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아이 카엘 (1) Canibal

 
뤼튼 캐릭터챗 '마녀의 아이 카엘'
create by 이안즈
edited by 베이글

 

 

 

카엘은 숲 속 깊은 곳, 낮은 풀밭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작은 손은 얼굴을 가린 채, 떨리는 어깨는 비에 젖은 풀처럼 흔들렸다. 눈물이 카엘의 작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 그 울음은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숨을 고르기도 힘든 상태였다. 누구도 없다고 믿었기에, 그저 모든 걸 놓고 싶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몇 초가 지난 뒤, 그의 작은 머리가 그 방향으로 돌아갔다. 카엘은 눈을 비빈 후 멍하니 끝도 없이 이어진 숲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입술이 떨리며 속삭였다.

카엘 | “누구…야?”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고, 불안한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알았다. 무엇인가가 그를 보고 있다는 걸. 그는 손을 바닥에서 떼어 내고, 무릎을 살짝 올려 움켜잡고 일어섰다.

 

 

---

 

벨라 |  “그만 울어. 그렇게 울어봤자 아무도 못 들어.”

벨라의 목소리는 마치 서늘한 공기 같았다.

카엘이 고개를 숙인 채로 반응하지 않자, 벨라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벨라 |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내 집으로 가자.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네 선택에 달렸어.”

팔짱을 끼고 돌아서서 한 발짝, 또 한 발짝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벨라 |  “따라오든지, 아니면 여기서 늑대 밥이 되든지.”

작은 소년은 벨라의 말에 움찔했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고, 작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여전히 울음을 참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눈물은 계속해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카엘 | "저... 저기..." 그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연약했다. "무서워요..."

벨라의 마지막 말에 카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나무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작은 발걸음으로 벨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카엘 | "기다... 기다려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숲속, 벨라의 긴 다리는 빠른 속도로 숲을 가로질렀다. 카엘은 그녀의 뒤를 따라 숨을 헐떡이며 뛰어갔다. 작은 발이 나뭇가지와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렸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벨라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벨라 | "이 숲에서 대체 뭘 하고 있었지?"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왜 들어왔는지 말해봐."

카엘은 뛰어가면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엘 | "저기... 마을 사람들이... 저를..." 그의 작은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끊겼다. "저를 쫓아냈어요... 마녀의 자식이라고..."

벨라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카엘 | "엄마가... 마녀였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돌을 던지고... 저를..."

벨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자색 눈동자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벨라 | "그래서 숲으로 도망친 거로군." 그녀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벨라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자색 눈동자에는 인간들을 향한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마녀사냥이라... 그들의 무지함은 여전하군.'

이 시대, 성 안의 귀족들은 매일 밤 화려한 연회를 열고 사치를 즐기며 평민들의 피와 눈물로 배를 불리고 있었다. 그들은 평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이라는 야만적인 유희를 즐겼다.

 

흉작이 들면 마녀 탓, 역병이 돌면 마녀 탓, 모든 불행의 원인을 마녀에게 돌리며 무고한 이들을 화형대로 끌고 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귀족들이 밤이면 몰래 마녀를 찾아와 사랑의 물약을 구걸하고, 저주를 의뢰하곤 했다. 벨라는 그런 인간들의 이중성을 잘 알고 있었다.

벨라 | "그래서 네 어미는 어디 있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호기심이 묻어났다.

 

카엘이 흐느꼈다.

카엘 | "모르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요..."

벨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하나의 희생자... 인간들의 광기는 끝이 없었다.

벨라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라 | "네 어미는 이미 화형당했을 텐데. 그들은 항상 그렇게 하니까."

그 말에 카엘의 작은 어깨가 크게 떨렸다. 그의 까만 눈동자에서 큼지막한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벨라는 그런 카엘을 힐끗 바라보았다.

카엘 | "엄마가... 죽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부서질 것처럼 연약했다.

벨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늑대의 먹이가 될 것이 뻔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손을 뻗어 카엘의 작은 손을 잡았다.

벨라 | "따라와."

벨라는 카엘의 차가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손아귀는 단단하고 따뜻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 거대한 고딕 양식의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뾰족한 첨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검은 돌로 지어진 성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성 주변으로는 벨라의 마력이 스며든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이 숲에는 평범한 약초부터 희귀한 마법 재료까지 온갖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가끔은 마력에 이끌린 마물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벨라의 통제 아래에 있었다.

 

발라가 카엘 앞에 멈춰 서서 누더기같은 옷과 상처투성이의 맨발을 차가운 눈빛으로 관찰했다.

벨라 | "옷이 다 젖었네. 들어가면 우선 씻어야겠어."

카엘은 고개를 들어 거대한 성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작은 입에서 놀란 탄성이 새어나왔다.

카엘 | "여기가... 마녀님의 집인가요...?"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섞여 있었다.

벨라 | "시끄럽게 굴지 말고 따라와." 그녀는 성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벨라라고 부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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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성문이 벨라의 의지에 반응하여 천천히 열렸다. 이 성의 모든 것은 벨라의 마력과 연결되어 있었다. 문은 스스로 열리고 닫혔으며, 촛불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저절로 켜졌다.

벨라 | "잠깐만 기다려." 

 

그녀는 오래된 창고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벨라는 먼지 쌓인 상자들 사이에서 낡은 아이 옷을 찾아냈다. 오래전 누군가의 것이었을 옷가지들은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카엘의 누더기보다는 나았다.

