웠어. 여기가 제일 좋아... 오늘은 그냥 여우로 있고 싶어... 사람이 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크응..."

목구멍 깊은 곳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왔어. 이런 내 모습이 창피한데... 자꾸만 마르타의 미소 짓던 얼굴이 떠올라.

마르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평소 같았으면 벌써 달려나가서 '기다렸다'고 말했을 텐데... 지금은 침대 밑에서 꼼짝도 하기 싫어. 그 남자의 미소 짓던 얼굴도 떠오르고, 마르타가 그에게 보여준 부드러운 표정도 생각나고...

"카스파...? 어디 있어?"

마르타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 섰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어. 평소라면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꼬리가 흔들렸을 텐데... 오늘은 왠지 더 서운해. 내가 아프다고 할 때도, 상처 났다고 할 때도 저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준 적 없는데.

"크으으응..."

목구멍 깊은 곳에서 울음소리가 또 새어나왔어. 이번엔 좀 더 크게... 마르타가 내 소리를 듣고 침대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져...

침대 밑에서 웅크린 채로 있는데, 마르타가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어. 화가 났는데... 왜 안 달래주는 거야? 더 서운해진 마음에 꼬리를 바닥에 탁탁 쳤어.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강아지풀이 나타났어! 마르타가 자주 쓰는 도구인데... 풀이 살랑살랑 움직이자 본능적으로 눈이 따라갔어. 싫어... 난 화가 났다고! 근데 왜 자꾸 눈이 움직이지?

"크르릉..."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보려 했는데, 자꾸 강아지풀이 내 코앞에서 까불거리니까 집중이 안 돼. 아니, 난 화가 난 거라고! 그 남자랑... 그 남자한테 웃어주고... 으으으... 근데 저 털은 왜 이렇게 자꾸 흔들거리는 거야?

"크앙..."

결국 참지 못하고 강아지풀을 앞발로 휘리릭 쳐버렸어. 아... 이거 봐. 결국 또 마르타 마음대로 되고 말았잖아. 꼬리가 살짝 들썩거리는 걸 보니 화난 건 좀 풀린 것 같기도 하고...

강아지풀을 쫓다가 어느새 침대 밖으로 나와버렸어. 마르타의 손놀림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아, 이게 뭐하는 거지? 화난 건데... 그 남자한테 웃어준 게 아직도 서운한데... 

"...너 나 꼬시려고 이러는 거지?"

수인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마르타 앞에 앉았어. 귀는 아직도 쫑긋 서 있고, 꼬리는 살랑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어. 마르타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도 입술은 삐죽거렸지.

"아직도 화났어. 그리고... 그 남자는 누구야? 왜 같이 왔어? 왜 웃어줬어? 나한텐 한 번도 그런 표정 안 지어줬잖아... 그리고... 그리고..."

말하면서도 자꾸 마르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내 모습이 창피해. 근데 어쩔 수 없어. 그녀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가서야 겨우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아.

"...나도 네 짐 들어줄 수 있는데..."

"...강아지풀 하나로 꼬시는 건 좀 쉽지 않아?"

마르타의 말에 내 귀가 바짝 섰어.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발끈했지.

"너... 지금 날 놀리는 거야? 그래, 난 쉬운 남자야. 네가 조금만 웃어줘도 꼬리 흔들고, 강아지풀 하나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놈이야..."

순간 화가 나서 마르타를 벽으로 밀어붙였어.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다른 손으론 벽을 짚었지. 마르타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어.

"근데 너한테만 이러는 거...너도 알지?...내가 얼마나... 음..."

마르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갖다 대고 속삭였어.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져.

"...널 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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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음 화는 포스타입에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
카스파 이 폭스.. 이정도일줄 몰랐습니다. 토브님 언셒 경험이 부족하시다구요..? 당신은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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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보고 꼬맹이라 그래서 놀랐는데 카스파 연배가 좀 있으시네요..?

 
 
 
 

너가 좋으면 됐어.. 나는 좀 누워 있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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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카스파 (2) A Tale of Tail ; fin.

 

 

서휘영 단편 @토브

서휘영 Shards of Dream ; Short

 
 
뤼튼 캐릭터챗 '카스파 Unsafety' @토브

세이프티 필터 적용 캐릭터 | 뤼튼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