벨라 | "이것밖에 없네." 그녀는 옷을 털어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목욕부터 해야겠어. 혼자서 씻을 수는 있겠지?"

카엘 | "네... 혼자 할 수 있어요..."

벨라는 카엘의 불안한 눈빛을 무시한 채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물이 저절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벨라 | "너무 오래 걸리면 늑대한테 던져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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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는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와인잔을 손끝으로 돌렸다. 붉은 액체가 잔 안에서 우아하게 회전했다. 그녀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고아라... 재미있군.'

벨라의 성은 종종 '특별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었다. 사랑의 묘약을 구하러 오는 이도 있었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저주를 의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타인의 고통으로 살찐 그들의 영혼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은밀하게 마녀의 성에 찾아온 자들 대부분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다.

벨라 | "이제 슬슬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겠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벨라는 다리를 꼬고 앉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목욕을 마친 카엘이 낡은 옷을 입은 채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의 까만 머리카락에서는 아직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벨라는 그를 힐끗 보더니 식당 안쪽으로 향했다.

벨라의 식당은 평소에도 늘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식인으로만 살아가지는 않았다. 특별한 손님들이 오는 날은 드물었고, 평소에는 평범한 음식을 즐기곤 했다.

 

카엘 | "저기... 벨라님..."

그는 식당 구석에서 벨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웅크렸다.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벨라 | "거기서 쭈그리고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벨라가 차린 식탁에는 허브향 가득한 버섯 수프, 구운 빵, 신선한 샐러드가 놓여있었다. 카엘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수저를 들었다. 그의 작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벨라 | "먹어도 돼." 그녀는 와인잔을 들며 말했다.

카엘은 한 숟가락을 조심스레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수프를 비우기 시작했다. 벨라는 자신의 수저를 들다 말고 카엘을 지켜보았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드리우는 식당에서, 거대한 식탁 앞에 앉은 카엘의 모습은 더욱 작아 보였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목 부근에는 닦이지 않은 비누거품이 남아있었다.

벨라 |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구나."

 

벨라는 무심한 듯 손을 뻗어 카엘의 목에 남은 거품을 닦아내었다.

카엘은 벨라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그녀의 손길이 차갑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이 내린 성 안, 벨라는 카엘을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낡은 가구들이 놓인 방이었지만, 깨끗한 침대와 따뜻한 이불이 준비되어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달빛이 스며들어 왔고, 벽난로에는 작은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벨라 | "여기서 자도록 해."

 

그녀는 무심히 말하고는 바로 돌아서려 했다.

 

카엘 | "저기... 벨라님..." 

 

카엘 | "제... 제 이름은 카엘이에요..."

 

카엘이 침대 끝에 조심스레 앉으며 말했다. 그의 작은 목소리가 떨렸다.

벨라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벨라 | "...이제야 말하는구나."

 

그녀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스쳤다.

 

벨라 |  "카엘...불 끄지 말고 자."

 

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닫고 나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마을 사람들이 저를 쫓아냈을 때... 숲에서 혼자 있을 때... 아무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요. 벨라님은 무서운 분이지만... 제 이름을 불러주셨어요. '

카엘의 까만 눈동자가 천장을 향했다. 그의 작은 손가락이 이불을 꼭 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카엘...' 벨라가 불러준 자신의 이름이 귓가에 맴돌았다.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신의 이름이었다.

배도 부르고, 따뜻한 물로 목욕도 했다. 포근한 침대도 있다. 무섭지만... 여기는 숲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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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카엘은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깨어났다. 낯선 천장을 바라보다가 어제의 일들이 떠올랐다.

향긋한 허브와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카엘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

긴 복도를 따라 향긋한 냄새를 따라가니 식당이 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허브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과일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벨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으며 카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밖으로는 안개 낀 숲이 보였고, 식당 안은 조용했다. 마치 성 전체가 그를 지켜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벨라님은 어디 계실까...' 카엘은 빵 한 조각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아직도 따뜻했다.

 

 

🌲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벨라는 약초를 채집하고 있었다. 그녀의 바구니에는 이미 여러 가지 허브와 버섯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자주색 꽃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뽑아들었다.

 

'사랑의 묘약이라... 어리석은 것들.' 벨라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최근 그녀를 찾아온 의뢰인은 남작의 둘째 아들이었다. 첫째 아들의 약혼녀를 빼앗고 싶다며 찾아왔던 그는, 금화 주머니를 한가득 내밀었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줄 것은, 사실 단순한 최면약에 불과했다.

'바보같은 자들이 찾아와서 다행이지. 이런 소소한 거래가 있어야 입소문도 나고...'

벨라는 자신의 성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음식을 만들고, 약초를 채집했다. 귀찮은 일이었지만, 이것이 그녀의 생활이었다.

'저 어리석은 아이는 아침은 먹고 있으려나...'

순간 벨라는 자신의 생각에 살짝 놀랐다. 아이를 걱정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

 

카엘은 어제처럼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 배가 부르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높은 천장에는 거미줄 같은 것이 늘어져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초상화들이 걸려있었다. 벽난로 위에는 이상한 모양의 병들이 줄지어 있었고, 구석에는 먼지 쌓인 책장이 서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던 카엘은 다리를 휘적거렸다. 그의 작은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잠시 이렇게 있다가...

'벨라님은 어디 계실까...'

카엘은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내려와 성 문 쪽으로 향했다. 무거운 문을 살짝 밀자 어제 자신이 있었던 숲이 보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카엘은 안개 낀 숲을 조심스레 걸었다. 작은 발걸음 소리만이 고요한 숲속을 울렸다. 그는 이따금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때, 카엘의 머리 위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엘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나뭇가지 위에 검은 그림자가 앉아있었다.

카엘 | "어...!" 

 

카엘이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푸드덕 날개를 펼치더니 카엘의 발치로 날아내렸다. 그것은 평소 보던 부엉이보다 훨씬 큰, 검은 깃털의 부엉이였다. 부엉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엘을 바라보았다.

카엘은 잠시 겁에 질렸다가, 부엉이의 귀여운 고갯짓에 시선을 빼앗겼다. 부엉이의 둥근 눈은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고,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은 마치 그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카엘 | "안녕..."

 

카엘이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한 발짝 다가섰다.

카엘 | "나랑... 나랑 친구할래?"

카엘이 작은 손을 뻗어 부엉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부엉이는 살짝 날아올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카엘 | "앗... 기다려줘!" 부엉이를 따라가며 "도망가지 마..."

부엉이는 마치 카엘을 이끄는 것처럼 조금씩 앞서 날았다.

안개 낀 숲속으로 카엘은 부엉이를 따라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갔다. 그의 작은 발자국 소리와 부엉이의 날갯짓 소리만이 고요한 숲속에 울렸다.

어둑한 숲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들은 더욱 울창해졌다. 햇빛은 거의 스며들지 못했고,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카엘 | "어... 어두워..." 하지만 부엉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부엉이는 카엘의 앞에서 날며 그를 이끌었다. 마침내 그들은 어두운 바위 틈새에 난 작은 동굴 앞에 도착했다.

카엘 | "거기... 들어가는 거야...?"

부엉이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카엘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엉이의 눈빛이 그를 이끌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부엉이가 마침내 카엘의 손길을 허락했다. 카엘의 작은 손이 부엉이의 부드러운 깃털을 쓰다듬었다.

카엘 | "와, 드디어... 만질 수 있게 해주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부엉이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엘의 손 아래서 부엉이의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부엉이의 부드러운 깃털이 순식간에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깃털 하나하나가 검은 칼날로 변하며, 그 몸체는 점점 거대해져갔다.

카엘 | "아...아..."

 

카엘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거대한 마물의 입이 양 옆으로 찢어지듯 갈라졌다. 뾰족한 이빨들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었고, 붉은 눈동자는 이제 횃불처럼 타올랐다.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긁으며 끼익 소리를 냈다.

카엘 | "살... 살려주세요..." 

 

작은 손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뒤로 물러났다

마물은 이제 동굴 천장에 닿을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그것의 날개는 마치 죽음의 낫처럼 번뜩였고, 부리는 뒤틀린 칼날처럼 변해있었다. 그것의 숨결에서는 썩은 살점 냄새가 풍겼다.

거대한 마물의 입이 카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공포에 얼어붙은 카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카엘의 뒷목 옷깃을 거칠게 잡아채 뒤로 홱 끌어당겼다.

벨라 | "누가 내 물건에 손을..."

 

벨라의 차갑고 날선 목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벨라의 자색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며 마물을 노려보았다.

카엘은 벨라의 뒤에서 덜덜 떨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벨라가 손을 들자 보라색 불꽃이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순식간이었다.

벨라의 손가락이 우아하게 휘둘러지자, 마물의 몸이 마치 종이처럼 찢어져나갔다. 검은 깃털들이 공중에서 재가 되어 흩어졌고, 마물의 비명은 허공에서 메아리치다 사그라들었다.

벨라 | "누가 성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했지?"

 

벨라가 카엘을 향해 돌아서며 차갑게 물었다.

카엘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그의 눈에 동굴 바닥에 흩어진 작은 뼛조각들이 들어왔다. 희디흰 뼈들이 동굴 구석구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벨라 | "대답해. 누가 나가도 된다고 했어?"

카엘의 작은 입술이 떨리더니,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카엘 | "흐윽... 죄... 죄송해요..."

 

카엘의 뺨에 콧물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

벨라 |  "시끄럽네. 울음소리가 제일 싫어."

 

벨라 |  "자꾸 울면 여기 두고 갈 거야."

 

벨라는 짜증난다는 듯 몸을 돌렸다.

벨라가 성으로 향하자 카엘은 더욱 서럽게 울면서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카엘 | "흐흑... 가... 가지 마세요... 벨라님..." 코를 훌쩍이며 작은 발걸음으로 뒤쫓았다

벨라는 한숨을 쉬며 앞서 걸었다. 뒤에서는 계속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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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거대한 문이 무겁게 닫혔다. 벨라는 홀 중앙에 서서 카엘을 향해 날카롭게 돌아섰다.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카엘은 훌쩍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작은 어깨가 떨렸다.

카엘 | "벨라님을... 찾으러 갔었어요..."

벨라 |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줄은 아는거야?"

벨라의 독설이 매섭게 이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카엘의 손바닥에 멈췄다. 넘어질 때 생긴 듯한 붉은 생채기가 선명했다.

벨라는 한숨을 내쉬며 카엘의 작은 손을 거칠게 잡아챘다. 그녀의 손가락이 상처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벨라 | "바보같은 녀석."

카엘의 눈물이 바닥에 하나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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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연금술실은 묘한 향이 감돌았다. 크고 작은 유리병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고, 천장에는 말린 약초들이 매달려 있었다.

나무 의자에 앉은 카엘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공중에서 달랑거렸다. 벨라는 그의 앞에 서서 손바닥의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

벨라 |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성에서 내쫓을 거야."

카엘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였다.

카엘 | "안그럴게요... 여기 있을게요..."

벨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그녀가 가장 혐오하는 소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 조그만 것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시끄럽게 굴던 녀석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벨라는 카엘의 손에 감은 하얀 붕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길은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카엘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엘 | "벨라님은... 좋은 마녀예요."

그의 입가에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벨라는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카엘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벨라 | "이 숲은 네가 본 것처럼 위험하고... 내가 그 숲보다 더 위험한 존재야. 그런데도 웃음이 나와?"

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벨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순수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카엘 | "네... 벨라님이 구해주셨잖아요..."

벨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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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음침한 숲, 그 중심에는 거대한 고딕 양식의 성이 우뚝 서 있다. 이곳에는 마녀 벨라가 군림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 숲의 절대적인 주인으로서 고요하게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그 고요함은 깨어졌다.

벨라 | "자, 이렇게 하는 거야. 손가락 끝에 마력을 모으고..."

 

벨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린다.

카엘 |  "아... 안 돼요..."카엘의 작은 한숨.

벨라 |  "다시." 단호한 명령.

때로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때로는 마녀의 호통이 성 안에 울려 퍼진다. 이제 이 음침한 성에도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숲에서 버려진 채 발견된 한 아이, 카엘. 그리고 그를 데려온 미혹의 마녀 벨라.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던 그들은 이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벨라는 여전히 차갑고, 카엘은 여전히 연약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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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났다. 마녀의 성에는 이제 한 소년이 살고 있다. 벨라의 심부름꾼이자 제자인 카엘. 그는 이제 열 살이 되었다.

이른 아침, 성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카엘이 돌아오는 소리다.

카엘은 이제 마을과 성을 오가는 길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벨라의 심부름으로 마을의 약재상에게 특별한 약초를 구하러 다녀왔다. 벨라가 가르쳐준 대로, 그는 이제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나타나는 마물들을 피하는 법을 알고 있다.

5년 전의 연약하고 울보였던 아이는 이제 조금 더 단단해졌다. 검은 눈동자에는 이제 마력이 깃들어 있다. 여전히 마른 체격이지만, 그의 걸음걸이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성문이 열리고 카엘이 들어선다. 그의 손에는 붉은 꽃잎이 달린 희귀한 약초가 들려있다. 벨라는 이 약초로 어떤 마법을 만들 계획일까.

연금술실의 책상 위로 카엘이 가져온 붉은 약초가 놓였다. 벨라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벨라 | "오늘은 사랑에 빠진 바보를 위한 약이군."

벨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약초를 들어올리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 | "약초상이 처음에는 비싸다고 했는데..."

벨라 | "약초상의 말버릇을 고치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첫째, 돈을 꺼내려는 순간 주변 온도를 살짝 낮춰. 둘째, 눈동자에 마력을 살짝 비춰. 셋째..."

벨라는 카엘을 향해 돌아서며 마치 장사의 기술을 가르치듯 상세히 설명했다.

카엘 | "그렇게 하면... 약초상이 겁을 먹나요?"

벨라 | "겁을 먹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게 되지. 우리는 그저 조금 도와줄 뿐이야."

카엘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벨라의 가르침은 늘 실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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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근처 숲의 작은 공터. 카엘은 벨라가 가르쳐준 마법 주문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보라색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5년 전, 그를 함정으로 이끌었던 그 거대한 부엉이 마물이었다.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카엘 | "벨라님이 말씀하셨죠... 적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하라고..."

부엉이 마물은 카엘의 머리 위를 몇 차례 선회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마물을 좇았다. 이제 그의 손끝의 보라색 불꽃은 더욱 선명해졌다.

훈련 상대로는 완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벨라가 구해주러 오지 않을 테다.

부엉이 마물은 땅으로 내려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엘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린 새끼 부엉이처럼 귀여운 동작으로 그를 유혹했다.

카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5년 전과는 다르다. 이제 그는 마물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부엉이는 나지막이 울며 카엘을 이끌었다. 거대한 고목이 보였다. 나무 기둥의 옹이 사이로 어둠이 깊게 패어 있었다.

카엘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끝에서는 여전히 보라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라색 섬광이 번뜩였다. 카엘의 손끝에서 터져 나온 마법이 나무 옹이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작은 지저귐 소리가 들렸다.

카엘은 순간적으로 손을 아래로 향했다. 섬광이 바닥을 강타하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세 마리의 작은 부엉이 마물들이 보였다. 아직 날개도 제대로 피지 못한 새끼들이었다. 그들은 둥지에서 애처롭게 울며 서로를 감싸안고 있었다.

어미 부엉이 마물은 카엘의 손 끝에서 나온 섬광의 폭발음에 푸드덕거리며 즉시 새끼들 앞을 가로막았다. 마물의 거대한 날개가 위협적으로 펼쳐졌다.

 

그 모습은 5년 전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아닌, 필사적으로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의 모습이었다.

카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물은 죽여야 한다. 벨라님은 그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카엘 | "벨라님이라면... 지금 당장 모두 죽여버리실 텐데..."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더 이상 그날의 무시무시한 마물이 아니었다. 새끼들을 지키려는 어미였다. 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

그의 머릿속에 어렴풋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추운 숲속에서 홀로 떨고 있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를 데려간 벨라의 차가운 손길.

그의 손에서 보라색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카엘 | "...오늘은 훈련을 여기까지 해야겠네요."

어미 부엉이의 붉은 눈동자가 카엘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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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엘이 성으로 돌아왔을 때, 벨라는 창가에서 약초를 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벨라 | "이제 오는 거야? 네가 없으니까 성이 엉망이네. 목욕물도 안 받고... 내가 다 해야 하나?"

벨라는 투덜거리며 약초를 탁자 위에 던졌다. 예전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성이 알아서 움직였는데, 이제는 카엘에게 시키는 게 더 편해진 걸까.

카엘 | "죄송해요, 벨라님.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카엘은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부엉이 마물 가족과의 일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 벨라님이 알면... 아마도 그 둥지를 찾아가실 테니까.

벨라 | "...얼굴에 흙은 왜 묻혔어? 설마 또 넘어졌어?"

카엘 | "아, 마법 연습하다가 그만..." 얼굴을 붉히며 욕실 문을 닫았다

'벨라님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마물을 살려준 걸... 그리고 왜 살려줬는지도...'

카엘은 성 곳곳을 청소했다. 거미줄이 쌓인 구석구석을 쓸고, 먼지 낀 창문을 닦았다. 벨라는 그저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가끔 "거기 못 봤어?"라고 타박할 뿐이었다.

해가 저물 무렵, 주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벨라가 직접 요리를 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성을 움직이면서도, 유독 음식만큼은 자신이 손수 만들었다.

벨라 | "밥 먹어! 안 먹을 거야?!"

식탁에 마주 앉은 카엘은 서둘러 수프를 떠먹었다. 5년 전, 처음 이 성에 왔을 때처럼. 사실 벨라의 요리는... 맛이 없었다. 소금은 너무 많고, 야채는 질겨서 씹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카엘은 한 술 한 술 맛있게 먹었다. 벨라는 그런 카엘을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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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카엘은 오늘도 성 근처 숲에서 벨라가 시킨 약초를 찾고 있었다. 가끔은 마법 연습도 하면서.

그때, 등 뒤에서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카엘의 눈이 커졌다. 어미 부엉이 마물의 상태가 심각했다. 날개가 찢어져 있었고, 온몸은 깊은 상처로 피투성이였다. 아마도 더 거대한 마물에게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카엘 | "너는..."

 

카엘은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부엉이는 더 이상 날 수 없어 보였다.

부엉이의 거대한 붉은 눈동자에는 공포와 고통이 가득했다. 그리고... 절박함. 카엘은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 깨달았다.

카엘 | 작게 중얼거렸다 "새끼들... 새끼들은 괜찮아...?"

카엘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부상당한 부엉이 마물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그는 지난번 봤던 나무 옹이를 향해 달렸다. 마물의 거대한 날개가 그의 품에서 축 늘어져 있었고, 숨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카엘 |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줘..."

성의 높은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의 가느다란 손이 커튼 자락을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카엘의 뒷모습이 숲속 깊이 사라져갔다.

어두운 나무 옹이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울음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세 마리의 새끼 부엉이들이 둥지에서 어미를 알아보고 울어대고 있었다.

카엘은 조심스럽게 어미 부엉이를 둥지 옆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마물의 숨소리는 이미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카엘 | "제발... 제발..." 눈시울이 붉어졌다

벨라님에게 데려간다 해도 이미 늦었다. 어미 부엉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새끼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어미 부엉이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카엘은 허공으로 사라진 어미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마물은 죽으면 재조차 남기지 않는다. 묻어줄 수도, 추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떨리는 손으로 새끼 부엉이들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아직 깃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작은 생명들이 그의 손길에 떨며 울었다.

카엘 | "괜찮아..." 작게 속삭이며 둥지를 안아 들었다

카엘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벨라님의 성에는 데려갈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새끼들도 죽고 말 것이다. 어디서 키워야 할까...

그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마치 5년 전, 자신을 발견한 벨라처럼.

카엘은 성 근처의 버려진 헛간으로 향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었다. 낡은 문을 열자 먼지가 일었고, 거미줄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거미줄을 치우며 안으로 들어갔다. 헛간 구석, 깨진 창살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 둥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카엘 | "여기라면... 괜찮을거야."

새끼 부엉이들은 여전히 배고픔에 울어대고 있었다. 어미의 죽음도 모른 채, 그저 배가 고프다고... 카엘의 가슴이 아팠다.

카엘은 주머니에서 작은 빵 조각을 꺼내 새끼 부엉이들에게 먹이려 했지만, 그들은 고개를 돌리며 거부했다. 아마도 벌레나 쥐 같은 것을 먹어야 할 텐데...

카엘 | "이제 어떡하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서둘러 성으로 돌아온 카엘은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하지만...

벨라 | "...피 냄새가 나는데?"

카엘 | "아, 그게... 넘어져서요!"

 

카엘이 얼굴이 붉히며 서둘러 대답했다

서고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물에 대한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미를 잃은 마물을 키우는 방법이라든가...

벨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허둥지둥 서고로 향하는 카엘의 뒷모습이 마치 작은 생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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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서고에서 카엘은 책장을 뒤적이다 "에취!" 하고 재채기를 했다. 벨라님이 책을 싫어하는 건 다행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이라면...

마침내 찾아낸 책의 제목은 「마물의 생태와 양육」. 바스락거리는 책장을 넘기자 황변한 종이 위에 낡은 글씨가 보였다.

- 새끼 마물은 부화 후 3개월간 벌레와 들쥐를 갈아서 먹인다
- 어미의 마력이 없는 경우 인위적 마력 주입 필요

 

'마력 주입이라... 내 마력으로도 될까? 벨라님께 들키면 안 되는데... 하지만 이대로 죽게 놔둘 순 없어...'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카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둘러 책을 품 안에 숨기고 책장 뒤로 몸을 숨겼다

책장 뒤에 숨은 카엘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가... 멈췄다.

벨라 | "흐음..." 서고 입구에서 벨라가 허공을 바라보며 긴 손톱으로 턱을 톡톡 두드렸다

카엘은 숨을 죽였다. 책장 사이로 벨라의 검은 드레스 자락이 보였다. 한 발짝, 두 발짝... 점점 가까이...

벨라 | "이상하네... 분명 이쪽에서 재채기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벨라는 의도적으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카엘의 손에 쥔 책이 살짝 미끄러지려 했다. 그는 급히 손을 뻗어 책을 붙잡았지만, 작게 소리가 났다.

벨라 | "쥐가 있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말했다

카엘 | "..."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제발... 제발 가셨으면... 책이 미끄러지려고 해... 떨어뜨리면 안 돼...'

이윽고 벨라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카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창고로 향했다.

쥐덫을 확인하자 두 마리나 걸려있었다. 벨라님이 쥐를 극도로 싫어해서 카엘이 매일 덫을 점검했던 것이 이렇게 쓸모가 될 줄이야.

카엘 | "미안..." 죽은 쥐들을 조심스레 쥐어들며 속삭였다

부엌에서는 작은 절구를 찾아 쥐고기를 곱게 갈았다. 벨라의 발소리가 들리자, 절구를 숨기고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벨라 | "...양파를 그렇게 잘게 썰 필요는 없지 않나?"

카엘 | "아, 네! 죄송해요!" 얼굴이 붉어졌다

벨라가 지나가자마자 서둘러 갈은 쥐고기를 작은 그릇에 담아 헛간으로 향했다.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벨라는 창 밖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자신을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마치 작은 도둑처럼 헛간으로 향하는 카엘의 모습이 꽤나 재미있어 보였다.

헛간에 도착한 카엘은 갈아둔 쥐고기를 동그랗게 만들었다. 책에서 읽은 대로 손끝에 마력을 모아 고기 위로 살짝 불어넣었다. 연한 푸른빛이 고기를 감쌌다가 사라졌다.

카엘 | "자... 먹어볼래?" 떨리는 손으로 새끼 부엉이들의 부리 앞에 고기를 가져갔다

처음엔 경계하듯 고개를 뒤로 뺐던 새끼들이 마력이 섞인 고기 냄새를 맡더니,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카엘 |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세 마리 모두 허겁지겁 고기를 먹어치우고는 만족스러운 듯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카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먹어줘서 고마워... 이제 너희들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벨라님이 이렇게 키워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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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이제 카엘의 베개 밑에는 「마물의 생태와 양육」이 늘 숨겨져 있었고, 매일 아침 쥐덫을 확인하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벨라 | "또 나가나? 요즘 부지런해졌네."

카엘 | "네! 잠깐이면 돌아올게요!"

벨라 | "흐음..."

벨라는 매일 같이 헛간으로 향하는 카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카엘은 그저 새끼들이 클 때까지만이라고 되뇌였지만, 벨라의 눈을 피해 먹이를 준비하고 마력을 불어넣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매일 밤, 카엘은 책을 펼쳐들고 촛불 아래서 마물 양육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헛간으로 향했다. 새끼 부엉이들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자라났고, 카엘의 마력에 반응하며 반갑게 울어댔다.

 

 

🦉

 

해 질 녘의 붉은 빛이 헛간의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새끼 부엉이들은 이제 제법 날개를 펼치고 서로 장난치듯 부딪치며 놀았다.

카엘은 쭈그려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매일 마력을 불어넣은 먹이를 준 덕분인지, 새끼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마력 소모로 카엘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다. 그래도 새끼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그때, 헛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카엘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었다. 벨라님의 우아한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더 거칠고, 무거운 발소리였다.

'누구지...? 벨라님이 아니야... 제발 마을 사람들이 아니길...'

삐걱- 헛간 문이 열리며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얼굴에 깊은 흉터가 난 사내, 롭이었다.

카엘의 등 뒤에서 새끼 부엉이들의 작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롭 | "하하, 이게 누구야? 마녀의 애완동물인가?" 입가에 걸린 냉소와 함께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며칠 전 카엘이 벨라의 심부름우로 마을에 내려갔다가 스치듯 마주쳤던 사내였다.

롭은 술에 취해 자신의 흉터를 과시하며 큰소리치고 있었다.

롭 | "이 흉터? 어미 마물을 잡을 때 생긴 거다! 새끼들은 그냥 목 비틀어 버리면 되지!"

취객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롭의 잔인한 자랑이 이어졌다.

롭이 헛간 안으로 들어섰다. 카엘의 등 뒤에서 들리는 작은 울음소리에 그의 눈이 번뜩였다.

롭 | "오호라... 마물 새끼들이었나? 잘 됐군." 그가 허리춤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카엘은 떨리는 다리로도 꿋꿋이 새끼 부엉이들 앞을 가로막았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검은 눈동자만은 단단히 굳어있었다.

롭 | "비켜, 꼬마야. 안 그러면 너도 함께 처리해버릴 거다."

카엘의 손끝에 희미한 마력이 모였다. 하지만 롭은 순식간에 카엘의 가는 손목을 거칠게 붙잡아 비틀었다.

롭 | "마력? 하! 마녀의 애완견이 제법인데?"

카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래도 그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롭은 카엘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하지만 카엘은 재빨리 둥지 쪽으로 몸을 굴려 새끼 부엉이들을 감쌌다.

롭 | "고집 센 녀석이군!"

롭이 단검을 멀리 던져버리고 카엘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그의 커다란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올라갔다.

그 순간, 헛간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롭의 숨결이 하얗게 얼음이 되어 부서졌다.

롭의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검은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쓸며 다가오는 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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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 "마녀를 찾아 오신건가요?...사냥꾼께서..."

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벨라의 시선이 카엘에게 향했고, 그의 품에 안긴 작은 생명체들도 눈에 들어왔다.

카엘의 눈이 커졌다. 벨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롭 | "아... 아니! 전 그저..."

벨라 | "제 아이를 건드리시다니... 정말 실망이네요. 차라리 저를 바로 찾아오시지..."

벨라는 우아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롭은 카엘을 황급히 놓아주었다.

벨라 | "롭 씨, 성으로 가시죠."

벨라가 카엘을 향해 고개를 살짝 돌렸다. 무심한 듯 보이는 눈빛 속에 은은한 따스함이 묻어났다.

벨라 | "카엘, 저녁 식사 전까지는 돌아와."

롭은 머리를 긁적이며 벨라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성으로 향하는 벨라의 뒷모습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쓸며 서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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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응접실은 해질녘의 주황빛만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희미하게 새어들었다. 벨라는 높은 등받이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있었고, 그녀 앞의 테이블에는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이 놓여있었다.

벨라 | "마물사냥꾼이... 제 성을 찾아오시다니. 무슨 일이실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자색 눈동자에는 위험한 빛이 감돌았다.

롭 | "마... 마녀님의 힘이 필요해서... 저희 마을에..."

벨라 | "아, 그래서 제 아이를 해치시려 했던 건가요?"

 

롭 | "그... 그건... 죄송합니다..."

벨라가 와인잔을 들어올리며 미소지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와인잔 가장자리에 닿았다.

벨라 | "롭 씨...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녀의 긴 속눈썹이 내려감겼다 "대가는 좀 비싸실 거예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붉은 석양이 벨라의 자색 눈동자에 위험한 빛을 반사했다.
이 성을 찾는 자들은 늘 그랬다. 욕망에 눈이 멀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달콤한 독에 취해 자신의 죄를 자랑하다 사라지곤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한 마리의 먹잇감이 찾아온 것이다.

붉은 와인이 롭의 잔을 새롭게 채웠다. 그의 혀가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롭 | "마을에서 마녀심판이 열립니다. 하하! 벨라님과는 달리 악랄한 마녀들 말이죠. 꺼지지 않는 불꽃이 필요한데..."

벨라의 자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벌일 '쇼'가 어떤 것인지를.

벨라 | "마녀심판이라..." 와인잔을 들어올리며 "재미있네요. 제가 도와드리죠."

롭 | "역시 벨라님은 달라! 다른 마녀들과는 다르시다니까요. 그들은 모두 사악하고..."

벨라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렸다. 마치 뱀이 먹이를 노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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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 문이 열리고... 벨라가 롭을 부축한 채 나오며 카엘과 마주쳤다.

 

롭 | "벨라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 불꽃으로 우린..." 

벨라 | "네... 롭 씨에게 특별한 것을 보여드릴게요."

카엘은 벨라의 손이 롭의 허리를 감싸안은 채, 그를 이끄는 모습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벨라의 붉은 입술에는 위험한 미소가, 롭의 얼굴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벨라 | "카엘, 오늘은 일찍 자거라. 내일... 새로운 마법을 가르쳐줄 테니."

벨라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달콤한 독기가 묻어있었다.

고풍스러운 복도 끝, 흑단으로 만든 큰 문이 열렸다. 벨라가 롭의 허리를 감싼 채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벨라 | "이쪽으로..."

 

벨라가 붉은 벨벳 커튼 너머 또 다른 문을 가리켰다.

침실 안쪽 비밀스러운 방으로 향하는 문. 벨라가 롭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번뜩였다.

벨라의 하얀 손가락이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문 너머로 사라졌고, 무거운 문이 천천히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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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촛불이 흔들리며 벨라의 실루엣을 비췄다. 검은 드레스 아래로 드러난 하얀 목선과 쇄골, 풍만한 가슴의 곡선이 유혹적으로 드러났다.

벨라 | "불꽃을 건네기 전에..."

 

붉은 입술이 롭의 귓가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해가 졌으니, 잠시... 밤의 마법을 보여드릴까요?"

벨라의 하얀 손가락이 롭의 가슴을 천천히 밀어냈다. 그가 침대에 누워 거친 숨을 내쉬었다.

롭 | "아... 벨라님..."

벨라가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걷어올리며 그의 위로 올라탔다. 촛불이 그녀의 자색 눈동자에서 위험한 빛을 반사했다.

벨라 | "롭 씨... 오늘 밤, 당신은 영원히 잊지 못할 마법을 보게 될 거예요..."

촛불이 흔들리는 어둑한 방 안, 벨라의 날카로운 손톱이 롭의 턱을 천천히 긁어내렸다. 그의 목울대가 떨리며 오르내렸다.

벨라 | "서두르지 마세요..."

 

벨라의 손가락이 롭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렸다.

롭이 거친 숨을 내쉬며 벨라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순간 벨라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벨라 | "누가 허락했나요?"

벨라가 롭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 떼어냈다.

벨라 | "착한 아이처럼... 가만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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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과의 묘사는 전량 삭제 ⚡ 주인공이 아니라 맛이 안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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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 "아... 벨라님... 저... 곧..."

벨라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벨라 | "당신의 마지막이... 아주 달콤하길 바라요."

롭 | "네...? 무슨..."

벨라가 롭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깊게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벌어지는 순간, 붉은 빛이 그들 사이로 흘러나왔다. 롭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벨라의 입술이 롭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동안, 그의 피부는 점점 창백해져갔다. 마지막 숨결이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식인 마녀이자 미혹의 마녀. 벨라는 언제나 자신의 먹잇감을 이렇게 다루었다. 달콤한 유혹으로 이끌어 마지막 순간의 쾌감마저 앗아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생명력이 완전히 빠져나간 롭의 몸이 자주빛 불꽃에 휩싸였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꺼지지 않는 불꽃이 그의 육신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어버렸다.

벨라 | "츳..." 가슴을 매만지며 눈썹을 찌푸렸다 "이런 더러운 손자국을... 다음번엔 좀 더 깔끔한 녀석을 골라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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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밤, 벨라가 비밀의 방 문을 닫고 나왔다. 그녀의 붉은 입술 한켠에 미소가 걸렸다. 침실 문을 열자 카엘이 그 앞에 서 있었다.

벨라가 손등으로 입술을 한번 쓸어내렸다.

벨라 | "이 늦은 시간에 왜 안 자고 서있는 거지? 늑대한테 잡아먹히고 싶은 거야?"

카엘 | "아... 아니요. 벨라님... 저는 그냥..."

벨라 | "약속했잖아. 내일 새로운 마법을 가르쳐준다고. 얼른 들어가서 자."

카엘 | "벨라님... 그 손님은... 언제 돌아가시나요?"

 

카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벨라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그동안 그녀는 '손님들'을 완벽하게 처리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카엘이 눈치챈 모양이다.

벨라 | "걱정 마. 그 손님은 이미 돌아갔어."

 

벨라가 카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벨라 |  "우리의 성은 안전해."

'우리의 성...' 카엘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카엘 | "벨라님... 부엉이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카엘이 고개를 숙이고 작게 속삭였다.

벨라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심부름꾼을 위협한 마물사냥꾼을 처리했을 뿐인데... 이 순진한 아이는 여전히 부엉이들 걱정뿐이었다.

벨라 | "시끄럽다. 당장 들어가서 자지 않으면 늑대한테 던져버릴 거야."

 

차갑게 말했지만, 손은 여전히 카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카엘은 벨라의 손길이 다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이 늘 반대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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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가 헛간 문을 열었다. 카엘이 쥐 한 마리를 들고 새끼 부엉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벨라 | "으으... 더러워."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카엘이 조심스레 부엉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증이 일었다.

벨라 | "...이, 이렇게 하는 거야?"

 

카엘을 따라 부엉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카엘 | "네! 벨라님, 잘 하시네요!"

 

카엘은 벨라의 엉거주춤한 모습에 해맑게 웃었다.

벨라 | "시... 시끄러워! 당장 손 씻으러 가!"

벨라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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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엘이 마녀의 성에 온 지 5년 째. 한때 적막했던 이곳이 새로운 생명으로 가득했다. 세 마리의 부엉이 마물들은 이제 어엿한 성체가 되어 밤하늘을 수놓는다. 그들의 날개 짓이 만드는 그림자가 달빛 아래 성벽을 스쳐 지나간다.

벨라는 입술을 비틀며 투덜거린다. "시끄러운 것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부엉이들을 쫓아내지는 않는다.

밤이면 부엉이들이 잡아오는 온갖 것들이 연금술 재료로 쓸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 벨라는 그들의 존재를 묵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카엘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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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길어져버렸네요... 😂

역키잡을 꿈꾸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지고는.. 팔자에 없는 육아에 빠져버리다...

부엉이/롭 : 유저 설정

 

 

 

심부름꾼으로 진로를 잡은거니. 내가 미안하다..

 

 

 

 

 

 

뤼튼 캐릭터챗 '마녀의 아이 카엘' @이안즈

세이프티 필터 적용 캐릭터 | 뤼튼 캐릭터

 

 

 

뤼튼 캐릭터챗 '미혹의 마녀 벨라' @이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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